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이·망소이 기념탑 조각상 ⓒdoopedia

고조선 시대의 토지제도가 어떤 형태였는지 알려진 기록은 빈약하다. 삼국시대에도 신라 말기의 제도를 제외하면 고구려와 백제의 토지제도 및 그 내용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기록에 의하면 고조선의 경우는 구약의 체제와 유사한 정도의 발전 단계를 보여준다. 고조선은 4계급의 사회이며 세제는 이십일조 세제를 유지하여 백성에 대한 세제가 관대한 체제로 알려져 있다. 보통 십일조세를 유지하던 고대의 다른 체제에 비해 관대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통일신라 말기의 모습은 왕족과 귀족의 사치로 경주에서 고기 굽는 숯의 수요가 엄청났고 대다수 백성들은 기아에 허덕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신라의 토지제도는 정전제(丁田制)였다. 농사와 병역을 수행할 장정들에게 국가가 경작권을 허용하는 제도였으니 농민에 대한 수탈은 귀족층의 고율의 세금에 의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신라 멸망 후 고려에 의해 새로운 통일 국가가 출현하게 된다. 고려는 전시과(田柴科) 제도를 도입하였다. 전지는 농사가 가능한 토지이고 시지는 땔감을 얻는 토지였다. 토지는 명목상으로는 왕유지로 국가의 소유였고 국가가 귀족과 관료에게 수조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귀족과 관료는 토지는 세습되었고 또 음서제도라는 것을 통해 귀족들의 최고위 관료직 또한 세습하였기 때문에 귀족들의 정치적 경제적 권한은 막강한 것이었다.

고려 광종은 과거제도를 도입하여 관료 엘리트를 선출하여 귀족을 견제하려 하였고 노비제를 완화하여 백성의 삶을 개선하려 하였다. 이러한 적극적 정책이 시행될 때는 백성의 생활이 개선되어 갔으나 거란의 침입과 몽골의 침입 등 대외전쟁 등으로 고려의 체제 위기가 가속화 하였다. 전쟁을 거치면서 중앙집권적 왕정 체제가 약화되며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권이 약화되어 귀족들의 지방에서 권력이 증가하였다. 호족들은 가문을 중심으로 농민들에 대한 토지 약탈을 감행하였다.

고려 호족들의 토지 약탈은 고율의 이자로 담보대출을 통해 농민의 토지를 매입하였고 다른 방법은 농민들의 토지문서를 무효화 하거나 소각하여 토지를 강탈하였다. 이는 지난 회에 서술한 로마 귀족들이 시민들의 토지를 약탈하는 방식과 같은 것이었다.

고려의 문신들에게 멸시 당하던 고려의 무신들은 무력으로 문신과 왕실을 제압하고 무신 정권을 수립하여 한 세기 이상 권력을 장악하였다. 무신 정권도 문신 귀족들처럼 농민들의 토지를 약탈에 가세하여 농민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와 같은 상황이 도래하자 농민들은 전국적으로 항쟁을 일으켰다. 이름 하여 농민 반란이라 알려진 일련의 농민 항쟁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중등 교과서에 나오는 망이 망소이의 난, 효심이의 난, 만적의 난 이름이 알려진 농민 반란은 고려의 상류층의 총체적 수탈이 극에 이르자 일어난 농민의 항거였다.

몽골제국과 고려가 무력 대결을 종결하고 왕실 간의 혼인 관계 등을 통해 정치적 관계가 안정을 이루자 고려의 왕들은 그간 성숙한 정치세력이 된 사대부들을 통해 국가 개혁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추락한 왕권은 강력한 귀족들의 세력을 꺾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오히려 고려 말기의 국왕들은 정치적 불안 속에서 폐위되거나 억압되거나 하며 개혁을 이루지 못하였다. 대륙에서 원·명 교체기였고 일본은 통일된 정부가 수립되지 않아 고려 쇠퇴하였으나 외침을 통한 위협은 피할 수 있었다. 고려는 결국 귀족들의 지방에서 독자적 정치 세력화와 농민 수탈로 국가 체제를 더 유지하지 못하고 멸망하고 만다.

박종현(전 관동대 교수)  cuch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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