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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샘, 헤른후트헤른후트에서 온 편지 (12)
홍명희 선교사 | 승인 2022.09.08 23:09
ⓒ홍명희

헤른후트 하인리히 언덕에는 작은 샘물의 흔적이 있다. 사람들은 그 샘물을 <진젠도르프의 고요 또는 쉼>이라고 부른다. 그가 거기에서 자주 묵상하고 쉼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는 왜 샘이 나오는 곳에서 쉬었을까…. 그곳에서 어떤 찬송 시를 지었을까…. 많은 것이 궁금했다.

그곳에 대해 알만한 사람을 찾아보았더니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을 추천했다. 결국 한 사람, 숲을 관리하는 형제를 만났는데, 그가 아는 것은 샘이 있었고, 진젠도르프가 자주 그곳에서 위로를 받곤 했다는 간단한 설명만이 전부였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헤른후트의 많은 것을 연구하고 있고, 많은 책을 집필하시는 노령의 마이어 목사님도 샘물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하시면서, 또 다른 분을 추천해 주셨다. 수십년을 이곳에 사시며 집필하시는 그분에게는 들은 답은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수두룩하다”였다.

몇해전, 독일의 제법 큰 도시에 살다가 헤른후트로 이사를 마치고 난 첫 주일이었다. 하이디가 전에 살던 곳에서 함께 와 주어서 며칠간 이삿짐 정리를 도와주었다. 헤른후트 형제 교회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서였다. 하이디가 6월의 교회 안이 좀 춥다며, 자동차 시트에 깔려있던 양털을 어깨에 걸치고 들어왔다. 범상치 않아 보이는 하이디의 모습에서 광야에서 외치던 세례 요한이 떠올라졌다.

그런 하이디를 맞이한 것은 교회 목사님이었다. 하이디는 그와 앉아서 이곳에 살게 될 나를 소개했다. 그러더니, 헤른후트는 독일 전체에 ‘샘’이 되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헤른후트는 계속해서 이 샘을 흘려보내야 한다고 했다. 하나님이 하이디에게 어떤 영적 권위를 주는 것 같았다. 평범하게 늙어가는 한 여인이 교회에 처음 와서, 목사님을 만나 그렇게 얘기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주고 받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하나님이 나를 이곳에 보내시면서, 내게 주시는 사명 같은 것이라고 느겼었다. 샘물의 근원을 찾아가는 사람, 그 샘물을 마시는 사람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이 샘의 근원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어제 그 사명을 다시 떠올리게 한 사건이 있었다. 여리디 여려 보이나 기도로만 살고 있는 한 자매가 기도 여행 중에 잠시 헤른후트에 머물렀다. 혼자 오르는 기도탑 위에서 앞서가고 있는 그 자매를 만났다. 그리곤 기도탑 위에서 나를 위해 기도를 해 주었다.

그녀는 기도 가운데 샘물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샘물은 예수님의 눈물에서 나는 눈물 같은 것 같다고도 했고, 주님에게 있는 그 샘물을 계속해서 마시고 알리는 사람임을 말씀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기도가 끝나면서, 나는 처음 여기에 올 때의 사명을 떠올렸다. 뭐든지 세월이 가면서 흐려지고 무뎌지는 삶인 것이다. 바로 때에 맞게 샘물로 씻김을 받은 것 같은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헤른후트 언덕에서 마주 보이는 산은 코트마라 불린다. 그곳에는 더욱 큰 샘의 근원이 있다. 그곳의 물이 시작하여 강을 만들고 베를린까지 흐르게 된다. 그래서 옛말에 이곳의 시골 사람들이 베를린 사람들에게 큰소리치며 하는 말이 있었다. 

“베를린 사람들아! 우리 말 잘 들어, 안 그러면 코트마 샘물을 잠궈 버린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샘의 물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샘이 마르면 많은 생명이 더이상 살 수 없게 된다. 주님이 주시는 생수는 이 생뿐 아니라,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다고 하셨다. 

남편이 좋아하던 마지막 부르던 찬송은 “우물가의 여인처럼 난 구했네, 헛되고 헛된 것들을 그때 주님 하신 말, 내 샘에 와, 생수를 마셔라”이다. 강력한 메시지가 있다. 주님 자신이 생명수이고 샘물이다. 어디서든 그분에게 가면, 영혼을 적시는 생수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숲에서 같이 가다가 남편을 잃어버릴 때, 나는 이 노래를 한 소절 부른다. 그러면 멀지않은 곳에서 화답으로 노랫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해서 늘 남편을 다시 찾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인가 화답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사이에 남편은 더이상 말도 노래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 그는 내가 이 찬송을 부를 때마다 반짝이는 눈으로 답하고 있다.

ⓒ홍명희

조각상이 있는 순례의 길을 걷다 보면, 코메니우스 샘이라는 아주 작은 팻말을 만난다. 코메니우스 또한 샘물과 같은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모라비안들의 마지막 비숍으로 영적인 지주였고, 훌륭한 교육자며, 평화주의자고 상담자였다. 1670년 당시에 그의 죽음은 모라비안들의 희망이 사라져가는 것 같은 절망을 주었다.

그러나 샘물은 깊은 흙 속에서 흘러 흘러 다시금 새로운 곳에서 퐁퐁 솟아나듯이, 30년 후에 진젠도르프가 태어났다. 사람들은 그가 앞으로 모라비안들과 함께 형제교회를 세우게 될 하나님의 계획을 늦게야 알게 되었다. 마른 것 같은 샘물에 실망할 필요가 없다. 다시금 예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로 퐁퐁 솟아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살아갈수록 헤른후트는 샘의 근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헤른후트의 선교의 샘이 흐르고 흘러 많은 백성을 주님께로 이끌었다. 유명한 웨슬리의 일화가 있다. 흔들리는 풍랑에도 모라비안들이 탄 배에서는 찬송을 지속했다. 배가 방금 가라앉을 것만 같은데도 그들은 소리 지르는 대신 찬송을 선택했다. 그것을 옆에서 본 웨슬리는 모라비안들의 신앙이 궁금해지기 시작하여, 헤른후트를 방문하게 된다. 그렇게 모라비안 신앙과 선교의 삶이 웨슬리에게 깊게 자리하게 되었다. 훗날 웨슬리의 영향은 곧 한국의 선교사 파송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오늘 아침에도 새벽 5시에 늦지 않으려고 예수스 하우스를 뛰어갔다. 거시서 토요일마다 새벽 다섯 시면, 북한을 위한 기도회가 있다. 늘 신실하게 정확하게 나와 있는 레이몬드는 벌써 10년째 북한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5대째, 새벽에 빵을 굽는 파울 아저씨도 북한을 두 번이나 다녀오시고 나서 이 기도 모임을 사모하게 되었다. 이렇게 다만 몇몇이 앉아 손을 모으면서 성령의 샘을 북한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언젠가는 그 샘이 강물이 되어, 북한으로 잘 흘러서 많은 생명을 살리게 될 것이다. 

헤른후트 형제교회가 부르는 찬송가에는 일 천여 개의 찬송이 수록되어있다. 이 가운데에 진젠도르프가 지은 가사는 아니지만, 즐겨 부르는 찬송 580장을 불러본다.

1. 하늘로부터 온 물, 땅으로 흐르고 당신이 만든 창조에 힘과 성장을 주시네
2. 샘 솟는 물, 바다로 흐르고, 내 삶은 하나님에게 이르네
3. 사막의 물, 바위를 부수네, 하나님은 너를 마시게 하여, 백성으로 인도하네
4. 고향을 그리워하는 물, 눈물되어 치유하시고 하나님, 내가 울도록 하시며, 내 얼굴을 씻으시네
5. 삶의 물이여, 퐁퐁 솟아나는 샘의 근원이여, 그리스도, 진리이시며, 나의 목마름을 축이시네
6. 세례의 물이여, 해방시키소서. 당신의 호흡을 주소서, 성령이여.

홍명희 선교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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