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chelangelo, 「The Fall and Expulsion from Paradise」 (c.1475-1564) ⓒWikimediaCommons

죄는 불신앙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인식이라는 빛에 비추어 볼 때, 죄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죄는 하나님께 대적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죄는 하나님의 법을 위반하는 것, 하나님의 존엄을 손상하는 것, 즉 불순종이다. 그러나 죄는 좀더 심오하게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한 부인, 그의 은총의 거부, 다시 말하면 불신앙이다.

모든 죄들의 첫째 형식과 원천인 불신앙은 죄이다. 바로 종교개혁자들이 이런 식으로 죄를 정의했다. 바르트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는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와 관련하여 해석한다. 바르트에 의하면 죄는 하나님의 화해의 사역에 반대하는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거절하는 불신앙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불순종과 불신앙으로서 죄는 십자가에서 죽기 위하여 우리의 육을 취한 하나님의 아들의 겸비에 반대되는 ‘교만’이다.(1)

바르트는 인간의 교만의 죄를 “하나님의 아들의 순종”에 대조시켜서 묘사한다(CD Ⅳ/1, 358-413).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겸손히 자기를 낮추심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데, 교만한 인간은 하나님의 자리로 자기를 높이려 한다. 주님은 종이 되셨으나 인간은 죄의 종이면서 주가 되려고 한다.

인간의 죄 때문에 스스로 심판을 받으신 심판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 반하여 교만한 인간은 하나님의 심판에 복종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심판자가 되기를 갈망한다. 예수는 십자가의 죽음에서 그의 전 생애를 특징짓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셨으나 교만한 인간은 항상 스스로를 도울 수 있고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2)

바르트는 “교만에는 멸망이 따르고, 거만에는 파멸이 따른다”(잠16:18)는 말씀을 인용하며 인간의 교만의 결과인 타락을 논의한다. “인간의 타락은 교만 때문에 생겨났다. 인간은 하나님의 은혜를 따라 겸허한 가운데 참으로 자유하고 진실한 인간이 될 수 있는데 자기를 높이려다가 타락한다”(CD Ⅳ/1, 478).

하나님의 아들은 내려오셨다가 올림을 받으신 반면에, 죄 된 인간은 높이 치솟으려다가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바르트는 여기서 다시, 예수 그리스도에 비추어 이 타락의 상황을 세 가지 점에서 묘사한다: “극복할 수 없는 죄과”, “철저하고 전적인 부패”, “보편적인 부패”.

극복할 수 없는 죄과

첫 번째,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에게 말해진 하나님의 말씀이 용서의 말씀이라는 사실에 의해, 결정적으로, 인간은 하나님만이 부채를 탕감해 줄 수 있고 죄를 용서할 수 있는 하나님의 채무자, 지불능력이 없는 채무자라는 것이 드러난다. 이것은 인간의 “극복할 수 없는 죄과”를 뜻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용서만이 적합한 것으로 지불되고 보상되기 때문이다(CD Ⅳ/1, 484이하).

철저하고 전적인 부패

두 번째, 예수 그리스도가 죄에 의해 타락한 인간의 화해를 위하여 죽었다는 사실, 바로 이것이 결정적으로 이 타락이 “철저하고 전적”이라는 것을 확증한다. 인간은 피조된 선한 본성을 부분적으로 상실한 것이 아니다. 죄의 왜곡은 인간의 실존의 근저와 중심, 그리고 인간의 마음에서 일어났다. 죄는 인간 본성을 전적으로 그리고 과격하게 부패시켰다. 이 사실은 전체성서가 증언하는 사실이다(창6:5, 시51:7, 요3:6, 엡2:3 등등).

성서는 인간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죄인이라고 증언한다. 칸트(I. Kant)와 함께 말하자면, 인간은 “악한 원리”, “근본악”에 의해 살아가고, 그는 그것과 이해할 수 없이 제휴하고 그것에 얽매여 있다.(3) 이 인간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가 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만이 용서하실 수 있다는 사실에서 확증된다. 인간은 그것을 할 수 없다. 용서란 단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화해사역에 근거하여 가능할 뿐이다.

그런데, 바르트에 관하여 잘 모르는 일부 비평자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놀랍게도, 바르트는 인간의 타락과 죄에 대하여 성서의 공통된 증언과 종교개혁자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강력한 교리를 전개하고는 있지만, 죄가 인간에 있어 하나님의 형상의 전적인 파괴를 가져왔다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아마 바르트의 초기 작품에서는 이렇게 가르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회교의학」에서는, 특히 화해론에서는 그렇지 않다. 인간은 심지어 죄인으로서조차도 여전히 하나님의 피조물로 남아 있다. 다음의 진술은 전형적이다: “우리는 인간을 타락한 존재로 묘사하기는 하지만,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전적으로 타락했다고 말할 수 없다”(CD Ⅳ/1, 480).

그의 타락이 어떠하건 간에, 그는 하나님에게서 잃어버린 자가 아니다. 하나님과의 분리는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존재론적인 특징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를 위해 낮아지셨던 그 지점보다 더 낮게 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4) 그래서 그는 그의 본성도, 그의 재능도, 하나님의 계약 상대자라는 그의 운명도, 그가 그에 따라 피조된 하나님의 형상도 상실하지 않았다.

인간은 그가 죄인이라고 해서 인간이기를 멈추는 것은 아니다. 죄인도 하나님의 계약상대자로서 남아 있다. 그러나 그의 타락한 상황은 이런 종류의 상실이나 변경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왜냐하면 그의 상황이 다음과 같은 두려운 모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그의 본성과 계약의 상대자라는 그 자신이 악을 섬기기 시작하고 따라서 필연적으로 이렇게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선 속에서 그리고 선한 사람으로서” 그는 “하나님 없는 자”로 살아간다(CD Ⅳ/1, 493).

여기서 바르트는 원죄에 대한 교회의 교리에 대하여 말한다. 그러나 “강력한 비판적 교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전통신학에서 원죄가 ‘유전의 죄’, 즉 부모의 성행위를 통해서 유전된다는 식으로 잘못 해석되어왔기 때문이다.

바르트는 어거스틴의 원죄론을 고찰하면서 그가 시편 51:7절과 로마서 5:12절을 잘못 결합시킴으로써 원죄가 유전적인 죄의 개념이 되고 말았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바르트에 의하면 원죄는 유전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비록 그가 사도 바울과 더불어 인간이 모두 죄인이라는 것을 긍정하지만, 아담의 죄와 죄책이 생물학적 유전에 의하여 자자손손에게 전달된다는 것에 관하여는 성서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유전죄(Erbsünde)라는 용어를 포기하고 그것을 비난할 여지가 없는 라틴어 peccatum originale에 상응하는 원죄(Ursünde)로 대체하라고 다시 제안한다. 사실, 문제의 죄는 인간의 행위이고, 그 행위에 의해 인간 자신이 죄의 포로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부패는 인간 그 자신이 이룬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그의 삶의 행위이고, 그의 삶의 죄이다.

그런데, 유전죄의 개념은 이 진리를 흐리게 한다.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유전에 의해 내가 행하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나의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숙명이지, 그것에 대하여 내가 책임이 있다고 자백할 수 있는 어떤 것은 아니다. 그래서 유전이 있는 한 죄는 없다(CD Ⅳ/1, 500-501).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의 행위와 첫 사람 아담의 죄 사이에는 관련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질서에 속한다. 바르트는 인간의 타락에 관한 그의 세 번째 명제에서 이 사실을 논한다.

보편적인 부패

세 번째, 바르트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시려고 그들을 “순종하지 않는 상태에 가두신 것”(롬 11:32)에서 “보편적 타락”을 확인한다. 물론, 성서는 “인류”와 “역사”라는 용어들을 모른다. 그러나 성서는 그에 상응하는 “모든 사람들”이란 말을 사용한다.

인류의 보편 역사는 하나님의 통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의 심판 아래 놓여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인간은 그의 선한 본성을 잃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서 놀라운 성취들, 재능과 능력의 거장들을 만난다. 그러나 그 모든 사람들은 불순종, 교만, 죄의 같은 범주 아래 속해 있다.

다시 의심의 여지없이, 인간의 역사는 수많은 영역에서 모든 종류의 진보를 표명한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서 전체로서의 인류의 진보를 확증할 수 없다. 인간은 그 자신과 그의 이웃에 대적하는 교만의 단조로움 속에서 놀랍게도 정체되어 있다(CD Ⅳ/, 501, 503-07).

아담의 이름은 그 아래서 성서가 불순종 안에 갇혀 있는 이 역사를 묘사하는 꼬리표이다. 설화의 형식으로, 다시 말하면 선견적이고 상상의 이야기 형식으로, 아담에 관한 창세기 본문은 모든 역사과학적 확인을 벗어나는 한 사건을 예언적으로 증명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인간의 역사는 교만과 인간의 타락과 함께 시작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단순히 인간을 의미하는 이름인 아담은, 성서 전통에서, 인류의 조상이었던 위대한 익명의 사람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그러나 성서는 단지 그가 한 일 때문에 그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의 잘못은 특별히 중대하지 않다. 그는 우리들만큼이나 평범했다. 그와 우리 사이에 있는 유일한 차이는 그가 시작하는 사람의 지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유전에 의해 그의 죄를 우리에게 전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를 타락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만큼이나 우리의 죄를 변명할 수 없다. 그리고 하나님의 판결은 그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으로 우리를 지목한다. 그러나 그는 역사의 처음에 우리가 있는 곳에 있었고, 하나님의 판결은 첫 사람에게 내려졌다. 하나님은 아담의 인격과 행위 안에서 모든 인류와 인간의 역사를 심판하고 유죄를 선고했던 것이다(CD Ⅳ/1, 507-512).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다. 바르트는, 사도바울을 따라서(롬 5:12-21), 이 하나님의 심판은 하나님의 은총에 그 기원이 있다고 설명한다. 아담은 그의 뒤를 따르는 모든 사람들의 어두운 대표자이다. 그러나 죄가 없이 모든 사람들의 죄를 짊어진 분, 그러나 죄인으로서가 아니라 그의 순종에 의하여 그들의 불순종을 가려주었던 그들의 진정한 대표자가 있다.

아담은 단지 “장차 오실 분의 모형”(롬 5:14), 예수 그리스도를 선행하는 어둠일 뿐이다.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바울은 그 자신과 모든 사람에 대한 전적으로 새로운 하나님의 판결을 듣는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을 순종하지 않는 상태에 가두신 것은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시려는 것입니다”(롬 11:32)라는 복음의 사신이다(CD Ⅳ/1, 513).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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