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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피즘과 금욕주의이슬람 신비주의 (1)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 승인 2022.06.14 16:23
▲ 수피즘에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노래 부르는 전통이 있는가 하면 또 묘한 이름의 ‘술취한 수피’라는 전통도 있다. 이런 전통을 고수하는 수피들은 평상시의 의식 상태와는 다른 일종의 환각상태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실험했다. 이들은 예를 들어 단식을 하거나 밤새워 기도를 드린다거나 하나님의 이름을 반복해서 주문처럼 부르는 지르크/디크르(Zikir/Dhikr)를 통해 이를 성취했다. 이들은 또 쉬지 않고 계속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거나(메블레비 계파), 반복적인 노래를 부르든지 아니면 마약이나 커피를 복용하여 환각상태를 유도했다. 그런 이유로 해서 이들을 술 취한 수피(drunken sufis)라고도 불렀던 것이다. ⓒGetty Image

영성(Spirituality)과 신비주의(Mysticism)는 일반적으로 혼용되고 있다. 영성의 라틴어 뿌리인 동사 ‘spirare’는 ‘숨 쉬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에 상응하는 형용사 ‘spiritualis’는 ‘숨 쉬는 것에 속하는, 또는 공기에 속하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영성’이라는 단어집단이 ‘생명’과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1) 그런데 영성이라는 단어는 초기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영과 육이라는 이원론적 의미로 변형되어 발전해 갔고, 이런 전통은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영성을 세계와 타자의 현실로부터의 도피와 회피라는 부정적 의미에서 이해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신비주의란

신비주의를 나타내는 영어 Mysticism은 궁극적으로 헬라어 명사 ‘mysterion’(mystery)과 형용사 ‘mystikos’(mystical)에서 유래하는데, 두 개 모두 동사 ‘myein’, 곧 ‘닫다’(예를 들면 눈을 감거나 입술을 닫는 것)와 관계되어 있다. 이것은 동시에 숨겨져 있는 혹은 비밀스럽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으며,(2) 그런 의미에서 절대자, 무한자, 신과의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접촉 체험에 기초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신비주의에는 헬라어에서 유래한 다른 세 가지 중요한 개념들이 내포되어 있는데, 엑스터시(ekstasis), 합일(enosis), 비존재(me-on)가 그것이다. 여기서 엑스터시는 도취적인 탈아상태나 의식의 침몰을 의미하지 않고, 초월에 대한 개방, 영적 잠재력의 각성을 의미한다. 합일은 절대자 혹은 더 높은 차원의 존재와 경이로운 느낌으로 하나 되는 체험을 의미한다. 비존재는 인간이 존재를 넘어서서 순전한 무에 이르는 체험을 일컫는다.(3)

영성과 신비주의의 차이를 굳이 지적한다면, 영성이 아래로부터 신에 이르는 길이라면, 신비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곧 신으로부터 인간에로 이르는 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영성이 반복된 훈련과 제의를 필요로 한다면, 신비는 신의 직접적인 개입과 개인적 체험을 강조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영성과 신비체험은 서로 뗄 수 없이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혼용하기로 한다.

마크 메킨토쉬는 그리스도교적 신비를 ‘한 주어진 순간의 강렬한 경험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하나의 과정, 혹은 삶의 방식으로’(4) 이해하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다. 신비는 순간적 체험과만 관계된 것이 아니라 긴 삶의 과정에서 함께 성숙하는 신앙과 관계된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성은 본질적으로 상호적이고 공동체적이고 실천적이기 때문이다.(5)

이슬람 수피 형제단과 수피주의

수피주의는 수프(양모)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이 용어로 우리는 그것이 원래 금욕적 성격의 운동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근동 지방에 거주하던 초창기 그리스도교 금욕주의자들이 주로 양모 외투를 걸쳤듯이 초기의 무슬림 금욕주의자들도 어두운 색깔, 보통 암청색의 양모 옷을 입은데서 수피라는 말이 유래한다.(6)

수피는 속세를 떠나 그들의 가정을 버리고, 친구들로부터 도망하여 육체적 욕망을 억제하며, 헐벗은 채로 세상을 유랑하면서, 벌거벗은 것을 면하고 기아를 달랠 정도의 필요불가결한 세상의 물건만 취했다. 이들이 금욕과 방랑을 통해 추구한 것은 자유였다. 누가 수피인가? 라는 질문에 한 수피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무엇으로부터도 소유당하지 않는 사람.’(7)

수피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은 아부 알리 알-루다바리는 ‘순결 위에 양털 옷을 입고, 포악한 취미의 욕망을 버려 세상을 등지고 선택된 사람의 길을 여행하는 사람들’이라고 대답했다. 같은 질문을 받은 사흘 빈 압딜라 알-투스타리(8)는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고 깊은 명상을 하며, 신을 위하여 인간성을 버려 그들 눈에는 금이나 진흙이나 똑같게 보이는 사람이다’라고 대답하였다.(9)

이슬람 신비주의

이슬람 신비주의가 형성된 배경에는 무함마드 사후 전개된 정복전쟁에서 우마이야 할리파조(661-750)의 지배자들의 엄청난 부와 타락, 꾸란에 명시된 최후의 심판에 대한 두려움과 참회에의 촉구가 놓여 있다. 이 시기 신심이 돈독한 무슬림들은 내정의 문란, 아랍계와 비아랍계의 불화, 부자와 가난한 자의 갈등으로 어지러운 사회를 개탄하면서 예언자 무함마드와 그의 신도들이 행했던 경건한 생활을 본받으려고 했다.(10) 이들은 원래 순수한 이상이었던 속세에 대한 단절, 무관심이라는 은둔과 금욕주의적인 삶의 방식을 되찾고자 했다. 이들에게 금욕주의는 인간의 영혼을 저급한 욕망에서 해방시키고 그의 자유를 속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스럽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11)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에서 등장한 최초의 금욕주의자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하산 알-바스리(728년 사망)는 지옥의 공포를 끊임없이 강조한 인물이다. 하산의 영향을 받은 금욕주의자들은 가능한 밤을 새워 기도하고, 정해진 기간보다 훨씬 오래 단식을 했으며, 금지되거나 허용되지 않은 것뿐 아니라 비록 허용되더라도 민감한 사람의 눈에 조금이라도 의심스런 것들은 삼가면서 생활했다. 그들은 ‘악을 부추기는’(수라 12/53) 자신의 나프스(저급한 영혼)와 끊임없이 씨름했다. 예언자의 말에 의하면 나프스와의 투쟁이야말로 하나님께 올리는 봉사 중에서 가장 위대한 지하드, 진정한 거룩한 전쟁이라고 했기 때문이다.(12)

이란 동부 호라산 지방에서 발전된 금욕주의는 불교적 금욕생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 지역 최초의 금욕주의자는 이브라힘 이든 아드함(777년경 사망)이었다. 그는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신뢰(타와쿨)를 주장했는데, 이것은 여비도 식량도 없이 여행을 떠난다거나, 어떠한 의학적 도움도 구하지 않는다거나, 심지어 자신들에게 주어진 것이 아닌 한 일체의 음식을 멀리한다는 것을 의미했다.(13)

이슬람 수피즘과 금욕주의의 중심

초기 수피즘의 중심적 주제의 하나는 파크르(가난)이었다. 수피들은 파크리 파흐리(나의 가난은 나의 자랑이다)라고 한 예언자의 말을 귀감으로 삼았다. 지상적인 어떤 것에 대한 소유도 멀리할 것이 요청되었다. 비록 후기에 가서는 많은 빈자(파키르)들이 영향력 있는 지주로 변했고, 초창기의 금욕적 이상과는 정반대로 지배계층과 결탁하기도 했지만 물질적 가난은 오랫동안 수피들이 추구하는 이상으로 남았다.

타와쿨(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신뢰)이 윤리적 이상으로 내면화되었듯이 가난도 내면화된 것이다.(14) 물질적 가난 외에도 ‘파크르’는 ‘모든 좋은 것을 포기하는’ 의미로, 더 나아가 ‘저승에 대한 모든 바람과 희망을 포기하는’ 의미로도 이해되었다. 이것은 거의 ‘파나’(無化, 絶滅)와 같은 의미가 된다. 이는 12세기에 처음 언급된 이래 자주 인용된 ‘가난이 완벽해지면 곧 하나님이다’라는 말 속에 함축되어 있는 견해이기도 하다. 즉 절대적인 가난 속에 있는 피조물은, 말하자면 그의 모든 것이 되어주는 창조주의 영원한 풍요로움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15)

가난과 단식, 철야기도 또는 침묵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자기반성도 금욕주의적 신비주의에 중요한 주제였다. 지상적인 재물에 대한 집착보다 더 나쁜 것은 거만, 자만 그리고 명예와 칭송에 대한 애착이다. 특히 경건함과 헌신적인 노력을 통하여 남들로부터 성인으로 일컬어지는 것에 대한 욕망을 경계하고 있다. 외면적으로는 죄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비난이나 꾸중을 듣는 것이 경건함을 내보임으로써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 것보다 오히려 더 바람직하다.

이것은 적어도 10세기에서부터 11세기에 걸쳐 활동한 지극히 경건한 구도자의 무리, 이른바 말라마티야파의 견해였다. 그들의 명칭은 말라마(비난)에서 왔다. 그러나 이런 태도도 다른 수피들에 의해 비판을 받았는데, 그들은 칭찬이든 비난이든 다른 사람의 반응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그 수피가 아직 진정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금욕의 목적은 무엇보다 ‘리다’(만족), 즉 무엇이 주어지든 그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용하는 자세이다.(16) 수피들에게 감사의 행위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는데, 무언가 얻어서 감사하는 단계, 그것을 얻지 못해도 감사하는 단계, 그리고 감사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감사하는 단계가 그것이다.(17)

미주

(1) James A. Wiseman, Spirituality and Mysticism, NY 2006, 1.

(2) James A. Wiseman, Spirituality and Mysticism, 7.

(3) 게르하르트 베어, 『유럽의 신비주의』, 조원규 역 (서울: 자작, 2001), 8-9 참조.

(4) 마크 A. 메킨토쉬, 『신비주의 신학』, 정연복 역 (서울: 다산글방, 2000), 64.

(5) 마크 A. 메킨토쉬, 『신비주의 신학』, 20.

(6) 안네마리 쉼멜, 『이슬람의 이해』, 김영경 역 (경북 왜관: 분도출판사 1999), 147.

(7) 알-칼라바디, 『이슬람 신비주의자들의 교리』, 정무삼 역 (서울: 조명문화사, 1995), 16.

(8) 아랍 사람들의 이름은 보통 네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첫 부분이 개인의 이름이고, 둘째가 아들(빈)이라는 표현이며, 셋째가 아버지 이름이고 넷째가 가문을 가리키고 있다. 예를 들면 사흘 빈 압딜라 알-투스타리는 알-투스타리 가문의 압딜라의 아들 사흘이라는 뜻이다. 아부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아버지라는 뜻이다. 알-칼라바디, 이슬람 신비주의자들의 교리, 24 참조.

(9) 알-칼라바디, 『이슬람 신비주의자들의 교리』, 21.

(10) 카렌 암스트롱, 『신의 역사 II』, 배국원·유지황 역 (서울: 동연출판사, 1999), 416 참조.

(11) 알-칼라바디, 『이슬람 신비주의자들의 교리』, 256-257 참조.

(12) 안네마리 쉼멜, 『이슬람의 이해』, 148.

(13) 안네마리 쉼멜, 『이슬람의 이해』, 149.

(14) 안네마리 쉼멜, 『이슬람의 이해』, 149-150.

(15) 안네마리 쉼멜, 『이슬람의 이해』, 151.

(16) 안네마리 쉼멜, 『이슬람의 이해』, 151.

(17) 안네마리 쉼멜, 『이슬람의 이해』, 150.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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