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원후 9세기 중국 당나라 시대에 그려진 둔황 제17번 동굴에서 발견된 「네스토리우스교의 그리스도 벽화」 ⓒWikipedia

역사(미주 1)에서 선교와 예술의 관계는 처음부터 우호적이지 않았다. 더욱이 개혁교회적 전통과 청교도적 영향을 받은 경건주의를 통하여 강화된 서구 개신교는 예술에 대하여 중립적이거나, 심지어는 적대적인 태도를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말씀의 선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개신교에서 진리는 주로 ‘듣는 것’에 관계되었다. 그러므로 기껏해야 ‘음악’, 좁게는 ‘교회음악’을 선교적 수단으로 인정했을 뿐이었다. 오직 선포에 봉사하는 것만이 관용되었던 것이다.(미주 2)

개신교가 예술에 대하여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 또 다른 배경에는 당시 선교사들의 사회적 출신배경이 있다고 순더마이어는 지적한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살았던 선교사들은 문화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까닭은 문화나 예술이 귀족계급과 상류사회의 관심사였고, 선교사들은 이들 상류사회에 속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소시민계급, 수공업자나 소농 출신이었던 선교사들은 목사가 됨으로써 신분상승을 원했을 뿐 문화의 담지라로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미주 3)

이들 초기 서구의 개신교 ‘선교사들은 자신을 복음의 전달자로만 이해한 것이 아니라, 서구 문명의 선구자로서 이해’했다. 서구 근대성의 성과가 교회를 통해 전달되었기 때문에, 교회에 속한다는 것은 바로 ‘진보적이라는 것을 의미했다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아프리카는 전통적이고 아프리카 예술은 원시적인 것으로’ 여겼다.(미주 4)

특히 이방종교에 대한 판단과 혼합주의에 대한 불안이 교회 안에 있는 토착적 예술정신과 결별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점은 특히 아프리카 선교에서 두드러졌다. 이것은 선교지를 ‘문화민족’과 ‘자연민족’으로 분리하여 교육받은 선교사들은 문화민족에게, 극소의 예외는 있었지만 교육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자연민족에게로 파송 받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1884년에 개신교선교협의회로 조직된 ‘동아시아 선교회’에 속한 선교사들은 아시아의 고등문화민족에게 파송되리라고 생각했고, ‘동아시아 선교회’도 자신을 문화의 담지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미주 5)

예술, 특히 토착예술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 인상을 개신교 선교사들이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서 예외적인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짐바브웨 출신 에드워드 페터슨(Edward Paterson, 1974년 사망)이 세운 시레네 예술학교,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루란트(Zululand)에 있는 로키스 드리프트에서 루터교가 운영하는 예술과 실업학교를 순더마이어는 예로 들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예술과 실업학교의 교육목표를 보면 이들이 식민주의적 편견으로부터 해방된 아프리카 전통을 왜 수용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아프리카의 문화적 유산에 대한 학생들의 자부심을 일깨우고, 이들이 창조적으로 현대 예술 속에서 아프리카 예술의 고유성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이끌려고 한다. 그러나 전통의 복원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현대 기술문명도 가르침으로써 시대적 능력을 기르고, 그리하여 아프리카의 유산이 그 내적인 역동성을 상실하지 않고, 급격하게 변하며 발전하는 사회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유할 수 있게 하면서, 이미 포괄적으로 우리 시대의 일부분인 오늘의 문화를 더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미주 6)

그러나 이런 이상이 아프리카 교회 안에서 실현되고 있는지, 아프리카 토착 예술에 대한 선교학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순더마이어는 회의적이다. 그리스도교 복음을 토착적으로 심화시키고, 교회로서의 그리스도교의 형상이 분명하게 아프리카적인 얼굴을 갖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투투(D. Tutu) 주교가 정당하게 지적했듯이, ‘지배적인 소비사회의 영향을 받고 있는 …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리주의의 희생자나 소비의식의 눈먼 추종자가 되었’기 때문이다.(미주 7)

그러나 상업주의에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 예술가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순더마이어는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에서는 마당, 마을공동체, 주술치료사, 제사장들이 예술품의 위탁자였고, 동시에 소비자였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백인들이 주로 상업적 관심에서, 혹은 예술보호자처럼 아프리카 예술을 고무하고 있는 형편이다’고 지적하면서, 가톨릭교회와 선교부보다 훨씬 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 개신교회가 아프리카 예술을 고무시킬 것을 기대한다.(미주 8)

그렇다면 교회는 왜 예술을 고무시켜야 하며, 신학은 왜 예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