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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력서 (신앙 이력서)헤른후트에서 온 편지 ⒀
홍명희 선교사 | 승인 2022.09.22 16:03
▲ 남편이 나와서 신앙이력서 낭독하는 장면 ⓒ홍명희

헤른후트 형제 교회에는 지금까지 꼭 지키는 예전이 있다. 장례 예배 때 스스로 작성한 ‘삶의 이력서’를 낭독하는 것이다. 이것은 미리 각자 준비해 놓아야 한다. 미처 준비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온 가족이나 친지가 모여 그가 살아온 발자취를 찾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올해로 6년째 살고 있는 헤른후트에서 나는 참으로 많은 장례식을 경험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장례식 뒤에 커피와 케익을 나누며 교제하는 자리에서 그 사람의 이력에 대해 새롭게 다시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 곁을 떠난 형제자매에 대해 서로 간에 잘 알지 못했다는 아쉬움 또한 의외였다. 살아있을 때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을, 그 사람이 이 땅에 없고 난 뒤에야 아쉽다는 표현을 해야 하는가!

나도 아직은 삶의 이력서를 완성하지 못했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마음이 먹어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자기의 삶을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조명해 보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언젠가 나는 가까이 모임을 갖는 여성들과 삶의 이력서를 완성해보자고 제안했다. 모임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결국은 자신이 스스로 써 내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몇 해 전인가, 더운 여름날 심정지로 갑자기 사망한 형제는 60세도 안 된 분이었다. 오전에 꽃가게에 있던 부인을 스치듯 지나갔는데, 몇 시간 후에 당한 그의 사망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장례식에서 그가 9년 전에 이미 써 놓았다는 삶의 이력서를 들으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50대 초반에 미리 작성해 두었던 것이다.

그는 슬하에 자녀는 없었고, 첫 결혼에 실패했지만, 지금의 부인과 너무도 감사한 생을 살고 있다고 적었다. 동독 시대에 이미 신앙을 갖게 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하나님은 한 사람의 생애에 깊이 관여하신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까지 그가 디아코니아에서 장애인을 돌보게 된 것도 여러 삶의 어려운 과정을 통과 한 후였다. 

헤른후트의 전통적인 삶의 이력서는 한 사람의 일반적인 삶의 과정의 정보만 서술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께로 회심하는 과정을 써야한다. 헤른후트 형제 교회는 영적인 삶을 네 단계로 보았는데, 즉 그리스도를 알게 되었고, 그러나 확신이 없고, 느끼게 되는 단계를 거쳐 생명력 있는 단계로 본 것이다.

안타깝게도 17세기 헤른후트 형제 교회시대에는 어린 아이들을 전염병 등으로 일찍 천국으로 보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글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아이들에게는 아프기 시작하면 스스로 신앙 이력서를 쓰도록 권장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부모가 자녀의 천국행에 대해 마무리를 지어서 교회에서 크게 낭독하였다.

1789년 1월에 태어나서, 7살이 채 되기도 전에 병으로 마지막 시간을 사투했던 어린 소녀, 소피아의 이야기를 소개할까 한다. 엄마는 그 아이에게 물었다. 

“사랑하는 딸아, 너의 고통은 이제 곧 끝이 날 것이란다. 너는 곧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행복을 갖게 될 것인데, 주님에게로 가면, 그는 너의 상처에 입을 맞추어 주실 것이야. 딸아 기쁘니?”
묻자, 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오, 그럼요 엄마... 빨리 가고 싶어요.”

얼마 후, 아이는 주님 품으로 안겼다고 서술하고 있다. 

헤른후트 형제 교회는 아이들에게 깊이 있는 신앙교육을 했다. 비록 어린 아이지만, 그 몸에 아픔이 왔을 때, 예수님도 또한 고난 가운데 있었던 것을 알았다. 그 아픔을 통해서 아이들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었고, 내면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들은 심지어 마지막 순간에도 가족과 방문한 사람들을 위로하였다고 전해진다.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언제든지 어른들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진젠도르프도 10살까지 외할머니 집에서 사는 동안 매일 기도할 뿐 아니라, 항상 많은 질문들을 신앙적 주제들을 가지고 토론할 수 있는 열린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그러한 전통으로 인해 헤른후트 형제 교회의 아이들은 일찍 성경과 찬양을 배우고, 성숙된 신앙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아이들의 신앙이력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형제나 자매의 장례 예배에서 모두가 가장 은혜를 받는 것은 그들의 신앙이력서를 듣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자란 환경이나, 주님을 만나게 되는 과정은 처음 듣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장례식의 예배는 그들의 삶을 더욱 깊이 알게 되면서, 그들이 고난을 통과하는 과정도, 행복을 누리며 만족한 삶을 산 것도 온 교우들에게 천국의 소망을 더 가지게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 관이 교회앞을 떠나 장지로 출발할 때, 악대가 찬송을 높이 부릅니다. ⓒ홍명희

항상 웃으며 인사해 주던 할머니가 계셨다. 그 할머니는 자녀들이 다 가까이에 살아서 항상 자녀들이 번갈아가며 돌보며 정답게 산책을 하곤 하셨다. 휠체어를 밀고 지나가는 나를 보면 환하게 손을 흔들며 인사해 주셨다.

나중에 그녀의 장례식에서 알게 되었지만, 그녀의 삶도 만만치 않은 큰일을 해낸 분이셨다. 4대째 내려오는 빵가게의 빵을 굽는 남편을 만나, 늘 새벽부터 남편을 도와 일을 하시면서, 교회에서는 금관악기 대장을 하셨다. 늘 봉사하던 분이셨다. 또한 다섯 명의 자식들을 다 신앙인으로, 선교사와 훌륭한 제빵사, 설교가로 키워내신 분이셨다. 그분의 얼굴은 항상 밝았다.

어찌 보면, 그냥 할머니구나 하고 지나칠 수 있는 작고 외소한 그분은 끝까지, 연약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하셔서 그렇게 환하게 웃으시며 손을 높이 들어 인사를 건네신 것이었다. 그녀가 이 땅에서의 겪은 삶의 여정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욱 애잔한 위로를 건네는 내게, 딸 중의 한명이 오히려 담담하게, 엄마는 천국에서 악대를 지휘하며 계실 것이라며,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어쩌면 헤른후트 사람들은 신앙 이력서를 잘 마무리 짓기 위해 매일의 삶에 더 충성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때로는 저녁에 쓸 감사 일기를 생각하면, 일상 중 삐걱거리는 일이 있더라도 다시 한 번 숨을 고르면서 마음을 추스를 때가 있다. 

작년에 유난히 많은 어르신이 돌아가셨다. 그러나 헤른후트는 그러한 과정을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 장례 예배에서 신앙 이력서를 듣고 나면, 살아오신 삶이 파노라마처럼 감동의 순간들로 물결친다. 그리곤 가슴에 새기게 된다. 그래서 내 하루의 삶이 결코 버려지지 않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홍명희 선교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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