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표현한 스테인드 글라스 ⓒWikipedia

『로마서 강해』 독일어 판이 출판된 지 정확히 40년 후에, 배타적인 바르멘의 고백 선언이 나온지 정확히 25년 뒤에,(1) 바르트는 다시 한 번 그의 단호하고 배타적인 주제인 예수 그리스도는 “단 하나의 유일한 생명의 빛”이란 주제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여기서 바르트는, 기독교의 계시의 배타성에 대한 모든 확증과 강화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유일한 빛과 다른 빛들 사이, 단 하나의 유일한 하나님의 말씀과 피조된 말들(“그러나 참된 말들”)(2) 혹은 적어도 참된 말들일 수 있는 다른 말들 사이의 관계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확실히 그 말들은 성서나 교회의 말들은 아니다. 왜냐하면 성서와 교회의 선포는 바르트에 의하면 단지 하나님의 말씀에서 유래된 다른 두 가지의 형식들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속적인 말들과 피조된 세상의 빛들에 속하는 것은 어떤 것이고, 또 어떻게 그것들은 단 하나의 참된 생명의 빛과 단 하나의 유일한 말씀과 관련되는가?

하나님의 유일한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

바르트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를 낮추는 참 하나님인 동시에 높이 올려져 하나님과의 사귐 속에 들어간 참 사람이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난 이 두 운동은 각기 그의 제사장과 왕의 직무와 상응하고 포괄하며, 화해론의 “구체적인 내용”과 “내적인 변증법”을 이룬다.(3) 그러나 그리스도의 화해의 사역은 또한 세 번째 측면이 있는데, 그것은 ‘계시’의 특징을 지니는, 그의 안에서 일어난 화해의 사역을 확증하고, “그 자체를 진리로서 표현하고, 드러내고, 계시하는”(4) 그의 예언자의 직무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생명의 진리와 빛(요1:4이하)으로서 화해의 사역을 성취하는 그 자신의 존재와 행동을 스스로 선언하고 알리는 하나님의 참 증인, 말씀이다. 바르트는 이 주제를 “예수 그리스도는 살아 계신다”는 그리스도론적 진술과 함께 시작한다. 그런데 그리스도는 부활하신 주로서 살아 계시기 때문에, 그의 생명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사이의 차이를 극복하고, 그것을 넘어 있는 영원한 생명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와 같이 살아 계시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계시하신다. 그러므로 이 생명은 그 자체로 닫혀져 있거나 말없는 것이 아니고, 우리 안에서 그것의 표현과 성취를 발견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말하고, 빛을 발하고 그렇게 우리에게 이르고 모든 사람들을 포괄하는 생명이다.(5)

따라서 그 생명은 그 자체로 객관적인 진리와 타당성을 갖고 있고, 어둠의 세상에서 말하고 빛을 발하며 동시에 우리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우리를 향해 빛을 발한다. 바르트에 의하면 이것은 ‘화해’가 곧 ‘계시’라는 것과 그것들이 각각 예수 그리스도와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화해하고 계시하는 자이고, 그렇게 하면서 그는 그 자신의 참 증인이 된다.(6)

여기서 우리는 분명하게 바르트의 ‘그리스도론적 집중’에 대해 보게 된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빛의 근원이고, 세상의 유일한 빛이라는 주장에 내재하는 문제점에 대해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 외에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또 말해져서도 안 된다는 확신 속에서 이것을 논한다. 왜냐하면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단순히 많은 빛들과 진리들 가운데 어느 하나의 진리나 최고의 진리가 아니라, 단 하나의 유일한 생명의 빛이기 때문이다.(7)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에 관해 말한 이런 진술은 그밖에 다른 어떤 것에, 곧 교회나 혹은 기독교의 절대성에도 적용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바르트는 그것은 다만 그리스도론적 진술에만 타당하다고 제한하고,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바르트는 여기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모든 배타적인 주장의 기초가 되는 두 가지 특유한 진술을 한다. 첫째, 예수 그리스도는 유일무이한 하나님이다. 주님으로서 그는 하나님이고, 하나님의 권위와 능력으로 행동하며 사람들에게 그의 주장을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와 같이 참 하나님이기 때문에, 배타적인 진술의 두 번째 부분이 가능하다. 우리는 그의 안에서 완전한 구원과 갱신을 얻는다. 그는 우리가 신뢰하고 살아도 죽어도 순종해야 하는 유일한 구주이다.(9)

예수 그리스도는 단 하나의 유일한 생명의 빛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자로서 또한 그 자신과 사람에 관한 완전하고, 전적인 하나님의 선언이기도 하다. 모든 진리는 그의 안에 담겨져 있고, 그의 곁에는 다른 어느 진리들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바르트는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단 하나의 유일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오직 그분 만이 하나님의 빛이고 하나님의 계시이다.”(10)

유일한 진리와 다른 진리들의 관계

그러나 바르트에 의하면 성서와 교회의 영역 밖에도(extra muros ecclesia) 참된 말들이 있다. 바르트는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자들, 따라서 그를 믿지 않고 증거하지도 않는 자들에 의해서... 선언된 다른 참된 말들이 똑같이 교회 밖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심각한 이유가 없다”(11)고 확인했다. 그렇다면 그 말들은 어떤 것이고, 성서가 증거하는 단 하나의 유일한 참된 말씀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세상에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과 세상을 화해시키셨다는 사실에서 유래하는 참된 말들이 있다. 성서에 증거된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 우주적 사실에 대한 계시이다. 그리스도는 이미 악과의 전투에서 승리했고, 지금 모든 것의 주님으로 계신다. 온 세계는 그의 말씀의 지배 아래 있다. 이 진리는 교회 안에서 그리고 교회를 통해서 선언된 성서의 증거 안에서 우리에게 나타나고 알려졌다.

따라서 우리는 “정당하게(de jure) 그의 십자가로부터, 그의 안에서 성취된 화해로부터 모든 사람들과 온 창조세계가 그의 영광의 무대, 그러므로 그의 말씀의 수령자들과 담지자들로 정해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백해야 한다.(12) 그러므로 성서의 증거로부터 세상에 있는 참된 말들의 이런 가능성에 대한 지식을 끌어내는 한, 우리는 “세상에서 충분히 엿들어야 하고” 거기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13)

세상에 있는 참된 말들의 근거와 가능성은 이와 같이 성서가 증거하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우주적 주권이다. 부활한 자로서 그는 세상의 주님이고, 그 자신을 위한 증인들을 성서와 교회 밖에서조차 불러낼 수 있다. 주님은 “이 돌들을 들어 아브라함의 자녀들로 만들 수 있다”(마3:9). 이런 이유에서 바르트는 교회의 영역밖에 있는 자들조차도 그리스도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밖에서 들리는 참된 말들은 결코 유일한 참된 말씀과 비견될 수 없다. 그것들은 단지 어느 한 측면을 해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고, 어떠한 위임도 야기할 수 없다. 그러나 교회는 이 말들이 유일한 참된 말씀과 관련되어 있는지를, 그리고 그것들이 유일한 말씀을 교회 자체에 의해서 보다 더 낫게 그리고 더 빠르게 증거하지나 않는가를 면밀히 검사해야 한다.

그것은 그 말들이 성서와 교회의 교리(어떤 제한과 함께)에 일치하는지 어떤지를, 그리고 교회밖에 있는 이 말들의 열매들이 선하고 그것들이 교회 안에서 긍정적인 결과들을 낳는지 어떤지를 판별하는 것이다.(15) “만일 다른 곳에서 유래하는 어떤 말에 의해 교회가 그의 약함과 혼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 그때 교회는 어떤 참된 말과 관계하고 있는 것이다.”(16)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그것들은 오직 제한된 정도에서만 구속력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말들이 성서와 교회의 영역밖에 있는 참된 말들인가? 석가모니, 공자, 마호메드와 같은 종교 창시자들의 설법인가, 아니면 소크라테스나 플라톤과 같은 철인들의 교훈인가? 바르트는 여기서 성서와 교회밖에 있는 참된 말들에 대해 단 하나의 구체적인 예도 제시하지 않았다.(17) 그것은 존 톰슨이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여기에서의 바르트의 관심이 “이런 참된 말들을 따로 생각하려는데 있지 않고 오히려 그런 참된 말들을 불러일으키고 그것들을 통해서 그 자체를 증명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예언”(18)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르트는 성서와 교회밖에 있는 말들이 참된 것인지 아니면 거짓된 것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다음과 같은 질문 속에서 제시했다.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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