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밝 변찬린의 『성경의 원리』 4부작(한국신학연구소, 2019)과 연구서들

과연 우리에게 한국의 종교전통에 해석학적 준거를 가진 성서해석은 없을까? 한국의 종교전통과 서구의 성서해석의 전통을 포월하는 해석학적 체계를 가지고 성서해석을 한 책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변찬린 성서해석의 독창성과 일관성

변찬린의 『성경의 원리』 4부작이 있다. 한국 교회사를 전공하고 한국문화신학 회장을 역임한 박종현 교수는 『성경의 원리』 4부작을 이렇게 평가한다.

평자는 변찬린의 저술은 서구신학의 전통에 의탁하지 않고 위기에 봉착한 서구의 성서이해의 문제점을 해결한 한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보편적인 성서해석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를 ‘한밝 성경해석학’으로 명명한 적이 있다.

유대교에서 천주교로, 천주교에서 개신교로 분파되어 나오는 과정은 새로운 ‘성서해석’이었지 ‘신학’의 수립이 아니었다. ‘교회와 비교회’, ‘정통과 이단’의 신학적 지형에서 형성된 서구 기독교의 축적된 해석학적 전통에는 다종교적인 전통에서 살아온 우리의 삶의 역사와 다원적 종교전통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고 죽은 우리 조상은 우리가 성서적 준거를 발견해서 성서적 구원을 해야지, 관심도 없는 서구 신학자의 손에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다시 말하면 한국 종교전통을 고려하지 않은 성서해석의 전통에서 연구되는 모든 신학은 서구신학의 ‘아류’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다. 강조하지만 우리와 무관하게 형성된 서구신학의 뿌리를 둔 한국신학의 수립보다 선행되어야 할 작업은 한국(인)의 역사적 정황을 고려한 새로운 성서해석이다. 참 하나님과 참 예수그리스도를 서구신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하지 말고 우리가 직접 만나야 한다.

오랫동안 ‘한국(민족)종교와 기독교’라는 관점에서 연구한 종교학자 윤승용의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그는 2022년 4월에 《종교문화비평》에 변찬린의 의 성서해석과 ‘한밝 사상’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변찬린 성서해석의 주체성과 통전성

『성경의 원리』는 토착화신학이 한국 종교전통을 선교신학의 틀로 왜곡하는 현상을 바로 잡으며, 그리스도교계 신종교가 성서의 진리를 왜곡하는 ‘피가름교리’현상 등을 성서적 준거로 비판하며, 주체적인 성서해석파의 단편적인 성서이해를 극복하여 성서전서를 통전적으로 해석한 저술이다. 변찬린은 “기독교의 원효, 기독교의 고운, 기독교의 퇴계가 율곡이 없는가”라는 명증한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번개와 피와 아픔과 눈물과 고독 속에서 쓴 『성경의 원리』 상·중·하 3권은 두 사이비 종교(기독교와 맑스교)의 괴뢰로 전락된 이 민족과 세계 앞에 제출한 나의 피 묻은 각서(覺書)이다”하고 선언한다.

이 책은 ‘성서의 진리’를 새롭게 밝혀 세계 성서해석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킨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마치 당나라의 종파불교가 신라에 재현되자 화쟁사상으로 통불교의 운동을 전개한 것처럼 원효처럼, 한밝(변찬린)은 한국의 전통도맥인 ‘선맥(僊脈)’이라는 종교적 기제로 위기에 봉착한 서구 신학의 한계적 사유를 극복하여 세계 성서해석의 신기원을 이룩한 저술이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다.

『성경의 원리』에 대해 학계의 평가는 그의 사후 30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김상일(전 한신대 교수)은 2017년 12월 18일 《교수신문》에 “한국의 선맥과 기독교의 부활사상을 상호교차적이며, 융합적으로 이해한 것은 변찬린이 세계 종교계에서 최초라고 평가된다. 어느 누구도 변찬린과 같이 ”성경은 선맥이다“라는 논지를 초지일관 주장하지 못했다”고 서평한다.

원로 신학자 서창원은 2018녀 3월 『기독교사상』에서 “동방종교 심성에 근거한 변찬린의 ‘한밝 성경해석학’과 독자반응 비평이 새롭게 주목받아 독창적 해석학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한다,

특히 성서학자인 조용식은 2020년 11월 10일에 《에큐메니안》 대담에서 변찬린의 성서해석이 “‘성서해석의 나침반’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중신학자 김진호는 2019년 5월 15일에 《제3세대》에 〈인터컬처럴한 시각으로 개신교의 뿌리를 읽다〉란 제명의 서평에서 “한국 개신교의 뿌리를, 그 근본주의적 표상 체계로 인해 숨겨진, 하지만 신앙적 수행법에서는 기독교인들의 삶 속에 깊게 스며 있는 체험적 종교성을 해석한 책이다.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말한 셈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도의 신학자’ 김흡영은 2022년에 변찬린의 선맥과 도맥을 『옥스퍼드 한국성서핸드북(The Oxford Handbook of the Bible in Korea(Oxford Handbooks)』에 소개하고 있다.

이호재 원장(자하원)  injich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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