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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시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신학을 향해카푸토의 ‘약한 신학’과 안병무의 민중신학 비교 연구 (1)
김민아 박사(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집행위원장) | 승인 2022.10.30 05:09
▲ 존 카푸토(John D. Caputo, 사진 왼쪽)와 안병무(사진 오른쪽)

이 연재의 목적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신학 정립에 존 카푸토(John D. Caputo)의 ‘약한 신학(weak theology)’과 안병무의 민중신학이 기여하는 방법을 비교 연구함으로써 양자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하는 것이다. 흔히 포스트모더니즘은 주체나 거대담론(meta narrative)을 한 없이 부정하고 해체해 버리기 때문에 절대적인 진리로서의 신을 상정하는 기독교 신학과는 만날 수 없다고 여겨진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이 사회운동의 주체를 해체하여 무력화시키고 운동의 내용을 채워주는 담론의 합리성을 부인하며 목표로서의 진리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운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통념이 있다.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신학의 가능성

이에 대해 카푸토는 데리다(Jacques Derrida)의 ‘해체(deconstruction)’와 ‘차연(différance)’의 개념을 신학적 논의에 적용하여 포스트모더니즘과 신학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카푸토가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를 바탕으로 주장한 ‘약한 신학’은 약자를 위한 신학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안병무의 민중신학과 만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민중신학은 1970년대 민중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시기 한국적 상황에 맞는 신학을 고민하던 진보적인 신학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민중신학은 기존의 전통적인 신학이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에게 복종해왔다고 비판하면서 가난하고 고난 받는 민중의 편에 서는 신학만이 진정한 예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중신학이 약자의 입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한국의 민주화와 사회적 모순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약자를 위한 신학이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연재에서는 안병무의 민중신학이 약자를 위한 신학을 주장하는 논리와 카푸토의 약한 신학이 약자를 위한 신학을 옹호하는 논리의 비교를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이 끝없는 해체로만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논리 안에서 분명한 지향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과 신학의 만남에 대한 연구는 거의 신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포스트모더니즘 사조가 신학에 긍정적인가 아니면 부정적인가를 둘러싼 논쟁이 연구의 중심이었다. ‘포스트모던 신학’이라는 명칭에 대해서도 그것의 내용에 대한 관심보다는 “포스트모던한 세계에서 어떻게 신학을 하는 것이 좋은지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된다.(1)

대체적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거대담론을 거부하고 절대적인 진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학은 근본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과 양립할 수 없지만, 로고스 중심주의(logocentrism)를 포스트모더니즘이 강력하게 비판한다는 점을 들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에 기초한 지성적 성서 이해를 탈피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신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2) 포스트모던 신학은 종교적 영성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고, ‘자연주의적 유신론’을 옹호하며, 감각과 경험을 중시하는 특성을 가진다는 설명이 제시되기도 한다.(3) 이러한 입장들은 모더니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원론적 세계관, 과학적 합리주의, 개인주의 등이 야기하는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모더니즘을 넘어선 신학’이라고 할 수 있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의 논리와 이론을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진정한 포스트모던 신학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음을 전면에 내세운 남미의 해방신학 및 한국의 민중신학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만남을 다룬 연구들은 서구 전통 신학의 방법과 관점을 넘어서서 새로운 방식의 새로운 신학을 제기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문균은 해방신학이 사회적 불의에 의해 희생된 사람, 억압받는 사람, 절망적인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삶의 자리(Sitz im Leben)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제국의 신학(theology of empire)과는 다르다고 지적한다.(4)

이남섭은 남미의 민주화 운동은 기존의 계급중심적 담론으로는 설명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고 운동 주체와 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신사회운동이라는 틀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여기에서 해방신학은 “신사회운동의 이론적 매개”로서 포스트모더니즘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5) 민중신학도 또한 구체적인 민중의 현실에서부터 태동하여 권력과 자본에 굴복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전통 신학의 논리를 비판하고 “민중이 예수”라는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민중 편향적인 신학을 제기했다.

약한 신학과 민중신학의 만남

본 연재는 단순히 ‘신학과 포스트모더니즘이 결합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카푸토의 약한 신학과 안병무의 민중신학의 방법론에 초점을 맞추어 이 양자가 만날 수 있는 지점, 즉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신학이라는 지향을 검토·분석하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이 현실적인 실천에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 연구는 카푸토의 신학적 관점이 잘 드러나는 『하나님의 약함: 사건의 신학』(The Weakness of God: A Theology of the Event)(6)과 『자크 데리다의 기도와 눈물: 종교 없는 종교』(The Prayer and Tears of Jacques Derrida: religion without religion)(7), 『종교에 대하여』(On Religion)(8), 「신비주의와 범죄: 데리다와 마이스테르 에크하르트」(9)를 검토하겠다.

안병무의 민중신학에 대한 자료로는 『민중신학 이야기』(10)를 검토한다. 민중신학은 하나의 통일된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자마다 다른 목소리를 낸다.(11) 이 연재에서는 ‘민중신학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안병무의 글을 분석함으로써 민중신학이 서구 전통 신학에 가하는 비판의 내용과 새롭게 제기하는 민중 편향적인 신학적 담론을 살펴볼 것이다.

먼저 2장에서는 카푸토가 ‘해체’를 통해 ‘약한 신학’을 제기하는 논리적 전개를 추적해보고자 한다. 데리다의 ‘차연’을 적용하여 서구의 ‘강한 신학(strong theology)’을 비판하고, 카푸토의 약한 신학이 ‘부정신학(negative theology)’과는 어떻게 다른지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전통적인 신학 담론과의 차이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건의 신학’으로서 약한 신학이 갖는 특성을 살펴보겠다. ‘이름의 신학’과 대비되는 ‘사건의 신학’은 전지전능한 하나님을 전제하지 않으며 이러한 ‘하나님의 약함’이 약한 자들의 옹호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3장에서는 안병무의 민중신학이 전통 신학에 가하는 비판을 검토하고, 민중 편향적인 신학적 논리의 근거와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도록 하겠다. 민중신학의 신관, 성서관, 예수관, 구원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이것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신학으로 이어지는 논리적 추이를 밝힐 것이다.

4장에서는 카푸토의 약한 신학과 안병무의 민중신학이 약한 자들을 위한 신학 정립으로 수렴되는 지점을 포착하고, 이를 중심으로 양자의 방법론을 비교 연구하고자 한다. 약한 신학과 민중신학 모두 ‘사건의 신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여기에서의 ‘사건’이 의미하는 바를 비교 검토하도록 하겠다. 다음으로 개념적인 이론 체계보다는 ‘삶의 자리,’ 즉 지금 여기의 ‘일상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약한 신학과 민중신학이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밝힐 것이다.

마지막으로 카푸토의 ‘사건의 왕국’ 혹은 ‘차연의 왕국’과 안병무의 ‘하나님 나라’를 비교함으로써 이 두 신학이 약자를 포용하고 옹호하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논리적 과정을 분석하도록 하겠다. 이러한 비교 연구를 통해 카푸토가 비판하는 강한 신학적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민중신학과 포스트모더니즘 진영에 속해 있는 약한 신학이 약자들을 위한 신학의 가능성이라는 차원에서 조우한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미주

(1) 이문균, 『포스트모더니즘과 기독교 신학』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0), 91.

(2) 스탠리 그렌츠(Stanley J. Grenz), 『포스트모더니즘의 이해: 포스트모던 시대와 기독교의 복음』, 김운용 역 (서울: 예배와설교 아카데미, 2010), 289-307.

(3) 데이빗 그리핀(David R. Griffin), 『포스트모던 하나님 포스트모던 기독교』, 강성도 역 (서울: 한국기독교연구소, 2002).

(4) 이문균, 『포스트모더니즘과 기독교 신학』, 154-56.

(5) 이남섭, 「최근 라틴아메리카 해방신학의 동향」, 『민중과신학』 8/2 (2002), 17-18.

(6) J. D. Caputo, The Weakness of God: A Theology of the Event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2006).

(7) J. D. Caputo, The Prayer and Tears of Jacques Derrida: Religion without Religion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1997).

(8) 존 D. 카푸토, 『종교에 대하여』, 최생열 역 (서울: 동문선, 2003).

(9) 존 D. 카푸토, 「신비주의와 범죄: 데리다와 마이스테르 에크하르트」, 『데리다와 해체주의: 철학과 사상』, 휴 J. 실버만 편, 윤호병 역 (서울: 현대미학사, 1998).

(10) 안병무, 『민중신학 이야기』 (서울: 한국신학연구소, 1988).

(11) 특히 ‘민중’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대한 논의는 민중신학 안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거리이다. 구체적으로 서남동은 민중이 경제적으로 “육체노동을 통해 가치를 직접 생산하는 계층”과 부정한 사회 질서 때문에 억압당하고 소외당하는 모든 이들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았다. 서남동이 이와 같이 민중에 대해 나름대로의 개념정립을 시도하는 데 반해 안병무는 민중에 대한 사회과학적 개념화 자체를 거부하였다. 민중은 개념화될 수 없으며 “민중사건에 참여함으로써만” 경험되고 파악될 수 있는 실체라는 것이다. 장상철, 「1970년대 ‘민중’ 개념의 재등장: 사회과학계와 민중문학, 민중신학에서의 논의」, 『경제와 사회』 74 (2007), 124-27.

김민아 박사(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집행위원장)  minahkim@i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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