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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문화 그리고 구약성서의 비판 전통문명·토지·기독교 (1)
박종현(전 관동대 교수) | 승인 2022.06.12 15:07
▲ 요르단 북부 계곡 ⓒhttps://www.enicbcmed.eu/jordan-medusa

토지와 문명의 성쇠

인류 문명의 역사를 돌아보면 항구적으로 지속하는 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인류 문명은 성장과 쇠퇴를 반복하며 그 발자취를 기록하여 왔다. 문명이 붕괴하거나 쇠퇴하지 않고 항구적 지속성을 보이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내려는 역사학자들의 관심은 19세기부터 계속 연구되었다. 문명의 갑작스런 붕괴는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외부적 요인은 거대한 자연재해이다.

가장 길게는 만년 단위의 방하기의 장기적 반복을 들 수 있고 간헐적으로 화산의 대분출은 문명의 갑작스런 붕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구려의 후신인 발해는 만주와 연해주 일대에 번영하던 제국이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다. 발해 멸망의 원인은 수천 년을 주기로 분출하는 백두산 분화에서 비롯하였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백두산 분출 시기에 형성된 화산재가 일본 서북부 해안에 40센티 이상 쌓여있는 것을 그 증거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명의 대부분은 내부적 요인에 의해 붕괴된다. 그것은 외형적으로는 번영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불평등의 확대, 신분제와 노예제 노비제의 강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도덕성의 타락 후에 문명은 붕괴되는 경향이 있다. 이글은 이러한 문명의 붕괴의 현상에 대한 성경의 입장을 두 번에 걸쳐 소개하려 한다.

최근 한국의 부동산 시장의 교란이 정치적 경제적 사안의 핵심으로 쟁점이 되고 있다. 2019년 겨울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항하고 긴급복지 차원에서 막대한 현금을 지급하고 은행을 통해 화폐의 유동성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그 결과 사회경제적 토대의 급속한 붕괴를 저지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던 반면에 넘쳐나는 현금은 대출로 이어져 주식 시장, 부동산 시장 그리고 새로운 자산으로 알려진 가상화폐 시장의 급속한 팽창을 일으켰다. 한국은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비교적 코로나를 잘 방어하였던 민주당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현재 부동산 시장 또는 자산시장의 일부로 여겨지는 토지경제에 대해서 성경은 매우 명료하고 중요한 이해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 경제학은 수리경제학으로 정치적 사회적 문제와 분리되어 수요와 공급을 중심으로 하는 수학적 연구를 주로 한다. 그러나 경제학이 처음 등장한 18세기에는 정치경제학이라 불려 경제학은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있었고 19세기 사회주의경제학이 출현할 때도 경제학의 핵심적 과제는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경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와서 경제학은 정치 사회와 분리되어 수리경제학으로 재편되었다. 수리경제학으로 경제학을 분리시키는 것이 경제의 사회적 성격을 해소하는 방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구약성서의 문명 비평

성경은 후기 초기 문명부터 형성된 문명의 흐름을 자세히 관찰하였고 그 결과 경제와 사회의 중요성을 간파하였다. 성경은 거듭되는 문명과 경제 제도의 붕괴를 지켜보았고 그에 대한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구약성경 특히 모세 오경에 등장하는 야훼 하느님의 공동체는 고대 근동의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제시하였다.

구약성서의 골격은 출애굽과 가나안 정착이다. 오경의 법률 체제는 이집트와 가나안의 체제에 저항하는 독립적 사회와 종교를 창출하려 한다. 이집트의 신들과 문명은 야훼 하느님의 심판의 대상이다. 또한 가나안의 신들과 그 문명도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집트 문명은 태양신 라(Ra)의 아들인 파라오가 통치하는 제국이다. 파라오는 신의 아들로서 절대적 권력을 가지며 이집트의 모든 토지와 인민의 소유자이다.

가나안 왕국들은 이집트와 같은 전제 국가가 될 규모를 갖추지 못한 소규모 성읍 왕국들이었다. 팔레스타인 지역은 반목축 반농경의 혼합 경제 지역으로서 이 지역의 왕국들은 왕들의 지배 속에 농경과 목축을 통한 풍요와 다산을 추구하는 다양한 제의를 발전시켰다. 구약성경은 어린이 인신 제사를 시행하는 몰록 산당을 저주하는 예언자들의 목소리를 남겨주고 있다.

구약성경은 특별한 정치 제도를 언급하지 않는다. 오경의 율법은 경제와 사회에 관한 규정들만 있고 정치에 관한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집트와 다르고 가나안 왕국과 다른 이스라엘은 왕을 세우지 않는다. 즉 권력 기관을 설립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통치자가 있는 국가가 아닌 12지파의 연방체로서 12지파의 동등한 협의를 통해 존속하도록 설계되었다.

오경의 체제는 인간에게 주어질 권력을 오직 야훼에게만 귀속시켰다. 그 방법은 야훼의 말씀으로서 율법을 준수하는 것이다. 율법은 지키면 이스라엘은 야훼의 왕국으로 지속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는 평등할 것이다. 오경의 민수기는 가나안 진입 전에 인구 조사를 감행한다. 보통 국가의 인구 조사의 목적은 납세자와 징집 병력을 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모세의 인구 조사는 한 가지 목적이 더 있었다. 그것은 향후 점령할 가나안의 토지를 균등하게 분배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러한 권력구조의 수립을 배제한 사회연방체는 초기 아메리카 신대륙의 역사에서도 발견된다. 아메리카 동북 해안에 도착한 유럽인들은 북민 동북 연안의 인디언 부족들이 이로쿼이 동맹이라는 사회연방체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토지를 신성하게 개인 소유가 없었고 연방체의 7부족은 평등과 평화를 누리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연방제에 매력을 느낀 유럽인들은 미국 정부를 수립할 때에 여러 개의 주를 하나로 합친 연방국가를 설립하게 된다. 건국 초기 미국은 각주의 독립을 강조하는 형태로 갈 것인가 연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형태로 갈 것인가 논쟁을 지속하다가 연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현재의 형태를 선택하면서 국가주의가 강화하게 된다.

청렴하고 위대한 지도자인 여호수아는 가나안을 점령한 후에 이 조치를 완전하게 수행하였다. 인구 비례에 맞게 가나안의 토지는 11지파에게 분배되었다. 토지를 할당받지 못한 레위 지파와 과부와 고아를 위해서는 십일조 세금이 책정되었다. 그럼으로써 이스라엘의 사회경제적 토대는 균형을 달성하게 되었다.

대외 정치적 과제 즉 전쟁의 경우는 야훼의 부름을 받은 사사가 등장하여 이스라엘 연합군을 지휘하고 대외 전쟁을 치르게 하였다. 전쟁에 승리한 사사들은 왕이 되어달라는 권력의 유혹에 노출되지만 사사 기드온은 명확하게 선언한다. 이스라엘의 왕은 야훼이시다. 나와 내 자손은 이스라엘의 왕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마지막 사사인 사무엘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왕을 세워 달라는 요구에 직면하였다. 그때 사무엘도 단호하게 선언한다. 이스라엘의 왕은 야훼뿐이며 만일 왕을 세우면 그가 백성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강제 노역을 시킬 것이라고.

사무엘의 예측은 정확하였다. 왕국이 된 이스라엘은 빈번한 내분에 시달렸다. 초대 왕 사울은 편집증적 망상에 시달리게 되었고, 영웅 다윗은 정복 전쟁의 엄청난 성공 후에 비극적 스캔들과 범죄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자식의 반란을 겪고 피난을 하여야 하였다. 4대 왕이 등극하였을 때 이스라엘은 두 개의 왕국을 분열하여 반목에 시달렸고 야훼의 성전도 남과 북 두 개로 쪼개졌다.

왕의 주변에는 귀족 집단이 형성되어 백성들의 토지를 약탈하기 시작하였다.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북이스라엘은 쿠데타와 왕이 살해되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극심한 혼란 속에 왕국의 내부는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었다. 기원전 722년 앗시리아의 사르곤의 군대가 침공하였을 때 북 이스라엘 왕국은 사라졌고 백성들은 노예로 팔려나갔다.

남 유다 왕국은 히스기야와 요시아 왕의 개혁의 시도가 있었다. 주로 종교개혁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 개혁이 유당 왕국을 얼마만큼 개선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개혁적 군주 후에는 무능한 국왕들이 출현하였고 바벨론의 침공에 놓이게 된 유다 왕국은 자신들의 조상들이 노예로 살았던 이집트와 군사 동맹에 의존하였다. 이미 내부적으로 붕괴된 유다 왕국은 군사 원조를 할 것으로 믿었던 이집트의 배신과 함께 바벨론에게 함락되어 암흑의 포로 생활을 맞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멸망은 야훼의 율법에 대항하여 인간의 권력 체계를 수립하고 나면 특권적 귀족층이 형성되고 난 후 나타나게 된다. 이들 귀족이 권력의 주변부를 감싸면서 왕권이 무력화되고 특권층의 세습과 급진적 불평등이 출현하고 사회적 경제적 자원을 독점 또는 과점하면서 대중의 삶이 무너져 가게 된다. 백성의 사회적 경제적 토대가 무너지면 문명의 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가게 되고 외부의 위협에 의해 최종적으로 붕괴된다. 맹자는 말했다. “무릇 한 나라가 망하는 것은 스스로 무너진 후에 타국이 와서 망하게 하고, 한 가족이 망하는 것은 스스로 망한 후에 다른 가족이 망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박종현(전 관동대 교수)  cuch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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