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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듯 땀흘리며 고뇌하던 이진엽 위원장조승혁 목사가 기억하는 노동운동가들③
편집부 | 승인 2005.09.29 00:00

조승혁 목사(기독교산업사회개발원장)

   
▲ 조승혁 목사
기독교산업사회개발원을 찾아 조승혁 목사를 취재했다. 감리교 산업선교의 발자취를 탐방하기 위한 취재에서 느낀 가장 강한 인상은 조 목사가 '산업선교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해 쓰고자 할수록 지나간 무거운 세월을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조승혁 목사의 취재기를 쓰기 보다 조 목사 자신이 추억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의 산업선교의 경험을 함께 나누어보고자 한다. 마지막. [편집자]

1971년 5월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였다. 부평에 있는 신진자동차에서 김창수 씨가 중심이 되어 8명이 신진자동차 노조(금속노조 경기지역지부 신진자동차 분회)를 조직했는데, 회사가 조합원 8명 모두를 해고시켰다는 소식이었다.

그들은 금속노조 경기지역지부 문익모 지부장(고인이 되었음)의 인천상염 전도회를 찾아와 지원을 요청했다. 나는 경기지역지부와 함께 갖가지 투쟁전략을 마련하고 투쟁했다. 그리고 산곡동 천주교회 교육관을 빌려서 저녁마다 신진자동차 노동자를 교육했다.

다른 한편 신진자동차 이모 공장장(가톨릭 신자였음)을 여러 차례 만나 협의한 결과, 복직은 시키겠으나 노동조합 활동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노동조합을 조직하면 인정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새로 어용노조를 조직하면 인정하겠다

이때 나는 공장장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이진엽 씨를 만났다(이진엽 씨는 가톨릭노동장년회 회장으로 있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 이진엽씨를 만난 나는 새로 노동조합을 조직할 때 위원장 아니면 사무장으로 출마할 것을 강력하게 권면하였다.

그런 권면이 있은 후 며칠 지나서 밤 10시경 우리 사무실로 그가 찾아왔다. 그는 "조 목사님 정말 괴롭습니다. 내가 주안성당에 다니는데 주안성당 신부님을 만나서 내 괴로움을 털어놓고자 했는데 그 신부님은 노동운동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의논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JOC(가톨릭노동청년회) 지도주교이신 김수환 주교를 만나고 싶으나 그렇지도 못하고 그래서 대신 조승혁 목사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조 목사님 맥주 한잔 사 주십시오"하는 것이다.

고 이진엽 씨의 고백인 즉은 "고려대를 나와 오랜 실업상태에서 겨우 신진자동차 비서실에 근무하고 있는데 조 목사님은 나보고 노조위원장 또는 사무장으로 출마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처는 펄펄 뛰면서 반대합니다. 그러면 조 목사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이때 그의 얼굴에는 땀이 비가 오듯 흘러내렸다. 그 순간이다. 나에게 그 모습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흘리며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으로 느껴졌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진엽 선생, 나는 당신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 흘리며 기도하는 예수님'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예수님보고 감히 어떻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 예수님인데..."

이진영씨는 벌떡 일어났다. "조 목사님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가버렸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고뇌하던 그가 바로 게세마네 예수

그 이튿날 오전 그는 대의원대회에서 사무장이 되었고 1년 후 노조위원장이 되었다. 우리의 작전은 회사 측에서 내세운 이원우 씨를 위원장으로 하고 이원우 씨와 러닝메이트로 이진엽 씨가 사무장을 하다가 1~2년 후 위원장이 되도록 하는 작전이었다.

위원장이 된 후 그는 많은 고난을 당했다. 그리고 4년 후에는 노조를 조직하고 초기 노조위원장이었던 김창수 씨를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그는 본사 영업부로 옮기었다.

그후 1988년 한국노사문제 임의 중재협의회 사무차장으로 내가 그를 추천했고, 이후 한국노총 인천지역 노동상담소 소장으로 재직하다가 과로로 순직하였다.

나는 고민하면서 땀을 흘리던 그에게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 흘리시며 기도하는 예수님'을 보았다. 진정으로 그는 고난의 종이었다고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나는 그의 죽음 앞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진엽 씨는 결과적으로 내가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을 아직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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