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해외
서로 달랐기에 더 애틋하고 감사했던 날들여행보다 낯선 라오스 이야기 ⑥
관택·유은 | 승인 2022.08.24 00:34
▲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쓰기과목 사이냐산 교수님과 함께 기념촬영 ⓒ관택·유은

기말고사를 끝으로 반년간의 라오스국립대학교 어학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참고로 어학과정을 <ປີກຽມ 삐끼암>이라고 부르는데, "준비하는 해"라는 뜻으로 학부 1학년 진학을 준비하는 외국인(유학생)을 위한 과정이다.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개개인의 사정들도 각양각색인 학생들. 이 다양성 가득한 교실의 분위기야말로 삐끼암의 진수라 할 만하다. 하루 8시간씩 서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다국적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조금씩 쌓아가는 소통을 향한 열정은 언어 이면에 흐르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아주 애틋하게 이어주고 있었다.

그렇다. 돌아보면 삐끼암은 언어라는 도구를 매개로 그 이상의 것들을 배우는 곳이다. 국가라는 틀을 뛰어넘고, 세대와 성별이라는 벽을 허물며 조금 더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는 교실, 점점 더 서로가 가진 꿈을 알게 되고, 서로를 응원해주게 되는 그런 공간 말이다. 

내가 삐끼암을 통해 만난 중국 사람은 친절하며 겸손했고, 베트남 사람은 책임감이 강하며, 기백이 넘쳤다. 무엇보다 캄보디아 사람은 사랑스러우며 면면이 귀여웠다. 그리고 라오스인 교수님들은 대단히 현명하며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자상함이 엿보였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날, 학생 몇몇이 즉흥적으로 제안한 축하파티에 네 분의 교수님이 모두 오셔서 4-5시간씩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반년의 삐끼암 과정을 통하여 나의 라오스어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과정을 통해 라오스라는 나라를 대하는 나의 태도, 그리고 더 넓은 세상과 사람을 향하는 시각이 조금 더 성숙해졌음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열악하지만, 열정 가득했던 교실에서 함께해준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겨우 2-3일 지났을 뿐인데 벌써 모두의 얼굴이 그리워진다고 하면 너무 이른 말일까. 

한국문화를 좋아하여 나를 보고 특유의 제스츄어와 함께 "우투더영투더우"라고 인사하곤 했던 캄보디아 친구 리앙써이는 건축학과에 진학하여 좋은 건축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녀는 마지막날 내게 작은 편지를 건네며 꼭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리앙써이의 짝꿍이며 우리반 공부의 달인 옹달린은 IT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우리반 최고령인 탱짜 누나와 러휘박은 현직 경찰(꽁안)로써 2년간의 언어연수를 위해 라오스에 왔다. 이들은 후에 다시 돌아가서 멋진 경찰로 살아갈 것이다.(참고로 나는 우리 반에서 탱짜 누나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머리숱이 적어 나로 하여금 걱정을 불러 일으킨 탕은 알고보니 항공사에서 일하는 엘리트였다. 탕도 1년 후에는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 항공사일을 하게 된다. 중국인 유프터는 현재 삼촌을 도와 이 곳 비엔티안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이제 곧 법대에 진학하여 사업과 관련한 법을 공부하려고 한다. 응우옛과 하이 수녀님은 성당에서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한다. 성품과 태도가 천상 성직자인 두분의 발걸음이 기대된다.

우리 반 반장인 넝득즈앙은 라오스어 석사과정에 바로 진학한다. 이미 베트남어와 중국어가 자유로운 즈앙은 라오어까지 섭렵한 뒤에 여행사를 꾸려나갈 계획이다. 이 외에도 모두에게는 몇 마디 말로 미쳐 다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간절하고 중요한 계획이 있다. 마치 나와 인디가 라오스에 온 이유처럼 말이다. 

읽기 과목의 캄마 교수님, 쓰기 과목의 사이냐산 교수님, 말하기 과목의 위앙싸완 교수님, 듣기 과목의 컨싸완 교수님을 비롯하여, 유프터, 왕쯔(이상 중국학생), 옹달린, 리앙써이, 실리면쭘, 위두, 위쳇, 폰슬랭(이상 캄보디아학생), 쾡, 린, 황, 퀴엔, 넝득즈앙, 탱짜, 탕, 레반득, 후앙반득, 쭝, 하이, 응위옛, 동덕카이, 롱, 러휘박(이상 베트남학생), 그리고 유은과 수영(이상 한국학생) 및 옆 반의 껑떵(프랑스학생)까지.

▲ 유쾌한 삐끼암의 점심시간. 한 친구가 카메라를 들이밀자 모두가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관택·유은

잊어버리기 전에 각자의 얼굴들과 이름들을 떠올리며 우리 모두의 내일을 위해 응원해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진심을 다해 말하고 싶다.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만, 지난 반년 동안 마주했던 우리들의 태양은 유난히도 강렬했고, 따뜻했어.

관택·유은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3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