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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형벌 너머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합니다(창세기 3,17-21; 요한복음 1,1-5)
이경훈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2.10.26 22:39
▲ Domenichino, 「The Rebuke of Adam and Eve」 (1626) ⓒNational Gallery of Art

에덴에서 인간이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곧 좋고 나쁜 것을 구별할 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긴 결과는 죽음이어야 했습니다(창 2,17).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말씀이 죽음을 의미할 수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명령의 위반에 대한 직접적인 형벌로서의 죽음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더욱이 하나님의 저주는 뱀에게 그랬던 것처럼 인간에게 내려지지 않고, 인간 때문에 오히려 땅에게 저주가 내려집니다.

그 저주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지만, 땅과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 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땅에서 열매 맺는 온갖 나무를 자라게 하시고 그것들을 인간의 먹거리로 베푸셨지만, 저주받은 땅은 이제 인간이 땅을 가는 농부로서 한평생 얼굴에 땀을 흘리며 수고해야 인간에게 먹거리를 내줄 것입니다. 에덴에서 노동은 땅을 돌보라는 하나님의 지시에 대한 응답이었지만, 에덴 바깥의 인간에게 노동은 자신에게 저항하는 땅에서 생존하기 위한 수고와 고통이 됩니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 기반인 땅과 적대적인 관계에 놓이지만, 여전히 땅과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여전히 땅과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목적(창 2,5)도 여전히 유효하며, 따라서 인간은 에덴에서 추방된 뒤 비로소 그 목적, 곧 땅을 경작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에덴 바깥에서도 하나님과의 관계를 지속합니다. 이는 인간의 노동 자체가 저주로 여겨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간에게 고된 노동과 죽음의 형벌을 선고하지만, 그 속에서도 하나님은 인간을 살리시고 인간으로 하여금 그가 창조된 목적대로 살게 하시려는 뜻을 드러내십니다. 뒤틀리고 망가졌지만 그럼에도 하나님과 땅과 인간의 관계는 그렇게 계속되고 그 본래의 목적을 향해 있습니다.

수고와 고통으로 점철되고 죽음으로 한계가 그어지지만, 인간은 하나님께 삶을 허락받습니다. 그 열매를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을 것이란 자신의 말씀을 하나님은 철회 혹은 약화시키신 것일까요? 이 심판의 말씀에서 우리는 오히려 희망을 발견하고, 그 자신을 부정할지라도 인간을 포기하지 않고 은총의 역사를 이어 가시는 그런 하나님을 말할 수 있을지요?

이 심판의 말씀은 심판의 실행으로서 인간의 추방(창 3,22-24)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고, 먼저 아담에 대한 이야기가 보도됩니다. 아담은 자기 아내에게 모든 산 자의 어머니가 될 것이란 의미로 하와라는 이름을 지어 줍니다. 그러나 아담의 이런 행동은 심판에 대한 반응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앞서 하나님은 여자에게 임신과 해산의 고통이라는 형벌을 내리십니다. 그러나 그 고통에도 불구하고 이 심판에는 새로운 생명과 미래에 대한 약속이 또한 담겨 있습니다. 이는 인간에게 죽음의 운명이 선고되지만, 그 안에 인간을 살리시려는 하나님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담은 그의 아내와 함께 하나님의 심판을 짊어지면서도, 그것이 품고 있는 삶과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을 들은 것일지요? 하와(생명)라는 이름을 지어 준 것은 그로 인한 희망을 담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희망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일까요? 하나님은 전에 인간의 결핍을 채워 주셨듯이, 나뭇잎옷 대신 가죽옷을 지어 그들에게 입혀 주십니다.

인간을 저버리지 않으시고 인간 자신이 초래한 절망과 죽음이 인간을 삼키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총입니다. 인간이 창조 세계에 드리운 어둠에 비쳐 오는 빛입니다. 그 은총은 에덴 바깥 인간의 고되고 수고로운 삶에서 희망이 되고 죽음의 한계 앞에서도 그 너머 생명을 바라보게 할 것입니다.

뒤틀린 창조 세계를 회복시키려는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는 계속되었습니다. 자신의 명령을 어긴 아담을 저버리지 않으셨듯이, 하나님은 어둠에 잠긴 세상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둠 속에 내버려 두지 않으셨습니다.

그 어둠을 빛으로 밝히고 죽음을 생명으로 몰아내기 위해 말씀이신 하나님이 몸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생명의 주님이시고 세상의 창조자이신 그 말씀은 죽음과 어둠 속에 생명의 빛을 비추시고 새로운 세상을 시작하셨습니다. 어둠과 죽음과 짝하는 자들은 그 빛을 미워하고 거부하려 했지만,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 새로운 세상이 우리 가운데 자라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눈이 가려져 우리 가운데 계신 빛을 보지 못하고, 어둠이 끝내 빛을 이겼다고 절망하고 체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께서는 우리의 눈을 여시고 우리를 어둠 속에서 빛으로 죽음 속에서 생명으로 살게 하십니다.

이 생명의 빛의 조명을 받아 생명과 희망과 사랑을 품고 세상에 그 생명과 희망과 사랑을 낳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빕니다. 어둠이 침범할 수 없는 빛 가운데 거하며 어둠의 세력에 맞서 빛의 삶을 사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빕니다. 창조 세계의 회복을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이에 평화와 정의의 수립을 위해 온 힘을 다하며 역사의 어둠을 몰아내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빕니다.

이경훈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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