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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종단,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 참사 해결 촉구 입장문 발표“장애도 차별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세요. 우리는 투쟁으로 기억하겠습니다!”
정리연 | 승인 2022.07.13 15:35
▲ 5대 종단 연속 추모기도회 마지막은 전통적 의례인 49재가 삼각지역 지하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되었다. ⓒ정리연

지난 3월, 경기도에서 발달장애 자녀가 부모에 의해 죽임을 당한 두 건의 사건 이후 전국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반복된 죽음의 사슬을 끊어 달라’를 외치며 556명이 삭발을 했다. 42회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4월 19일이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 형제자매부터 발달장애가 있는 손자를 위해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까지 동참했다. 발달장애인도 지역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더 이상 죽음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간절한 요구였다.

정부의 외면, 계속되는 죽음과 참사, 종교계가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외면은 계속되었고, 그 사이에 6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이 발생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막지 못했다. 국가가 국민에게 죽음을 선택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신뢰와 희망이라도 줄 수 있었다면, 그 작은 희망에 의지해서 조금 더 힘을 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존재를 부정당하고 있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더 이상 죽음을 선택하지 않도록 49재 기간에 용산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앞 삼각지역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그러나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관계자 어느 누구도 이곳을 방문하지 않았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등 한국의 5대 종단은 고인이 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명복을 비는 추모기도회를 진행해왔다. 그 마지막 7월12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관으로 마지막 49재를 진행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지몽 스님은 “지난 5월 6일 서울과 인천, 여수, 밀양, 안산에서 비통하게 생을 마감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49재 마지막 날”이라며 “그동안 종교를 넘어 49재라는 공동체 의례로서 시민단체와 종교계의 연대 속에서 49일 동안 애도와 추모, 24시간 지원체계를 구축하라는 목소리”를 내왔음을 밝혔다. “49재 원만 회향을 계기로 발달장애인 참사 대책 마련을 위한 촉구 결의안과 참사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발달장애인이 평범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서원했다.

이어서 지몽 스님은 얼굴 없는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장애도 차별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기를 발원하며 기도를 올렸다.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분향소 앞에 차려진 제사상에 국화를 헌화했다.

▲ 고인이 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는 전장부 회원들 ⓒ정리연

49재를 마친 후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승려들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은 영정 사진을 들고 삼각지역 분향소를 출발해 근처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으로 이동했다. 지몽 스님이 ‘발달장애인 발달장애인가족 열위영가’라고 적힌 위패를 불사르며 왕생극락을 발원한 후, ‘발달장애인 참사’에 다한 5대 종단 입장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 앞서 전장부는 49일 동안 대통령 집무실 바로 앞 삼각지역에서 추모하며 투쟁하고 요구했지만 “국가가 방치했던 그 국민의 죽음에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았다.”며 “그나마 작은 위안은 종교계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에 대해 위로하면서 눈물을 닦아줬고, 함께 눈물을 흘려준 것 잊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끝까지 함께 해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비극적 참사, 국가와 사회가 담당해야 할 공적 임무 방기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각 종대 대표들의 추모 발언이 이어졌다.

먼저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사회적 참사를 당한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로하고 살아남은 자들이 지역 사회에서 힘 있게 살아가라고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준 5대 종단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윤 회장은 이 기자회견이 “25만 5천 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한국 사회가 아직 희망이 있는 사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임을 종교계가 나서서 보여준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도 그런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회 지몽 스님은 “발달장애인과 가족분들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반복되는 현실에 종교인으로서 아픔과 고통을 느낀다.”며 “국가와 지자체는 종교계가 사회적 약자인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 촉구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엄중하게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가족이 24시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돌봄에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며 “가족 중에서 발달장애인이 있으면 개인의 장애를 넘어서 가족 모두의 고통”이 되고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24시간 지원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발달장애인 부모가 아이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곳이 되도록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도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 5대 종단 대표들이 삼각지역 지하 분향소를 나와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행진하며 “24시간 돌봄 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정리연

원불교 인권위원회 강현욱 교무는 “민주주의 가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이 땅의 주인이기 때문에 단 한 사람도 버려져서는 안 된다는 가치로서 유지된다.”며 “어려움에 당하면 공동체가 나서서 언제든지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다는 그 신뢰가 바로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라고 했다. 강 교무는 “약자라 할지라도 자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여 살아가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 공동체가 건강해지는 길”이고 “그 어떤 존재도 외면 받거나 버려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발달장애의 아픔을 더 이상 가족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며 24시간 지원체계에 정부가 나서서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도교 중앙총부 사회문화관 이미애 관장은 “최재우 대신사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하늘님이라고 했다.”며 “잘났고 못났고 몸이 아프고 건강하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며 우리는 모두 하늘님으로서 살아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고 힘을 주었다. “종교계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여러분들을 위해서 함께 기도하고 있음을 기억해 달라.”고 했다. 또한 “돌아가신 분들의 성령의 뜻이 우리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살아나리라고 심고한다.”며 “국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가 주인임을 기억하고 우리의 말, 힘없는 자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고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천주교 남자수도회 정의 평화환경위원회 김종화 신부는 “같은 길 위에 서 있는 우리는 서로 다른, 다양한 상황들에 놓여” 있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진리라는 길이고 그 가운데에서도 생명이라는 변하지 않는 고유한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우리 한국 사회는 남성과 여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파편화, 세분화, 분열화, 구체화되어 있다.”며, 하지만 “이렇게 나누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연결되어 있고 관계를 맺고 있음을 깨닫기”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국 김영주 국장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적 참사는 국가와 사회가 마땅히 담당해야 할 공적 임무를 방기함으로써 발생한 명백한 사회적 재난”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발달장애인 법안이 통과돼서 발달장애인의 지원에 관한 법률적인 근거 마련은 됐지만,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요구하는 24시간 돌봄 체계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에게만 무거운 짐을 지우는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김 국장은 “많이 늦었지만, 국회 차원에서 발달장애인 특별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움직임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본다.”며 “좀 더 신속히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5대 종단 대표들, 대책 마련 위한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촉구

기자회견 마지막으로 5대 종단 대표들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마무리했다. 종단 대표들은 입장문을 통해 “국회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발달장애 가정에서는 서로를 죽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극을 끝내기 위해 “국회는 발달장애인 참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결의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결의안 통과 후 하루 속히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겪고 있는 고통과 비극은 그동안의 참사로 충분하다.”며 “남은 자들은 죽지 않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슬프고 절망스럽지만, 추모만 하고 있을 수 없다.”며 “국가의 직무유기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며, 더 이상의 발달장애인 참사를 끝내기 위해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날 기자회견 마지막에는 5대 종단 대표들이 입장문을 발표하며 정부와 국회의 책임 있는 법안 마련과 예산 구축을 요구했다. ⓒ정리연

다음은 5대 종단 입장문 전문이다.

정부는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지금 당장 만들어라!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며

지난 5월 23일,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던 40대 어머니가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세상을 등졌다. 같은 날 인천에서는 60대 어머니가 중복장애가 있는 30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친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사망한 사건은 5월 17일 전남 여수시, 5월 30일 경남 밀양시, 그리고 6월 3일 경기 안산시에서 반복되었다. 우리는 부모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신의 아들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혹한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절망하고 또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발달장애인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24시간 지원체계’가 전혀 갖추어 있지 않았기에, 이에 대한 지원의 책임이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마치 장애가 죄라도 되는 것 마냥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의 책임을 오롯이 가족에게 전가함으로써 한 가정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발달장애의 특성상 일상생활에서의 촘촘한 지원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지원 없이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발달장애자녀와 함께해야 하는 부모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죽음의 절벽 앞에 선 이들에게 지금까지 정부는 어떠한 희망도 되지 못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늘 똑같은 말만 되풀이한 채, 아무것도 개선하지 않는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행태를 반복함으로써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계속해서 죽음의 낭떠러지로 떠밀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발달장애인 참사’가 발생한 후, 장애인부모들은 지난 5월 26일부터 삼각지역에 분향소를 차려놓았다. 이 분향소가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에 설치돼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는 분향소를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과 같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는 ‘발달장애인 참사’를 끝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실효성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는 정부가 그 책임을 다하도록 촉구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 종교가 있어야 할 곳은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가장 소외된 사람들의 옆자리이다. 채 한 달도 되는 시간 동안 6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장애인부모들과 함께 한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정부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에 국가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사과하라.

하나, 정부는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24시간 지원체계’를 지금 당장 구축하라!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이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이 땅의 모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과 연대할 것이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며, ‘발달장애인 참사’를 끝내기 위해서 종교인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겠다.

2022년 7월 12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원불교 시민사회네트워크
천도교 중앙총부 사회문화관·인권위원회
천주교 남자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장애인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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