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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넘고 장벽을 무너뜨리는 행복한 사건예수가 우리 가운데 일으킨 변화
김상기 목사(YD케밥하우스) | 승인 2022.11.25 01:36
▲ 정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노숙자들의 잠자리는 빼앗긴다. ⓒ김상기

노숙인 케밥 나눔은 언제나 특별하다. 함께 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렇다. 지난 125차 나눔에서는 아이쿱(icoop) 활동가님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참여해주셨다. 재료를 다듬으신 분들의 활기찬 모습이 마치 잔치집 같았다.

그날도 케밥집을 찾아온 10.29참사 생존자인 한○○군도 친척들이 모여 명절 준비하던 모습과 같다고 한다. 안면 골절 때문에 수술을 받고 아직 부기가 남은 앳된 얼굴에 웃음이 흐르게 하는 떠들썩한 분위기다. 양배추 양상치 양파 당근 토마토 피클이 활동가님들의 손에서 모양이 갖춰지고 또띠아도 다 구원진다.

케밥 말 준비가 완벽히 끝났다.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나누고 가시는 활동가님들이다. 바쁜 시간 쪼개서 이렇게 도움을 주고 홀연히 가신다. 멋진 삶을 만들어가시는 모습들이 참 아름답다.

다 만 케밥이 쌓여간다. ‘○○, 케밥 뎁혀서 가방에 넣어줄래?’ ‘ok’ 한다. ‘깁스 했는데, 할 수 있겠어?’ 문제 없다고 한다. 신통하다. ○○는 아직 육식에 한정되어 있지만, 음식에 ‘조예’가 깊다. 맛 기행을 다니기도 하고 직접 요리를 하기도 한다. ○○가 움직이는 날이면 엄마가 쉴 수 있어서 특별히 좋아하신단다. 음식이 그의 미래에 한 역할을 할 것 같다. 디아코니아와의 사귐이 그의 안내자가 되기를 내심 기대해본다.

수원역 광장에 도착하니 아이쿱 활동가님들이 와계셨다. 자연스럽게 합류되고 함께 케밥을 나눠드린다. 처음 뵈어도 처음이라는 느낌이 없다. 휴게실들을 지나 지하로 내려가 한바퀴 돌고 지상으로 올라온다.

메쎄 앞에 오니 잠자리가 한두개 말끔히 정리되어 있을 뿐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일까 하는 의문은 곧 풀렸다. 텐트를 두드리니까 자주 뵈던 분이 얼굴을 내미신다. 어떻게 여기 계시냐고 했더니 먼저 있던 고가 도로 아래에서 쫓겨났다고 하신다. 이놈의 정비작업 때문이구나.

그때 한 여자분이 오시며 자기 자리가 없어졌다고 당황한 얼굴로 이리저리 자리를 찾는다. 그분이 비가 와서 안쪽으로 옮겨놨다고 일러준다. 자기 것을 확인하고나서야 얼굴에도 목소리에도 안도감이 묻어난다.

고가도로 밑으로 발길을 옮겼는데 예상대로 깨끗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던 텐트들이 모두 사라졌다. 고가도로 옆 인도로 올라오니 낯익은 물품들이 비를 맞은 채 길게 누워 있다. 사람이 없을 때 강제철거당한 것 같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밀려나고 버림당한 이들의 물품도 주인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 주인은 어디에 있을까? 노숙인들의 복귀 정책이 있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이 문제는 장기적으로 디아코니아의 과제가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쿱 활동가님과 이야기 자리를 가졌다. 오고 가는 이야기들이 참 편하다. 디아코니아에서 10.29참사와 부끄러운 윤가에 이르기까지 대화들이 막힘이 없다. 오랜 친구들이 만나 이야기하는 것 같다. 같은 시대를 같은 감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종교도 교단도 연령도 인종도 성별도 성정체성도 아무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 디아코니아의 힘이다. 디아코노스 예수가 우리 가운데 일으키는 사건이다. 모든 차이를 넘어서고 모든 장벽을 무너뜨리는 이 행복한 사건에 참여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빈다.

김상기 목사(YD케밥하우스)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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