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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선견지명, 가족(성)소수자와 그리스도교 11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 승인 2022.11.11 15:34

1.

‘가족같은 서비스’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서비스의 실제가 어떻든지 간에 이 말을 하는 사람은 적어도 두 가지 의미를 전달하고자 할 겁니다. 우선 서비스의 질은 최고에 가까울 것이고, 그 태도 역시 ‘가능한 한 따뜻하고 정겨울 것이다’ 이런 의미겠지요.

그런데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없으신가요? ‘가족같은 서비스’라는 말은 사실 그 서비스가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혹은 가족 내에서는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나오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서비스를 두고 ‘가족같은’이란 말을 붙이는 건 의외로 아이러니한 일이 되는 거 아닐까요? 가족 안에서라면 불가능한 일인데 ‘가족같이’ 하라는 거니까요.

2.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사는 동성 부부 중 한 사람이 건강보험공단에 파트너의 피부양자로 등록이 가능한지를 문의했습니다. 저의 아내가 저의 피부양자로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부부라고 해서 혼인신고까지 다 한 부부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이른바 ‘사실혼’의 경우에도 해당이 되니 그런 경우와 유사하게 다룰 수 있겠다 싶어서 건강보험공단에서도 처음엔 등록을 받아줬다는데요.

얼마 뒤에 건강보험공단에서 현행 가족법으로는 동성결혼이 인정이 되지 않으니 피부양자 등록을 받아준 게 실수였다고 하면서 등록을 취소하고 그 동안 피부양자로서 안 냈던 보험료까지 부과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부는 이 결정에 대해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요. 1심에서는 패소했습니다. 현행 가족법으로는 동성결혼이 인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피부양자 등록을 받아줄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3.

지난 주에 이 재판의 2심이 시작되었습니다. 소송의 피고인 건강보험공단 측이 1심에서의 승소 이유인 현행 가족법으로는 동성결혼이 인정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다시 내세운 건 당연한 일인데요. 거기에 보완을 위한 것인지 이런 논리를 또 들고 왔더군요.

이 피부양자라는 개념은 원래 건강보험이 처음 만들어질 때 가족 단위로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이었기 때문에, 가족 중 수입을 올리고 다른 가족을 부앙하는 사람과 그에게 부양을 받는 사람 이런 구도에서 출발한 개념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니 피부양자 개념은 가족 관계를 전제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법적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동성 부부에는 피부양자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소송 양쪽 당사자의 발언을 듣고 난 후 재판부에서 건강보험공단 측에 이런 질문을 물었습니다. 사실혼 관계의 부부를 피부양자로 인정해 주는 것이 사실혼 관계의 부부라는 개념이 현행 가족법에 정해져 있어서 그걸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확인을 먼저 했습니다. 그렇다면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규정이 꼭 현행 가족법의 가족 규정을 따라갈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재판부는 이 재판을 평등의 원칙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이성 부부와 동성 부부에게 건강보험이 어떻게 적용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맞는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었습니다.

4.

서두에서 ‘가족같은 서비스’에 관해 언급하면서 그 ‘가족같은’이란 말이 뜯어 보면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사실 ‘가족같은’이란 말은 종종 내가 뭔가 좀 이상한 행동을 해도 가족이니까 받아들여 달라는 의미로도 종종 쓰이지요. 그래서 ‘가족같은 회사’라면 사실은 사장과 상사들이 맘대로 설치는 회사인 경우가 종종 있지요. 가족이란 의미가 권력 관계와 얽히게 되면 매우 안 좋은 의미가 될 수 있다는 말일 테고, 사실은 실제 가족도 아버지의 권력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종종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지라 가부장제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족이라는 말 한 구석에는 그 말로 지칭되는 사람들 사이의 끈끈한 연대의 의미가 반드시 들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끈끈한 연대는 이성애자 부부 중심의 가족에게만 한정되라는 법도 없을 테고, 이른바 ‘혈연 가족’에게만 한정되라는 법도 없을 터입니다. 그래서 성소수자 부부만이 아닌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꾸려 나가는 공동생활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가족구성의 권리가 최근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을 깔고 2와 3에서 소개한 재판 이야기를 다시 읽으니 이런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어쩌면 이 재판에서 가족구성권에 관해서 깊게 고려하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재판에서는 동성 부부에 대한 가족법의 규정을 다루자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어두긴 했고 그만큼의 한계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건강보험이라는 국가의 사회 서비스의 차원에서 이성애자 부부 중심의 가족이라는 집단 형태만이 그 유일한 대상으로 상정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까요.

물론 새롭게 구성되는 가족은 권력 관계와 얽히지 않고 또한 가족이라는 테두리에만 얽히지 않아야 할 테지요. 서두에서 본 것처럼 ‘가족같은’이란 말은 가족 안에만, 가족 안의 권력 관계에만 얽매여서는 성립할 수 없는 말일 테니까요.

여기까지 오니 문득 예수님 이야기가 하나 생각나기도 합니다. 어머니와 동생들이 찾아왔다니까 그 자리에 모인 군중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자신의 어머니이고 동생이라고 하면서, 누구든지 하느님의 뜻대로 행하는 사람이 자신의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라고 하셨던 그 이야기 말입니다. 예수님이 가족구성권에 대해서 뭔가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모양이죠?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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