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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몰라도 네 죄 때문이 아닐까”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3.03.04 22:39
▲ William Blake, 「Job Rebuked by His Friends」 (1805) ⓒWikimediaCommons
사람이 하나님보다 의롭겠느냐 사람이 자기를 창조하신 이보다 깨끗하겠느냐.(욥 4,17)

욥기는 흥미로운 책임에는 틀림없는데 관심의 방향을 그 책의 의도(!)에 맞추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아마도 욥의 발언은 흔히 말하는 불경의 경계를 넘는 것 같기 때문에 경건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의 발언에 은연중 동조합니다.

위의 구절은 3장 욥의 탄식을 들은 친구들 가운데 첫 번째로 엘리바스가 반박하고 설득하려고 시도합니다. 그가 보기에 욥이 하나님의 징계에 반항하는 것 같았습니다. 위의 본문은 엘리바스의 반박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말은 너무 당연해서 그에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것입니다.

그는 환상 속에서 한 영이 이 말 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 영은 하나님과 인간의 말할 수 없는 차이를 강조하면서 사람이 지혜 없이 어리석게 죽어간다고 경고합니다. 물론 자신의 올곧음을 자랑하고 자신의 깨끗함 곧 죄없음을 내세우는 탓에 하나님 앞에서도 당당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기도하는 바리새파 사람입니다(누가 18,11-12).

그렇다 해도 하나님 보다 의롭지 못하고 하나님 보다 깨끗할 리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왜 하는 걸까요?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것이 지혜로운 삶이라고 말하려는 것일 수 있겠지요. 엘리바스가 욥에게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 무엇이든 비록 징계일지라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책 속에 있는 욥이나 친구들은 욥의 고난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모르니까 그렇게 권고할 수 있을 듯싶습니다. 게다가 아주 경건하게 들리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엘리바스의 말이 아무 문제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엘리바스와 친구들은 욥의 소식을 듣고 그 멀리서 달려와 일주일을 같이 재 위에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친구에 대한 애정과 깊은 연민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 긴 침묵과 고통의 시간 끝에 겨우 욥이 입을 열었는데, 뜻밖에도 하나님을 향한 탄식과 원망과 비난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 경우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놀람이 먼저겠지요.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공조할까요? 말릴까요? 노골적이든 은연중이든 당할만 하니까 당하는 것이라고 탓하고 반발할까요? 또 다른 것들도 가능하겠으나 일주일이나 고난에 동참했던 친구들이니까 첫 번째는 아니어도 세 번째는 아닐거라고 기대할 듯합니다. 그런데 친구들은 세 번째를 선택했습니다.

아마도 같이 앉아있는 동안 그들은 왜 이런 일이 있는지 무수히 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방향은 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의인이라고 믿었던 친구가 이런 재난을 당하는가? 그들은 욥에게서 죄고백을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탄식과 원망과 비난이라니! 욥의 말로 그들의 속생각이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그들은 연민과 애정을 거둬들이고 그들의 믿음에 의거하여 욥에게 죄고백을 강요합니다. 믿음이 친구에 대한 마음을 이기고 친구의 고통을 외면하게 하고 친구를 하나님에게 고발합니다(!).

사랑 없는 믿음, 사랑 잃은 믿음이 하나님 앞에서 자기를 옳다하는 교만이 되고 다른 사람을 탓할까요? 고통 가운데 있는 친구에게 자기의 믿음을 강요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낳고 사랑으로 일하는 믿음이 우리의 믿음이 되는 오늘이기를. 사랑의 눈으로 고통에 공감하고 행동하는 이날이기를. 하나님께서 이준과 태후와 아이들과 민아에게 자유하게 하는 믿음을 주시는 지금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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