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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이 아닌 양성평등? 그건 사기잖아요(성)소수자와 그리스도교 10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 승인 2022.10.14 00:15
▲ 양성평등이라는 주장 속에 담긴 의도는 결국 성소수자에 대한 반대이다. ⓒUN News

1.

“사모님”

이곳저곳에서 많이 쓰이는 말입니다만 이 말이 교회에서 쓰인다면 뭔가 다른 뉘앙스를 갖게 된다는 건 이 글의 독자라면 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모 인터넷 신문에 연재된 [사모행전]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당시 전도사였던 남편과 결혼을 앞두고 시어미니 되실 분이 기도하시기를 우리 며느리 교사임용고시 떨어지게 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후 최근에는 자신의 모교회이자 남편을 만나기도 한 교회에서 담임목사 청빙 공고가 났는데 그 공고에 “사모님 직업이 없어야 함”이란 조건이 있더랍니다. 청빙 지원자 중에 사모님이 지금은 직업이 있지만 서류 심사에 통과하면 그만두도록 하겠다고 한 분이 있었는데 서류 심사에서 바로 탈락했다네요.

왜 사모가 직업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가 궁금해서 다른 분에게 질문을 해 봤더니, 이런 답이 돌아오더랍니다.

“사모에게 직업이 있으면 목사님이 사모의 경제적 능력에 기대어 주의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래서 먹이시고 입히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전적으로 의지하기 위해, 더욱더 주의 일에 집중하기 위해 사모에게는 직업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막상 이 ‘사모님’ 본인의 남편 목사님이 다른 교회 면접을 봤더니 거기서는 사모님에게 직업이 있느냐고 질문하고 지금은 아이가 어려서 쉬고 있다고 하니 아이가 좀 더 크면 일을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답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거냐는 말이 절로 나올 밖에요.

그래서 이 ‘사모님’이 하시는 질문.

“누군가가 사모가 되면, 하나님은 그에게 주신 직업적 소명과 달란트를 거둬 가시나요? 사모는 주님의 자녀가 아니라, 그저 목사의 아내에 불과한가요?”

2.

저의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에서 얼마 전 성평등이란 말을 양성평등으로 고쳐야 한다고 한바탕 시비가 있었습니다. 1표차로 실패하니까 이번엔 성평등이란 말을 쓴 안건인 교단 내부 설문조사 실시 안건 자체를 폐기하려 들었다가 이것도 실패로 돌아갔구요. 때마침 정부에서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면서 내세운 후속 기관의 이름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라는데 여기서도 양성평등이란 말이 나오는군요.

성평등이라고 하면 안 되고 양성평등이라고 해야 한다는 이유가 성평등이라고 말하면 동성애를 인정하는 말이 되니까 안 된다고 했는다데요. 뭐 그런 이유 자체가 참 웃긴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둘째 치고요.

어쨌든 양성‘평등’이라고 말했으니 무언가 ‘평등’을 추구하겠다는 말이고 아마도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추구하겠다는 말일 텐데요. 그럼 도대체 무슨 ‘평등’을 추구하겠다는 걸까요. 예를 들어 서두에서 말한 ‘사모님’ 같은 경우에, ‘양성평등’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슨 대답을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최근에도 어떤 목사님들이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목회자 가정상은 목사가 혼자 뒷짐지고 앞서가면 사모는 아이 셋을 데리고 짐을 이고 뒤따르는 거다.”라고 하신다던데, ‘양성평등’ 운운하시는 분들은 설마 이런 헛소리까지는 안 하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한데 저런 헛소리를 안 한다고 해 봐야 겨우 출발선에 불과할 뿐. 출발한 이후에는 무엇을 하실지요.

여기서 하나 쓴웃음 났던 일이 생각나네요. 기장 교단 홈페이지에 목사 청빙 공고를 내면서 “사모 신앙고백서”를 받겠다고 해서 여성 목사님 몇 분이 항의를 했더니 그럼 여성 목사의 경우는 “사부(?) 신앙고백서”를 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답을 하는 목사님들이 있었죠.

‘사모님’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도 해보면,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여성 목사 안수를 한 지 꽤 세월이 지난 교단이고 작년에는 여성 목사님이 총회장을 해서 화제가 된 교단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교단에서도 여성 목회자가 목사 안수를 받기 전에는 할 일이 많지만 목사 안수를 받고 나면 할 일이 적어지고 부목사를 하고 나면 더더욱 할 일이 적어진다는 말이 거의 통설에 가깝습니다.

‘양성평등’ 운운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마땅히 일을 하셔야 할 텐데, 그런 현실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하겠다는데 ‘성평등’이란 말을 썼다고 폐기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니,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네요. ‘동성애 반대’, 이거 하나 하려고 양성평등이란 말을 구실로 내세웠냐고 말이지요.

3.

그런데 ‘양성평등’을 하자더니 정작 그 ‘양성평등’을 위한 설문조사도 방해하더라, 이런 류의 이야기만 하고 넘어갈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앞의 1에서 나왔던 어느 ‘사모님’의 질문을 다시 가져와 볼까요.

“누군가가 사모가 되면, 하나님은 그에게 주신 직업적 소명과 달란트를 거둬 가시나요? 사모는 주님의 자녀가 아니라, 그저 목사의 아내에 불과한가요?”

이 질문을 이렇게 한 번 고쳐 보겠습니다. 사모를 사부(?). 그러니까 남편으로 바꿔서요.

“누군가가 사부가 되면, 하나님은 그에게 주신 직업적 소명과 달란트를 거둬 가시나요? 사부는 주님의 자녀가 아니라, 그저 목사의 남편에 불과한가요?”

고친 질문이 말이 되는 질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글의 독자 중에 혹시나 있으실까요? 목사의 배우자이긴 마찬가지인데 목사의 아내가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은 말이 되고 목사의 남편이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 그 차이가 의미하는 것은 아마도 이런 것일 터입니다.

1) 사모는 목사의 아내, 목사의 가족으로 목사에 부속된 존재이고 다른 삶은 없는 줄 안다 혹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남편은 사회에서 누군가에 부속되지 않은 독립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내는 그렇지 않다.

1)을 봐도 그렇지만 2)를 보면 이건 ‘교회’라는 공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가부장제’라는 말이 나올 만한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말이 되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가부장제라는 놈이 교회에도 너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다른 데선 문제가 없는 것 같아도 사모나 여성 목회자 등에서 문제가 폭발하게 되는 것이라고 해야겠죠.

그리고 여기에서 가볍게 짚고 가면, 앞에서 나온 말, 사모 신앙고백서가 문제라면 사부 신앙고백서도 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헛소리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구요. 사모 신앙고백서란 사모가 남편인 목사에 부속된 존재라는 전제 하에서나 가능게 한 발상이니 그걸 받는 것 자체가 문제일 뿐 아니라, 사모와 사부는 위에서 보듯이 그 삶의 양태가 같을 수가 없는데 둘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도 오류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죠. 양성평등이라는 걸 추구하려면 최소한 가부장제 가족제도 자체에 대해서 비판적인 실천을 해야 할 거라구요. 사실 이건 이미 상식이 된 지 오래인 이야기라 다시 말하는 게 새삼스러울 지경이지만.

4.

그런데요. 가부장제 가족제도에 대해서 비판적인 실천을 한다는 말은 그냥 그 가족 제도를 가만 놔두고 그 안에서 남편과 아내의 관계만 평등하게 조정한다 이런 말이 아닙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 ‘평등한 조정’을 하기 위해서도 ‘남자’와 ‘여자’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재검토를 해야 해요. 지금까지의 ‘남자’와 ‘여자’에 대한 생각 자체가, 가부장제 가족,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가족에서 ‘남자’와 ‘여자’는 어떤 역할을 할까 거기에 맞춰서 짜여진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남자’와 ‘여자’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재검토를 해야 되니까 나온 말이 ‘성평등’입니다. 그런 재검토를 하다 보면 당연히 ‘이성애자 남자’, ‘이성애자 여자’ 말고 다른 성적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흔히 ‘성소수자’라고 지칭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더불어서, 가족이라는 것도 아빠+엄마+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족 말고도 다양한 관계에서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미 있으니 그런 사람들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넓혀져야 하구요(그래서 ‘가족구성권’이란 말을 요즘 씁니다).

성평등이란 말을 쓰면 안 되고 양성평등이란 말을 써야 한다는 분들. 지금까지 이야기를 쭉 따라왔다면 당연히 이런 결론이 나오겠죠? 양성평등이란 걸 정말로 하려고 하면, 당연히 성평등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끝까지 성평등은 안 되고 양성평등만 된다?

그럼 이렇게 말씀드릴 수밖에요.

“사기 그만 치세요.”

기장 총회에서 그런 사기 치려고 했다가 실패하신 분들뿐만 아니라, 여성과 가족을 결합시킨 것부터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나름의 실천을 해 온 여성가족부를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바꾸겠다는 정부에게도 마찬가지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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