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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운동의 약진기독교운동의 균열에서 읽어내는 한국 사회운동의 균열 ⑶
황용연 연구기획위원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 승인 2022.07.11 15:55
▲ 지난 2019년 12월 제33회 NCCK인권상 시상식에서 박경석 당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이 인권상을 수상했다. ⓒ에큐메니안

5.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일들을 겪은 후 다가온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시기에 한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은 크게 두 가지 양상을 보이게 된다.

우선 시작 직후부터 광우병 쇠고기 문제로 인한 촛불시위가 벌어졌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치로 인해 리버럴 진영(과 하위파트너 구실을 할 때가 많았던 진보 진영까지)과 보수 진영의 갈등이 사회 전반적으로 상당히 심화되었고 중요 선거 때마다 양 진영의 총력전 양상이 심해졌다. 이런 총력전 양상은 세대로 보자면 학생운동을 통한 의식화 과정의 영향이 미약한 1970년대~80년대 출생자들이 2008년 촛불시위와 더 나아가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등을 겪으면서 반보수정권적인 정치적 각성을 하는 상황과 맞물렸다. 또한 이 시기 보수 진영이 지성적 측면에서 뉴라이트 등의 반격을 시도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역사 국정교과서 만들기 시도 등을 벌이면서 총력전 양상이 지성적 측면으로도 확대되었다.

이러한 총력전 양상은 세월호 사건이 벌어지면서 더욱 심화되었는데 그 이유는 이 사건이 한국 사회에 대한 전방위적인 절망으로 의미화됨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신망이 결정적 타격을 받고 앞에서 지적했던 반보수정권적인 정치적 각성이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결국 최순실 사태와 2016년 촛불시위를 거쳐 첫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전개된 리버럴 진영과 보수 진영의 총력전 양상이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구도로 인식되는 가운데에서도 그 총력전 구도와 일정하게 분리된 독자적 운동들이 전개되었다. 이런 독자적 운동들은 주로 이슈 중심으로 전개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장애인운동과 성소수자운동 등 이미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발전되어 온 각종 소수자 운동들의 독자적 발전이 이어졌고 여기에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를 매개로 한 반차별 이슈도 겹쳤다. 그리고 2010년대 후반 들어서 페미니즘의 대중적 효과가 강화되면서 소수자 운동에 대한 관심 향상이 동반되는 양상도 보였다. 또한 2010년대 들어 자본의 흐름이 공간 재편에 집중되면서 본격화된 젠트리피케이션에 저항하는 운동이 각개 현장별로 일어났다.

각개 현장별로 운동이 벌어지는 현상은 노동운동에서도 일어났는데 기존 운동의 산물인 민주노총 등의 내셔널 센터가 정체를 보인 가운데 사업장별/이슈별로 각개 투쟁이 진행되면서 그 각개 투쟁들이 장기화되는 양상이 벌어졌다. 기존 운동의 영향력의 약화라는 현상은 페미니즘의 경우에서도 발견되는데 2010년대 후반의 소위 페미니즘 리부트 현상이 기존의 여성운동/페미니즘과 (의식적이지 않은 상태에서의) 단절 속에서 진행된 것이 그 예이다.

이런 이슈 중심적 독자적 운동들은 사회 전반적인 총력전 양상과는 약간 다른 지점에서 참여자들의 의식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장애인운동의 경우는 투쟁성, 조직력, 담론 생산 능력까지 겸비한 나름의 총체적 의식화의 체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6.

앞에서 서술한 사회정치적 두 가지 총력전 양상을 통한 사회의식의 정립 경로와 이슈 중심적 독자적 운동을 통한 사회의식의 정립 경로는 촛불시위와 박근혜 탄핵의 시점까지는 별 문제없이 공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촛불시위와 박근혜 탄핵은 한편으로는 리버럴 진영의 총력전의 승리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동안 한국 사회에 쌓여온 모든 모순들의 해결을 요구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생기는 계기이기도 했으며 문재인 정부의 수립은 이런 분위기에서 자신들에 대한 기대를 일정하게 끌어냄으로써 가능했다.

그래서 (북조선까지 포함한) 한국 사회에 뭔가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면서 문재인 정부 초반기 최고의 동력을 제공했던 (남)-북-미 평화 체제 구축 노력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시점부터, 총력전을 통한 사회의식의 정립 경로와 독자적 운동을 통한 사회의식의 정립 경로 사이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자의 경로에 많이 관여된 이들은 특히 촛불시위와 탄핵으로 박근혜를 비롯한 보수 진영이 적폐로 몰리기까지 하는 지경에서 ‘적폐와 그 반대편’이라는 갈등 구조를 깊이 내면화하여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립했다. 반면 후자의 경로에 많이 관여된 이들 중 적어도 일부에게는 독자적 운동이 벌어지는 각각의 이슈/현장에서 노출되는 문제의 책임이 ‘적폐세력’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적폐의 반대편’도 주력이 되어 운영하고 있는 한국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있다는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앞에서 서술한 총력전 양상의 영향력에서 에큐메니칼 운동과 개혁적 복음주의 운동 역시 자유롭지는 않았으며, 또한 양 진영 모두에서 이슈 중심적 독자적 운동에 관한 관심들도 일어났다. 에큐메니칼 운동 진영에서는 기본적으로 총력전 양상에 따른 사회 구도 인식을 베이스로 한 가운데 젊은 신학생들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기독교적 현장 저항 운동을 일으키면서 이 운동을 비롯한 이슈 중심적 독자적 운동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에큐메니칼 진영 내에서는 방금 지적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저항 운동을 제외하면 동조의 분위기 이상의 언행은 나오지 않았으며, 해당 저항 운동의 경우 앞에서 지적한 ‘적폐와 그 반대편 모두의 책임’을 더 깊이 의식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써 총력전 중심의 구도에서 이탈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편 페미니즘 이슈의 경우 교회내 성폭력 문제를 매개로 여성 활동가들의 적극적 활동이 있었으나 여성 활동가 외에는 역시 동조의 분위기 이상으로 나아가기 힘들었다.

이런 양상을 잘 보여 주는 예 하나를 꼽아 보자면, 최근에 있었던 성소수자 교인 목회에 관한 한 토론회에서 어느 발표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해당 발표자는 에큐메니칼 운동 진영의 대표격 교회 중의 하나에서 청년 담당 목회자로 활동했는데, 본인이 활동하던 기간 동안 그 교회를 새로 찾아온 청년교인들이 모두 페미니즘과 소수자 운동에 관심이 있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소수자 당사자이거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막상 해당 교회 내부에서는 이 점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개혁적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주로 2008년 촛불 시위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시기부터 그 활동이 부각된 인사들 중심으로 총력전 양상의 영향력이 퍼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소수자 운동에 대한 동조의 분위기에 그쳤던 에큐메니칼 운동 쪽과는 달리 개혁적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주로 아카데미 강좌 사업에서 페미니즘과 소수자운동에 관한 관심이 적극적으로 표출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로 인해 이 흐름에서는 개혁적 복음주의의 정체성 자체가 어느 정도의 변화를 보였다고 판단되는데 이 판단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이슈 중심적 독자적 운동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찾자면, 에큐메니칼 운동 진영은 반독재에서 반보수로 전환한 경우나 개인적 판단에 의해 민중 용어를 고수하는 경우 등의 영향력이 꽤 존재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에 선뜻 들어맞지 않는 소수자 운동 등의 독자적 운동에 다가가는데 어느 정도의 장애가 존재하는데, 일반 사회운동과 일정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었던 개혁적 복음주의 진영에는 그 거리두기가 오히려 그런 장애를막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한 가지 이유가 아닌가 한다.

황용연 연구기획위원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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