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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주현절 일곱째 주일이며 이번 주 수요일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성회수요일입니다. 주현절의 남은 기간 동안 이 땅에서 살아 숨쉬며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을 가르쳐주신 예수님을 닮아가는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또한 사순절이 시작되는 이 주간에 우리에게 독생자를 보내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시고,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그 사랑을 세상에 실천하는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이번 주간에도 저희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에 대해서 함께 말씀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매주 말씀을 전해드리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지금 시대에 우리가 바라는 복과 하나님께서 주신다고 약속하신 복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복을 주신다고 하셨을 때, 그 섭리하심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는 저도 딱 잘라서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하나님께서 섭리하시는 방식을 예측하거나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복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하나님께서도 우리에게 복을 약속하셨습니다. 지금 저희가 계속해서 복에 관한 말씀을 나누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그 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세상이 말하는 복이 아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참된 복을 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은 시편의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이 약속하신 복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단 세 절로 이루어진 짧은 시, 시편 133편의 말씀이 우리에게 전하는 복이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교훈 시

시편 133편 본문의 내용만을 살펴보았을 때, 이 시가 하나의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1절에 나타난 형제의 연합과 동거입니다. 원어로 보자면 ‘연합하여 거주한다’는 의미입니다.

고대 유대인 사회에서는 과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가족 중심의 생활 형태가 이루어졌고, 이런 가족 형태가 장려되어 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결혼을 했더라도 자녀가 생기기 전까지 분가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가족 형태가 어떠했는지 분명히 알 수 없다 하더라도, 확실한 점은 시편 133편이 이런 대가족의 형태를 장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절에 나타난 교훈적인 메시지에 2, 3절을 추가하여 완성된 하나의 시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시편 133편은 가족이 함께 연합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선하고(좋고)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또 이를 두 가지 또는 세 가지 이미지에 은유하여 설명합니다. 둘 또는 셋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2절을 하나의 구절로 볼 수도 있고 두 개로 나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성경은 이 구절을 모두 한 문장으로 번역했습니다. 머리에서부터 수염으로 흘러내리는 기름에 대한 은유로 해석합니다. 그런데 시의 운율을 따져보았을 때, 이는 ‘머리에서 수염으로 흐르는 기름’과 ‘옷 위로 내려온 아론의 수염’ 두 가지로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2절을 두 부분으로 나누는가 나누지 않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은유에 사용된 이미지가 두 개라고 본다면, ‘기름’과 ‘이슬’이 되는 것이고, 세 개라고 본다면, ‘기름’, ‘수염’, ‘이슬’이 됩니다.

이 점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유는 이 은유에 사용된 이미지는 ‘흘러내린다’는 공통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름이 머리에서 수염으로 흘러 내리고, 수염에 턱에서 옷자락 아래까지 흘러내리고, 이슬이 흘러내립니다. 시인은 이러한 심상을 통해 형제의 연합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고대에 이 시는 가족의 결혼식 때에 낭독되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집에 방문했을 때, 그 집에 복이 임하길 바라며 낭독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가족의 연합이라는 메시지에 맞는 형태로 시가 사용되어 왔을 것입니다.

확장된 의미

시편 133편이 가족의 연합이라는 단조로운 교훈의 메시지에서 만들어진 시일 수 있습니다만, 현재 시편에 놓여있는 상태에서는 단순한 교훈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가족 중심의 형제 관계를 넘어서 성전 중심의 예배 공동체라는 의미를 담습니다.

개역개정 성경은 오늘 시의 표제를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고 붙여놓고 있습니다. 이는 ‘순례자의 노래’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의미는 똑같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가는 이들이 부른 노래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 시가 낭독되는 순간은 누군가의 집을 방문했을 때도 아니고 누군가의 결혼식 때도 아닙니다. 성전을 향해 올라가는 길, 또는 성전에 들어가면서 부르는 노래가 됩니다.

성전을 향하는 이들이 이 시를 부른다고 했을 때, 시에 나타난 형제의 의미는 확장됩니다. 단순간 가족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하나 된 형제들, 바로 성도의 연합이 됩니다. 유대교 식으로 말하자면 하나님의 선택받은 백성의 연합이 됩니다.

이러한 측면은 표제어 뿐만 아니라 시 내부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인은 수염을 그저 아름다운 수염이 아니라 ‘아론의 수염’에 빗대어 말합니다. 아론의 수염이라는 표현은 그의 머리에 흐르는 기름과 어우러져 아론의 제사장 임명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 헐몬의 이슬, 헤르몬의 이슬은 시온에 내립니다. 시온은 하나님께서 택하신 장소이자 성전이 있는 장소입니다. 즉 아론이라는 제사장의 이미지와 시온의 예루살렘 성전 이미지가 ‘수염’과 ‘이슬’ 이미지 뒤편에 감춰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3절을 보면, 은유의 표현들 바로 직후에 시인은 장소를 특정하며 말합니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다고 말합니다. 이때 시인이 말하는 ‘거기’는 예루살렘 성전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편 133편은 본래 형제의 연합을 장려하며 복을 전하는 노래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의 형태 속에서 이 노래는 하나님의 백성들 간의 연합을 노래하며 하나님 안에서 하나 된 형제들은 하나님의 복을 얻게 되리라고 노래합니다.

연합하여 얻는 복

오늘 본문은 본래의 시가 가진 의미로 보았을 때,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하여 하나님께서 복을 주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확장된 의미 속에서 살펴보았을 때, 형제의 연합과 동거보다는 시온에 모인 이들에게 복이 내려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형제의 연합이든 성전에서 모인 이들이든 모이고 연합할 때 하나님께서 그곳에 복을 주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3절은 하나님께서 이런 이들에게 영생이라는 복을 주신다고 말합니다.

이때의 영생을 신약성경의 개념을 가져와서 ‘천국에서의 삶’ 또는 ‘영원불멸한 삶’이라고 볼 이유는 없습니다. 하나님 안에서의 참 생명이라는 의미로 봐도 충분할 듯 합니다. 이 시에서 생명을 의미하며 사용된 히브리어 ‘하임(חיים)’은 1절의 ‘형제들(아힘, אחים)’과 언어유희를 이루며 짝으로 사용된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복은 시인이 은유적으로 표현한 내용들에 따라 ‘흘러내리는’ 복입니다. 과거 이를 형제간의 내리사랑이라는 의미로 해석한 학자도 있었는데, 형에게서 동생에게로 흘러내리는 사랑보다는 하나님으로부터 우리에게 내려지는 복입니다.

기름이 머리에서 수염으로 흘러내리듯, 수염이 턱에서 옷길으로 흘러내리듯, 이슬이 풀잎을 타고 흘러내리듯, 하나님의 복은 우리에게 흘러내리게 됩니다. 어쩌면 시인은 이러한 복의 흐름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순리라고 말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인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복을 내리시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당연한 일이라 말합니다. 자연이 그렇게 흘러가듯이 하나님의 복도 우리에게 내려옵니다. 그것은 우리가 형제들간에 또 믿음의 형제들간에 연합할 때 복 내려오게 됩니다.

사실 지금 시대에 형제가 함께 살아가는 대가족 형태를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편 133편이 대가족의 형태를 장려하는 내용에서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넓은 의미로 변화된 이유도 거기에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꼭 대가족을 이루고 살아야 복을 받는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함께 한 집에서 살지는 않다 하더라도 형제가, 또 신앙을 나누는 이들이 서로 연합하며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는 있습니다. 서로를 향한 미움과 악의를 버리고 서로 사랑하며 마음을 하나로 묶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런 생각도 듭니다. 형제가 연합하여서 하나님께 참된 생명의 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형제가 연합하여 살아가는 일 자체가 하나님의 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성도님들의 연합인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연합한다는 말은 그저 함께 산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서로에게 선의를 품고 살아가는 것이 연합함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핵가족화가 과하게 진행되어서 그런지 화목한 가족의 모습보다는 나뉘고 갈라지는 가족의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됩니다.

물론 TV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은 조금 더 자극적이고 좋지 않은 모습들인 경우가 많기에 화목한 가정보다는 가정불화를 더 많이 접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돈으로 인해 가족간에 불화가 일어난 모습들을 참 많이 보게 됩니다. 교회 안에서 불화가 일어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편 133편이 하나님의 복을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는 것처럼, 형제간의 화목이나 성도님들 사이의 화목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사회는 그 자연스러움이 깨져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만약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자연스러움이 깨져있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복을 누리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 말하면서 가족 안에서 또는 교회 안에서 하나 됨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저희가 살펴본 시편 133편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형제가 연합하여 함께 살아가니 그곳에 하나님의 복이 내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에 이 당연한 복은 당연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이런 시대 속에서 하나님의 당연한 복을 당연하게 누리시는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가족 간에 화목을 이루시고, 또 성도님들과 언제나 화목을 이루시기 되길 바랍니다. 그곳에 하나님의 복과 은혜가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임하게 될 줄 믿습니다.

이성훈 목사(명일한움교회)  joey8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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