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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천국, 화장실 지옥”경증 남성 전동휠체어 사용 한국 장애인의 독일 일상 체험기
이정훈 | 승인 2022.08.29 12:58
▲ 독일 버스들은 모두 저상버스였고 경사로는 운전기사나 일행이 펴주어야 하는 수동이었다. ⓒ이정훈

제11차 WCC 독일 칼스루에 총회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 장애인 학살 작전이었던 ‘Aktion T4’ 취재를 위해 한국 시간으로 8월 14일 독일 함부르크에 도착했다. 어디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놔도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벌써 독일에 도착해 함부르크와 베를린에서 보낸 시간이 3주차가 시작되었다.

이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우연곡절에 황당한 일들을 하도 겪어서 ‘그런가 보다’를 넘어 ‘저거 안 될 텐데’ 하는 독일 사회에 대해 불신의 상태에 들어섰다. 경험기라고 해야 할 것 같은 이 칼럼은 철저히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경증 남성 장애인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기에 보편성은 다소 결여되어 있다. 반대로 장애인의 상황에서는 참고할 점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버스와 트램이 갑이고 지하철은 꽝이더라

우선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내가 독일에 와서 지하철 엘리베이터 걱정을 하게 될지 상상도 못해봤다. 독일에서의 학위 공부나 여러 가지 이유로 독일에서의 삶을 경험했던 주위 여러 지인들의 ‘독일은 장애인에게 천국과 같은 나라’라는 마르지 않은 칭찬을 들었기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비록 고작 베를린과 함부르크 두 도시에서의 동선이었지만 독일을 대표하는 두 거대 도시에서의 경험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 두 도시의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아예 없는 곳도 있었고 고장난지가 한참이 되어 보이는 역들도 있었다. 한 번은 일행들과 함부르크 시내 구경을 하고 숙소로 복귀하는 길이었다. 지하철 승강장이 지상 2층에 있던 터라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당도하니 고장이라는 안내문이 떡 하니 붙어 있는데 너덜너덜한 상태로 제대로 고정도 안 된 걸 보니 시간이 제법 흐른 것 같았다.

이런 경험들이 몇 번 쌓이니, ‘아,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안 될지 모르니까 지하철 타지 말자’ 하는 생각이 굳어졌다. 반면에 버스의 내부는 장애인을 위한 공간이든 일반 승객들의 좌석이든 굉장히 넓고 모두 저상 버스이니 버스를 이용하는 소위 백만 배는 편했다. 함부르크에는 없지만 베를린에서는 경험했던 ‘노면전차’ 일명 ‘트램(Tram)’도 정말 잘 되어 있다.

잘 되어 있다는 말은 다른 뜻이 아니라 잠시 언급했던 버스와 지상과의 높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저상’이라는 것 외에 버스나 트램에 탑승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으면 운전기사가 운전석에서 나와 탑승할 것인지와 행선지를 묻고 경사로를 펴주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저상버스는 운전기사가 버튼을 조작해 자동으로 경사로가 내려주는 것과는 달리는 독일의 저상버스나 트램은 모두 운전기사가 수동으로 펼쳐주게 되어 있었다. 이 부분은 한국과 비교해 보면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자동인 경우는 운전기사에게는 편리하지만 고장이 잦은 편이라 작동이 안 되기도 하지만, 독일과 같은 수동의 경우에는 운전기사에게는 번거롭고 다른 승객들의 시간이 지체되는 일이지만 고장의 걱정이 없고 운전기사가 다시 운전석에 착석할 때까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여유 있게 장애인을 위한 공간에 고정이 가능하다.

또한 독일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한국 보다 넓으면 넓었지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의 간격이 딱 붙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지하철 탑승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걱정해 본 것은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고 나서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니 동행하는 일행들에게 앞바퀴를 들어달라고 하고 지하철을 탑승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한편으로는 독일 장애인들은 지하철 탑승을 어떻게 하나 싶은 걱정이 들 정도였다. 독일 거리에서 지나다니는 독일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전동휠체어를 한 번씩 보아도 내 전동휠체어와 별 차이도 없고 대만에서 생산된 내 전동휠체어가 전체적으로나 앞바퀴나 뒷바퀴의 크기가 컸으면 컸지 결코 작지 않은데도 탑승 걱정이 되는데 독일 장애인들은 문제가 없나 싶은 의문이 들었다. 베를린에서의 한 지하철에서의 경험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높이 차이나 너무 심해 지하철에서 승강장으로 거의 착륙하다 싶이해 허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한국에는 저상 버스가 드물어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독일에서는 완전히 반대였다. 3주차가 시작되는 독일에서의 생활에서 이동은 온라인 지도를 구동하고 목적지를 검색하고 이동 수단을 버스로 설정하고 탑승할 버스를 찾는 것이 버릇이 될 정도이다. 지하철은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 독일 버스의 장에인석은 전동휠체어 두 대가 앞뒤로 나란히 탑승해도 되도 될만큼 넉넉했다. ⓒ이정훈

이방 장애인에게 독일 화장실은 지옥

그리고 독일에서의 생존기 중 제일 고통은 화장실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장애인 화장실이 드물기는 매한가지이지만 한국의 보통 화장실은, 건축한지 아주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면, 대부분 입구가 넓어 전동휠체어가 출입하는데 문제가 없으니 작은 일은 굳이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아도 해결이 가능하다. 이 부분은 남성이면서 경증의 장애인에게 해당하지 중증이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여성 장애인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하여간 독일에서 생활하는 동안 일반 화장실에 접근하는 일 자체에 실패한 경우가 거의 90%에 육박했다. 입구 자체가 좁아 전동휠체어가 출입하는 게 불가능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장애인 화장실 문이 잠겨 있는 경우도 허다해 당황하기도 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에 한해, 건물들이 어지간하면 백 년씩 된 것들이고 이러한 건물들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리모델링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건물 자체의 접근성도 문제가 되는 경우도 수두룩 빽빽했다. 특히 독일에서는 옛 건물이든 새로운 건물이든 화장실이 지하에 위치해 있는 문화적 차이가 있었다. 그러니 옛 건물의 경우에는 계단 몇 개를 내려가야 해서 모두 이용불가였다. 화장실이 지하에 있는 건 현대식 건물들도 마찬가지라 이방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참 눈치 보이는 일이었다.

또한 다른 유럽 국가들은 가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지만, 독일의 공공장소 화장실은 1 혹은 2 유로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장애인 화장실은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었다. 한 가지 웃지 못 할 경험은 함부르크 한 지하철역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동전을 넣으니 문이 열리지도 않고 반환 버튼을 눌러도 동전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을 지나가던 한 독일 여성분이 다 지켜보셨던지 “이런 ‘러키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운 눈으로 이야기해줬다.

그런데 이걸 지켜보던 한 독일 장애인 남성분은 나한테 열쇠 하나를 건네주시며 “열고 들어가라”고 하셨다. 문제는 그 열쇠를 넣고 돌리기를 두세 번 해도 안 된다. 내가 보기에는 뇌병변 장애인으로 생각되었는데, 독일 장애인분이 직접 열쇠를 넣고 돌렸는데 문이 꿈쩍도 안 해 그 분이나 나나 당황했었다.

이런 다소 황당한 경험이 이방인인 나에게 익숙하지는 않고 화가 나는 일이었지만 독일 시민들이 배려 의식이 몸에 익어서인지 친절하기는 정말 친절했다. ‘Can I help you?’ 혹은 ‘Kann ich Ihnen helfen?’이 입에 붙었다. 내가 뭔가 필요해 보이면, 이건 아마도 관광객이라 의사소통이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아주 드물게는 묻지도 않고 도와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공손하게 먼저 묻고 나를 배려해 주었다.

결론적으로 2주 동안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과격한 표현이겠지만 ‘내가 이딴 나라를 왜 동경해 왔을까’ 하는 어처구니없음과 ‘그래, 사람 사는 세상 별다를 거 하나 없다’는 자조 섞인 웃음만 쌓여가고 있다. 한 마디 더 사족을 붙이지만, 이방 경증 남성 장애인에게 독일은 ‘버스와 트램이 갑이요, 화장실은 지옥’이다. 그나저나 화장실 이용료 2유로는 어떻게 돌려받아야 할까?

▲ 독일 지하철은 탑승 공간이 넉넉하다는 것 외에는 화장실과 더불어 지옥이었다. ⓒ이정훈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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