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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크 데리다와 강한 신학의 해체카푸토의 ‘약한 신학’과 안병무의 민중신학 비교 연구 (2)
김민아 박사(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집행위원장) | 승인 2022.11.13 03:36
▲ 프랑스 철학자 쟈크 데리다의 ‘해체’는 철학은 물론 신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Getty Image

데리다는 해체가 하나의 방법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며, 문학 비평 양식도 아니고 텍스트 해석을 위한 절차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단지 해체의 읽기 행위로 그쳐야 하지, 그것을 개념화하여 이해하고 묘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해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불가피하다.

쟈크 데리다의 ‘해체’란

데리다의 해체 대상은 전통적인 형이상학이었다. 전통적인 형이상학은 모든 사물과 철학에 원형이 되는 근원(arche)이 존재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기원, 부동의 동자, 제일원인, 궁극의 존재 등을 상정하는 것인데, 기독교에서는 신이 이 자리를 차지한다.

따라서 데리다의 해체는 신학과는 양립불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해체의 핵심은 차연이다. 차연(différance)은 ‘지연시키다(defer)’와 ‘다르다(differ)’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프랑스어 ‘differer(디페레)’로부터 데리다가 만든 용어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차이’와 ‘지연’의 의미를 동시에 작동시키는데, 텍스트의 의미가 확정적이라거나 결정될 수 있다는 생각을 부정하고 끊임없는 의미의 연쇄들 속에서 하나의 해석은 곧바로 ‘다른’ 해석으로 ‘지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연이라고 하면 흔히 ‘무의미성’을 나타낸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그것은 명칭과 개념의 효과로 생산되는 모체(母體), 즉 확정된 의미 혹은 해석을 해체하는 것을 의미한다.(2) 따라서 차연은 신에 대한 질문을 하나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그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3) 차연은 수동적인 측면인 다름(differing)과 능동적인 측면인 연기함(deferring)의 상호작용이다.

하나의 개념은 ‘다른’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주어진 ‘다름’들의 연쇄 속에서 무언가 하나를 확정하지 않고 결정의 순간을 끊임없이 뒤로 미룬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황과 상관없이 존재하는 독립된 존재(entity)도 없고, 객관적으로 독립된 현재(present)에 대한 경험이라는 것도 은유이자 임의적인 것일 뿐이다.(4) 고정된 원칙, 의미의 위계, 굳건한 기반을 전제로 하는 구조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해체이다.(5)

데리다는 이를 통해 확정적이고 로고스 중심적인 거대담론으로서의 신학을 강한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비판했다. 그는 강한 신학에서 절대적 존재로서의 신에 대한 이야기를 ‘비밀’이라고 하는 것을 인용하면서 진짜 비밀이란 “비밀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감추어진 의미론적 내용도 없으며, 특권화된 접근방식도 없고, 초월적인 기의도, 초본질적인 직관”도 없다는 것이다.(6)

데리다와 함께 약한 신학을

이러한 데리다의 해체 개념을 카푸토는 종교에 적용하여 새로운 신학을 탄생시켰다. 데리다가 말한 ‘종교 없는 종교(religion without religion)’를 새롭게 해석하여 무신론이 아니라 새로운 종교성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해체는 구조를 느슨하게 하고 푸는 것, 타자의 충격으로 인해 구조가 움직이게 하는 것, 구조를 자유롭게 활동하게 하는 것,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것, 낯선 것에 ‘예’로 응답하는 것이다. 해체는 낡은 텍스트를 새롭게 읽고 비트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담론과 제도를 뒤흔드는 전적 타자의 예상치 못한 도래에 노출되는 것이다.(7)

위에서 봤을 때, 카푸토는 해체를 통해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고 “낯선 것에 ‘예’로 응답”하며, “전적 타자의 도래”를 맞아들이고자 한다. 이처럼 카푸토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질문에 전혀 답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면서도 열정적이고 소박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대답을 내놓으려고 시도한다.(8) 바로 이 점에서 카푸토의 해체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깨뜨리는 것이다.

그는 어떠한 절대적인 확증을 내리지 않으려고 하는 지향 속에서도 “처음이자 끝이며, 평생 동안 지속되는 변경 불가능한 질문”을 부여잡는데, 그것은 바로 아우구스티누스의 질문인 “내가 나의 신을 사랑할 때 나는 무엇을 사랑하는가?”이다.(9) 그는 이 질문에 진실한 답을 내리려는 시도에서 약한 신학에 이른다. 그런 점에서 그는 포스트모던이라는 표현이 모더니즘을 탈피하기보다는 그것으로부터 무언가를 경험하고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10)

부정신학과 약한 신학

카푸토의 약한 신학은 신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리는 부정신학과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카푸토는 약한 신학과 부정신학이 근본에서부터 차이점을 가진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부정신학은 언제나 좀 더 높고, 좀 더 고상한 확신에 이르기 위한 우회로일 뿐이다.

그것은 신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신의 존재를 가장 강력한 어휘로 말하는 방법이다. 신은 너무나 심오하고 철저하며 순수하고 완벽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신’이라는 어휘나 ‘있다’라는 어휘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어휘는 무한한 것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정신학은 따라서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11)

‘전적 타자(tout autre)’ 개념에서도 차이가 있는데, 부정신학은 모든 전적 타자가 하나님의 이름으로서만 의미를 가지지만, 데리다에게 있어서는 모든 타자가 전적 타자이다.(12) 데리다에게 전적 타자는 하나님의 이름 아래 놓여 있는 것이 아니며 어떤 사건이나 선물의 약속도 아니고 부정신학과 어떤 관련도 지니지 않는 것이다.(13) 데리다는 전적 타자가 충격과 놀라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불가능성과도 연결되는데, 여기에서 불가능성은 절대적인 불합리, 절대적인 풍부함, 무한한 타자 등, 신의 속성을 떠올리는 것과는 다르다.(14) 데리다의 논의를 따라가는 카푸토는 전적 타자를 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는 해체의 영역이 아니라고 말한다. 해체는 결정 불가능성, 끝없이 열려 있는 번역가능성, 대체가능성, 예시 제시의 가능성 안에서 전적 타자가 진동하게 둘 뿐이다.(15)

카푸토의 약한 신학은 실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고정불변의 절대적인 존재를 부인한다. 따라서 부정신학은 카푸토의 약한 신학과는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미주

(1) J. Derrida, “Letter to a Japanese Friend,” A Derrida Reader: Between the Blinds, ed. Peggy Kamuf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1), 273. (이문균, 『포스트모더니즘과 기독교 신학』, 53에서 재인용)

(2) 존 D. 카푸토, 「신비주의와 범죄: 데리다와 마이스테르 에크하르트」, 『데리다와 해체주의: 철학과 사상』, 휴 J. 실버만 편, 윤호병 역 (서울: 현대미학사, 1998), 40.

(3) J. D. Caputo, The Prayer and Tears of Jacques Derrida: Religion without Religion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1997), 13.

(4) 이문균, 『포스트모더니즘과 기독교 신학』, 52.

(5) 마단 사럽(Madan Sarup), 『후기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전영백 역 (서울: 조형교육, 2005), 80.

(6) Caputo, The Prayers and Tears of Jacques Derrida, 34.

(7) Caputo, The Prayers and Tears of Jacques Derrida, 18.

(8) 존 D. 카푸토, 『종교에 대하여』, 최생열 역 (서울: 동문선, 2003), 158.

(9) 카푸토, 『종교에 대하여』, 38-40.

(10) 카푸토, 『종교에 대하여』, 135.

(11) 카푸토, 『신비주의와 범죄』, 39.

(12) Caputo, The Prayers and Tears of Jacques Derrida, 3-4.

(13) Caputo, The Prayers and Tears of Jacques Derrida, 37.

(14) Caputo, The Prayers and Tears of Jacques Derrida, 22.

(15) Caputo, The Prayers and Tears of Jacques Derrida, 25.

김민아 박사(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집행위원장)  minahkim@i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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