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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회개가 아니라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3.02.19 05:41
그러니 이제 우리가 이후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하나님이여, 우리가 주의 계명을 버렸습니다.(에스라 9.10)

이스라엘의 바벨론 포로들이 돌아온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들의 생활이 어떤지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페르시아 제국 치하의 생활이 결코 녹록치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케 합니다. 이는 그들 스스로도 그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신앙이란 늘 그것에 비춰 현재를 이해하게 하고 미래를 기대하게 합니다. 그래서 신앙은 단순한 치장이 아닙니다. 삶의 방향을 생각하고 반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신앙은 지침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그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빕니다. 그렇기에 신앙은 힘입니다. 지금의 현실이 미래에 비춰 한참 멀다고 느껴도 그것을 향해 현실을 이끌고 나가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미래를 하나님의 나라에 비춰 조형하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우리를 추동합니다.

이스라엘은 귀환 이후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한없이 답답했을 것입니다. 무언가 달라져가는 것들은 있는데 근본적인 변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해방이 그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 사실이 그들의 현실을 신앙의 관점에서 반성하게 합니다. 이것은 대단히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그런데 그만큼 냉정하고 엄격해야 합니다. 그때 하나님의 말씀이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구체적일 때는 더욱더 신중해야 합니다.

이때 이스라엘은 이방인과의 결혼을 반성의 기준으로 선택하고, 파혼을 요구했습니다. 신명기 등에는 타민족과의 혼인을 우려하고 금지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신앙을 왜곡하거나 버리는 결과가 있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이방인 역시 하나님의 품안에 있고 그들의 역사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임을 알리는 흐름이 특히 예언서에 강하게 나타납니다. 예수의 오심도 이런 관점에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에스라의 지도 아래 있는 이스라엘은 어쩌면 손쉽고 결과가 분명한 길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것이 이스라엘이 버린 유일한 계명이었을까요? 신명기는 계속해서 계명과 법을 마음에 새기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마음을 따르는 행위들이 법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파혼에 의한 이스라엘의 정화는 외적이고 비록 지배층과 관련되는 것일지라도 부분적인 것에 머무를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다수는 그 일과 상관없을 것입니다. 희생양을 찾기는 쉽지만 희생양을 찾아야 했던 그 이유는 희생양을 찾는 것으로 해소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이 선택해야 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사사시대와 같은 새로운 사회의 실험이 아니었을까요? 그랬더라면 페르시아 제국 치하의 세계 질서에 어떤 균열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

신앙적 반성은 보다 근본적이고 보다 철저해야 합니다. 희생양을 찾는 것은 성찰의 중단 내지 회피가 될 수 있습니다. 예수의 삶과 하나님의 나라라는 명확한 규준에 의거할 때 신앙에 의거한 성찰은 새로운 내일을 열어줄 것입니다.

우리의 현실 앞에서 성찰하고 행동하는 믿음이 우리의 것이 되는 오늘이기를. 하나님의 법이 마음에 새겨지고 사랑으로 나타나는 이날이기를. 하나님께서 이준과 태후와 아이들과 민아에게 하나님의 질서가 실현된 미래를 오늘 앞당겨 살게 하는 지금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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