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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바르트의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칼 바르트의 신학에서 그리스도와 문화 ⑴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 승인 2022.05.21 16:46
▲ 교회와 신학은 세속적인 문화를 배척하고 그리스도교만의 문화를 발전시켜야 하는가 ⓒGetty Image

한국의 기독교는 짧은 선교 역사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전통 종교들과 나란히 우리 문화와 역사 속에 자리를 잡았다. 기독교는 전래 당시에 문화적 갈등과 종교적 신념의 차이로 배척을 당하고 수많은 순교자들을 내기도 하였지만,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간, 그리고 해방 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급변하는 한국의 역사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교육, 의료, 문화, 예술, 사회, 정치 등의 모든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신자 수에 있어서도 전체 인구의 30%에 달할 정도로 최대 교세를 자랑하는 종교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교회는 이웃종교와 세속문화를 거부해야 하는가

그러나 지난 역사 동안에 한국 사회와 역사에 대한 그와 같은 공헌과 놀랄 만한 외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여전히 전통 문화에 대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인식은 현세적인 생활을 죄악시하고, 세상적인 모든 것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내세만을 소망하는 일부 기독교인들과 절에 불을 지르거나 불상을 파괴하는 등의 일부 몰지각한 기독교인들에 의해서 부추겨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기독교의 복음은 원래 이교 문화와 종교에 대해서 배타적이고 적대적인가? 그렇지 않다면 전통 문화를 긍정하는 기독교의 토대는 무엇인가? 어떤 근거 위에서 기독교는 전통 문화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만남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이러한 물음들에 대해서 한국의 신학계는 이미 ‘토착화 신학’, ‘문화 신학’, ‘종교 신학’ 등의 이름 아래 여러 해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러나 또한 여기서의 문제는 전통 문화/종교와의 만남과 대화에서 기독교의 본질, 신앙의 핵심적 요소들이 명확하게 적극적으로 제시되지 못한다는데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전통 문화에 대하여 폐쇄적이거나 배타적이지도 않고, 또 기독교의 본질을 모호하게 만들지도 않으면서 전통 문화를 신학적으로 이해하는 명확한 관점이 요청되는 것이다.

바르트는 세속 문화를 부정했는가

우리는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대답을 20세기 교회의 교부로 일컬어지는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의 신학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그런데 그는 『로마서 강해』(1)에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질적인 차이를 강조하고 신학과 문화, 계시와 종교 사이의 철저한 분리를 주장한 이래, 모든 문화에 대한 정력적인 반대자로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인간의 문화적 노력과 산물에 대해 큰 소리로 “아니!”라고 말한 바르트를 통해서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 문제를 살펴본다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부적절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로마서 강해』의 진정한 의도는 문화 그 자체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었고, 정신과 역사의 진보에 대한 낙관주의적 신념 속에서 영원과 시간, 계시와 이성, 하나님의 거룩한 영과 인간의 영 사이에 직접적인 동일성을 주장한 소위 19세기 ‘문화 개신교’의 자유주의 신학을 공격하여 교회로 하여금 “하나님은 하나님 되게 하고, 인간은 다시 진정으로 인간이 되게”하려는데 있었다.(2)

바르트는 “교회는 시종 문화라는 조류 속에서 그것과 함께 헤엄쳐 나간다”(3)는 것을 깨닫고 있었을 뿐 아니라, 또한 교회는 문화를 위한 특별한 역할이 있다고 확신하기도 했다.(4) 그는 이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문화에 대한 그의 비판적이고 신학적인 논평은 그의 글과 행동의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났다.(5) 따라서 우리는 그를 통하여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적으로 정당하게 정립할 수 있는 관점과 방향 설정에 필요한 제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신학적인 바른 해명과 이해의 토대 위에서 전통 문화와 갖는 교회의 만남과 대화는 신학적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이 글을 다음과 같이 진행시켜 보고자 한다.

우선 바르트가 파악한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의 문제가 무엇이었고, 그가 어떻게 그 문제를 극복하였는지를 살펴보자. 그리고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을 직접적으로 연결하고 기독교를 문화와 동화시켰던 신-개신교의 자유주의 신학과 달리, 바르트는 문화를 어떻게 신학적으로 이해하고 해명하였는지를 살펴보자. 그러나 우리의 주제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앞서 언급된 『로마서 강해』를 중심으로 탐구하고, 후기 교의학에서는 바르트가 그 문제를 어떻게 새롭게 이해하고 해명하였는지를 제한적으로 살펴보자.

미주

(미주 1) K. Barth, Der Römerbrief (1919, 1922).

(미주 2) T. F. Torrance, 『칼 바르트, 성서적 복음주의적 신학자』, 최영 옮김(서울: 한들출판사, 1997), 20, 55, 225 이하 참고.

(미주 3) K. Barth, “Kirche und Kultur” (1926), 전경연 역, “교회와 문화”, 『휴매니즘과 문화』, 복음주의 신학총서 3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79), 95.

(미주 4) Ibid., 78-98을 참고.

(미주 5) 문화에 대한 바르트의 태도는 Robert J. Palma에 의해 매우 민감하게 설명되었다. Karl Barth’s Theology of Culture, Allison Park: Pickwick Publication, 1983을 보라.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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