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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것처럼 보여도”[서평]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우리는 기후위기의 땅에 희망을 심었다》(엘까미노, 2022)
이현우 목사(자유인교회) | 승인 2023.02.09 15:39

얼마 전, 오랜만에 아내와 (아들 빼고) 단 둘이 데이트 할 여유가 생겨 식당을 찾았습니다. 음식을 기다리며 아내 옷을 무심코 내려다보았는데, 소매에 ‘캐시미어’라는 ‘택’이 붙어있었습니다. 데이트이니만큼 더욱 다정하게 말을 건넸습니다. “자기 옷 캐시미어구나.” 말을 던져놓고 보니, 마침 제가 입고 있는 옷도 캐시미어 제품이었습니다. 그렇게 뜻밖의 ‘캐시미어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얼른 돌아와 아들 유치원 끝나기 전까지 영화도 한 편 보았습니다. 그야말로 ‘세련된’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부탁을 받고 잠시 미뤄두었던 책, 《우리는 기후위기의 땅에 희망을 심었다》를 읽다가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캐시미어 상품들은 몽골의 염소 사육을 증가시키고, ‘나무뿌리’까지 캐 먹는 염소의 습성이 몽골의 사막화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내용 때문이었습니다(72쪽).

결국 ‘기환연’의 서평 제안은 저를 구원한 셈입니다. 저로 하여금 옷장을 열어 찬찬히 살피게 했고, 제가 ‘선진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무심코 허용하거나 추구하는 세련된 일상이 과연 누구에게 피눈물을 맺게 하는지 돌아보게 했으니 말입니다.

이 책은 부제에 잘 표현된 것처럼, 황무지와 같은 몽골의 사막에 ‘은총의 숲’을 조성해온 눈물의 지난 10년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사실 몽골의 사막은 소위 ‘산업화 이전’에도 국토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자연스러운 현실’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기후 위기로 인해 이제는 국토의 ‘90%’(6쪽)에 육박하는 지경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유목생활을 하던 수많은 몽골 국민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일이 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그들은 ‘기후난민’(68쪽)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임준형 사무국장의 표현처럼 너무나 가슴 아픈 ‘생태 비탄’(44쪽)의 현실입니다. 이 대목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몽골의 사막화가 ‘선진국의 경제 성장이 원인’(12쪽)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전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에’(90쪽) 몽골은 생태 비탄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경제 강국의 자부심을 갖고 있을 한국인들이 그 자부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한국 개신교인들이 즐겨 사용해온 ‘물질의 축복’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것들을 무조건 하나님께서 주신 ‘복’이라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바로 그 복이 가난하고 힘없는 국가에게는 ‘기후 악당’(55쪽)의 몸짓에 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미연 전도사의 말처럼, ‘유목민들은 대대로 게르에서 생활하면서 최소한의 생필품으로 삶을 지속해오며 그 누구보다 적은 양의 탄소를 배출해왔을 테지만’(68쪽) 자신들과 무관한 ‘생태적 죗값’을 치루고 있습니다.

결국 ‘더딘 것처럼 보여도 끝내 당신의 때에 당신의 역사를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46쪽)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를 통해 몽골 땅에 희망의 역사를 시작하셨습니다. “2009년 한화 2,000만 원으로 시작된 은총의 숲은 2022년 현재 매년 4~5천 그루의 수목을 생산하고 있고, 현재까지 모두 약 28,000그루를 생산”(126쪽)해낸 것입니다.

물론 28,000그루의 나무로 사막화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모한 도전’(22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할 마음이 없으니, 그 일을 시작하신 분은 분명 하나님이십니다(빌 1:6). 아직도 ‘성인 키 정도’(89쪽)에 불과한 숲이지만, 그래도 결국 해내고 말았으니 ‘은총의 숲’이라는 이름은 대단히 적절합니다.

그러므로 적어도 개신교인이라면, ‘황사 때문에 죽겠다’라고 투덜대거나, ‘요새 어떤 공기청정기가 잘 나왔나’라며 검색에 열중하기 전에, ‘은총의 숲’을 위해 일생을 바치고 있는 이들을 먼저 기억해 내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일 것입니다.

이 책은 그렇게 ‘미세먼지 어플’을 들여다보며 때로는 우울감에 젖곤 하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하나님의 은총이 우리를 감싸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은총의 가시화를 위해 애쓰고 수고한 사람들 중 하나인 이진형 사무총장의 말이 가슴에 사무칩니다.

“부디 한국교회가 몽골 은총의 숲을 기후위기 시대의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생태환경선교의 모델로 인식하게 되기를 바란다”(68쪽)

아멘입니다. 물론입니다. 고맙습니다.

이 칼럼을 쓴 이현우 목사는 ‘자유인교회’ 담임이며 감리교생태목회연구소 연구원이자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이현우 목사(자유인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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