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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준 초대 회장, “한국고대근동학회 정착과 발전 위해 최선 다하겠다”창립학술대회서 바알신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구약성서의 창조신화 비교 발표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 승인 2022.06.13 15:24
▲ 고대근동에 대한 관심과 전공자가 드문 현실을 뚫고 한국고대근동학회가 발족해 학계와 교계의 관심을 받았다. ⓒ홍인식

한국 최초로 ‘한국고대근동학회’가 11일(토)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창립총회와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창립했다. 한국고대근동학회는 오후 3시부터 시작된 1부 학술대회를 필두로 2부 창립 총회를 갖고 회장과 임원단을 선출하면서 공식으로 출범했다. 1부 학술대회는 유성환 박사의 사회로 시작되었는데 주원준 박사(한님성서연구소)가 “바알 신화(BC), 에누마 엘리쉬(EE), 구약성서(HB) ‘바다 신의 병행 모티프를 중심으로 세 문헌의 비교 성찰’”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고 김기원 박사, 김아리 박사와 윤성덕 박사가 토론자로 나섰다.

바알신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구약성서의 창조신화

주원준 박사는 바알 신화의 『바알 신화」의 세 가지 해석을 소개했다. 주 박사는 “스미스(M. S. Smith)에 따르면 바알 신화(BC=Baal Cycle)는 과거에 자연적 우주적·비역사적으로 해석되었지만 점차 역사적·맥락적·현실적 해석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산신(豊産神) 바알을 주인공으로 4계절의 변화를 반영하는 신화라는 해석이 가장 오래되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T. H. Gaster, J. C. DeMoore), 이 이론은 바알신화 본문에 근거하지 않고, 우가릿 종교와 문화의 고유한 특징을 드러내지 못하기에 이제는 거의 지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계절의 순환’, ‘창조신화’의 언어”로 해석하는 시도(S. Mowinckel. U. Cassuto, L. Fisher, F.M. Cross 등)가 있음을 소개했다.

주 박사는 바알신화에 쓰인 창조신화의 언어 특징으로 ‘세대들’의 등장이라고 지적하며 “엘(=일루)과 그의 부인 아세라(=아씨라투)와 같은 ‘기성세대’에 대해 거의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고 그들을 계승하는 세대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을 보임으로써 현세의 질서, 곧 현재의 왕권을 정당화하는 본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바알 신화 본문의 ‘세대 간 갈등’ 또는 ‘세대 교체’의 복잡한 정황을 해석하는 시도에 대해 (1) 엘의 세대에서 바알의 세대로 이행하는 과정을 일종의 ‘지배 민족 교체’로 보거나(M. H. Pope, M. D. Coogan, Vine 등), (2) 세대 간 갈등을 ‘왕실의 권력투쟁’으로 보거나, (3) 세대 간 갈등을 일종의 ‘지배영역분할’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밖에 바알신화에 대한 스미스의 ‘제한된 등극’(the limited exaltation) 이론을 소개하며, 그의 이론은 “고대근동 세계에서 거대한 권력 사이에 놓인 우가릿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며. 바알 신화에는 분명히 이런 ‘약소국의 정서’가 배어 있다.”고 했다.

이어 고대근동 창조신화 언어에서 새롭게 탄생한 질서 이전의 상태는 ‘혼돈’이 ‘바다’로 표현됨을 상기하면서 “고대근동 창조신화는 ‘혼돈을 상징하는 바다’를 꺾고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고대 이집트의 대표적 창조신인 아툼(Atum)과 메소포타미아의 창조 신화의 메인 빌런(main villain)은 물론 신바빌로니아 시대의 「에누마 엘리쉬」에서 ‘티아맛’(Tiamat) 등 모두 바다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마르둑이 여신 티아맛을 물리치고 그뿐만 아니라 우가릿의 바알도 바다의 신 얌무(Yammu)를 꺾고 승리하며 구약성경(HB = Hebrew Bible)에서 야훼는 트홈(tehöm, 혼돈)과 나하르(nahar, 강)와 얌(yam, 바다)을 꺾고 질서를 세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창세기, 탈출기, 여호수아기, 시편, 예언서 등). EE와 BC와 HB에서 질서를 세우는 신이 바다를 물리친 방법은 매우 유사함을 지적했다.

주 박사는 세 문헌의 병행 요소, 영향사 그리고 특징에 대하여 언급하기도 했다. 먼저 바다신과 관련된 병행 요소를 강조하며 “얌무와 티아맛은 실제 기표(signifiant)와 기의(signifié)가 동일한 신이며, 우가릿 토판(RS 20.024)의 경우 얌무와 티아맛을 동일한 신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고, 따라서 “바다 신에 대해서 고대 근동 세계 안에서 우가릿과 바빌로니아의 인식이 동등성(equivalency)을 지니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대근동 문헌들 사이의 영향사에 있어서 BC와 EE의 관계에 대해 BC가 EE에 영향을 끼친 것에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으며(W. G. Lambert, Jacobsen, Tugendhaft), HB는 이스라엘의 유배시기를 통해서 EE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언급했다. HB와 BC의 언어적·문학적 영향도 널리 인정되고 있고 따라서 BC는 다른 두 문헌에 영향을 끼쳤고 HB는 다른 두 문헌을 모두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바다신의 모티프를 중심으로 세 문헌 사이의 영향사를  BC→EE→HB 혹은 BC→HB의 형태로 도식화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병행요소와 영향사로부터 출발해 세 문헌의 특징을 다시 해석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언급했다. 세 문헌을 비교하면서 “BC의 주인공 바알은 혼돈의 신도 죽음의 신도 완전히 물리치지 못하며, 등극한 바알은 엘의 지배를 받는다.”며 “바알의 제한된 등극은 이집트와 히타이트 사이에서 약소국의 번영을 도모하던 우가릿의 처지가 반영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EE에는 제한된 등극이 없으며, 주인공 마르둑은 혼돈뿐 아니라 그 이전 시대의 모든 최고신(아누, 엔릴, 엔키 등)의 권능을 월등히 상회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주 박사는 “HB이 탄생한 고대 이스라엘은 우가릿처럼 약소국이었고 때로 봉신국과 같은 처지(솔로몬의 혼인 외교, Black Obelisk 등)였음에도 불구하고 야훼는 제한된 등극을 모르며. 오히려 다른 모든 신보다 가장 월등한 존재로 고백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특징에 기반하여 구약에 대한 해석과 성찰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서강대 주원준 박사가 초대 회장으로 선출되어 한국고대근동학회의 정착과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홍인식

한국고대근동학회 창립 산파 역할한 주원준 박사 초대 회장으로 선출

주제 강연에 이어 토론이 계속되었고 창립총회가 진행되었다. 이어진 창립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주원준 박사가 2년 임기의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주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고대근동학회 로고 설명과 창립선언문으로 대신한다.”며 “앞으로 한국고대근동학회의 정착과 차분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 회장은 “‘한국고대근동학회’의 로고는 고대근동 세계를 함축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고대 이집트는 고대근동의 서쪽 지역으로서 지혜의 땅으로 이름이 높았다. 부엉이 모양인 성각문자 m은 고대 이집트의 지혜를 상징한다. 오른쪽 쐐기문자는 딩기르(dingir)로 읽고 '신'으로 새기는데 고대근동 세계의 동쪽지역인 메소포타미아에서 발생한 인류 최초의 문자를 상징한다. 가운데 작은 쐐기는 우가릿 알파벳에서 낱말 사이를 구분하는 '빈칸'(space)의 역할을 하는데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라는 양대지역 사이에 자리잡은 시리아-팔레스티나를 상징한다. 우리는 신과 자연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으로서, 부엉이의 매서운 눈처럼 고대근동 세계를 직시하고 통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 회장은 “작고 소박한 학회의 창립총회에 관심을 보내주시고 직접 왕림하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꾸준한 관심으로 한국고대근동학의 성장과 발전을 함께 하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한편 한국고대근동학회는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회원은 학술회원, 일반회원과 학생회원으로 구분된다. 학술회원은 고대 근동학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고대 근동 관련 저서, 역서, 논문 등을 발표한 석사학위 소지자로서 연회비 2만원을 납부하며 일반회원은 고대 근동학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 연회비 2만원을 납부하며 학생회원의 경우 고대근동학에 관심 있는 대학생, 대학원생으로서 연회비 1만원을 납부하면 된다. 회비는 신한은행 110-540-186 785(예금주: 주원준)로 납부 가능하다.

ⓒ한국고대근동학회

다음은 한국고대근동학회 창립선언문 전문이다.

한국고대근동학회(KANES)창립선언문

한국의 지성은 인류 최초의 문명에 대해 무지하다. 고대 근동 세계의 역사, 언어, 문학, 종교, 철학 등의 강의를 개설하는 대학은 거의 없고 대중들이 제대로 배울 기회도 퍽 적다. 그리하여 인류 최초의 문명에 대한 지식은 체계적으로 연구되고 전수되기는커녕 무지, 편견, 오해, 억측, 왜곡 등의 구름이 드넓게 드리우는 형편이다. 고대 근동 세계에 대한 문맹(文盲)과 같은 안타까운 상황을 극복하고자 우리는 개별적인 걸음을 모아 함께 걷기로 했다.

근대 인문학의 역사도 짧고 그리스도교 신학의 뿌리도 얕은 한국에서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명이자 고대 이스라엘이 탄생한 고대 근동 세계에 대한 학문을 아직 낯선 분야로 인식한다. 인류 최초의 문명에 대해 강렬한 호기심을 품은 학생들이 옳게 공부할 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고대근동학을 전공한학자들이 존재하건만, 그들은 때로 의기소침하였고 후회하거나 절망의 가장자리까지 접근하기도 하였다.

소수학문이라는 현실을 딛고 시작하는 한국고대근동학회는 두 가지 임무를 자임한다. 첫째는 한국고대근동학의 진흥과 발전으로 학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다. 둘째는 한국에서 고대 근동학을 대중적으로 설득하고 확산하는 것이다. 학술 활동과 대중적 설득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한국고대근동학회가 한국의 지성이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를 마련하고 작은 요람과 등불이 되기를 희망한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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