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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이름으로 퀴어 길벗들을 조건 없이 환대하며 축복합니다”제23회 서울퀴어퍼레이드 교계 부스 이모저모
류순권 | 승인 2022.07.18 02:32
▲ 제23회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교계 단체들은 “우리는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혐오와 차별, 편견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종교의 이름으로 퀴어 길벗들을 조건 없이 환대하며 축복합니다.”는 플랑을 들고 함께 행진했다. ⓒ류순권

제23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16일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라는 슬로건으로 3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이 행사는 성소수자 가시화, 인권증진, 문화 향유, 자긍심 고취를 위해 지난 2000년 ‘퀴어문화축제-무지개 2000’의 프로그램인 ‘퍼레이드’라는 명칭으로 시작이 되어 ‘퀴어퍼레이드’라는 명칭을 거쳐 현재는 ‘서울퀴어퍼레이드’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7월 1일부터 17일까지 서울광장 개최를 위해 지난 4월 13일 서울광장 사용신고를 하였지만 서울시는 신고제인 광장 사용에 대해 “서울광장 조성목적인 건전한 여가 선용 및 문화활동에 부합하는 지” 판단하기 위해 열린 광장 운영 시민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조건부로 7월 16일 하루로 제한해 퀴어 축제를 허가했었다.

이날 행사에서 성소수자들과 함께하는 단체들이 72개의 부스를 운영했는데 개신교 참가단체로는 ‘로뎀나무그늘교회’, ‘Q&A’, ‘무지개신학교’, ‘무지개예수’, ‘성공회 무지개 네트워크’ 등이 참여했다. 이들 부스에서는 찾아오는 퀴어크리스천들과 앨라이들을 반가이 맞이했으며 준비한 굿즈들을 판매하기도 했다.

성공회 무지개 네트워크 부스 앞에서는 성공회 민숙희 사제가 사람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강복해 주는 축복식도 열렸는데 자케오 신부는 “제가 부스 안쪽으로 초대할 때는 주저주저하던 사람들이 여성 사제가 밖에서 축복을 해주니 계속 와서 축복을 받는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오늘날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한다는 모든 교회에게 필요한 자리가 저런 자리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퀴어 크리스찬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질문이 되고 메시지가 된다”고 밝혔다. 자캐오 사제는 “다양하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성소수자들과 함께 해야 하고 또한 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로뎀나무그늘교회·Q&A·무지개신학교·무지개예수 부스 앞에서는 오전과 오후 김정원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가 축복식을 진행했는데 모여든 사람들과 함께 기도문을 읽고 꽃잎을 뿌리며 축복했으며 무지개색 끈으로 서로 이어져 있음을 확인했다.

Q&A 이동환 목사는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퀴어 문화 축제를 열 수 있어서 너무 벅차다.”며 “축복식 하는데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까 너무 기뻐하는 모습이 정말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우리 기독교 안에도 이렇게 성소수자를 환대하고 긍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꼭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고 혐오하는 분들을 보니까 많이 오지도 않았는데 저분들이 과대 대표되고 있지만 굉장히 소수라는 거 알아주시고 우리 기독교는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종교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 교계 단체들이 운영하는 부스 앞에는 성소수자 크리스챤들이 찾아와 축복기도를 받기도 했다. ⓒ류순권

한국예수교회연대 오현선 목사는 “하나님은 우리를 하나 되게 하시려고 오셨고 우리는 모든 사람을 위한 교회를 사랑한다.”며 “오늘 기쁜 날 모두에게 하나님의 은총과 축복이 충만하시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반대 집회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도 성소수자들을 혐오하진 않았지만 그들을 몰랐던 시간이 있”었고 “저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들의 폭력에는 저항하지만 인내로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3년 만에 진행된 퀴어 문화 축제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채우고 있었다. 또한 이들을 응원하고 연대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모두의교회P.U.B’ 고상균 목사는 “퀴어문화축제라는 것이 1년에 한 번 있는 명절이라고 하는데 3년 동안 못 했으니 사실은 당사자도 앨라이도 되게 서운한 마음이 컸다”며 “코로나가 많이 올라가고 있어 걱정은 됐지만 예정대로 모일 수 있어 너무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혐오 세력들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며 “사회는 분명히 바뀌고 있는데 아직 이걸 자꾸 뒤로 돌리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어 안타깝고 그 핵심 세력이 개신교라는 사실이 속상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속상함은 잊고 다양성의 즐거움에 모두가 흠뻑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세계기독학생회총연맹 아시아태평양지역(WSCF-AP) 의장인 박병철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지난달 독일에서 있었던 WSCF 총회를 참석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에게 이번 총회 로고가 무지개 배로 만들어져 있던데 오늘 행사와 관련해서 얘기를 부탁을 드렸다. 그는 “세계기독학생회는 6개 지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지역별로 성소수자 이주에 대한 의견들이 좀 차이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번에 로고를 무지개 배로 했던 것은 다 알다시피 노아의 방주 이후에 하나님이 하신 약속들을 상징화한 건데 무지개가 갖고 있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상징성 때문에 사실 총회 중에도 논쟁들이 좀 많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끊임없이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 소수자들에 대해서 그들의 생존권들을 보호하거나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신앙인으로서 해야 할 길이고 계속 그러한 도전들을 받고 있는 것 같”고 “유럽과 아메리카 지역은 성소수자 문제에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편이지만 아시아는 국가별로 차이가 좀 있다.”며 “오늘 여러 대사관들이 부스를 만들어 참여하고 있는 소식을 총회서 만난 친구들에게 전하면 좋아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퀴어 문화 축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퍼레이드는 오후 4시가 넘어서 시작이 되었다. 퍼레이드 무지개예수 차량이 선두차가 되어 시작된 퍼레이드는 장대비 퍼붓는 가운데 진행이 되었다. 무지개예수 차량을 따라 ‘우리는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종류의 혐오와 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종교의 이름으로 퀴어 길벗들을 조건 없이 환대하며 축복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퀴어 길벗들과 함께 걷는 종교인 일동으로 행진했다.

▲ 오후 4시부터 시작된 퍼레이드는 세차게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행복한 행진을 이어갔다. ⓒ류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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