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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물모두가 즐거운 학년체육행사
홍경종 교사 | 승인 2023.03.22 22:36
▲ 함께 몸을 부대끼며 규칙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체육시간은 학생들에게나 교사들에게 무엇보다 큰 선물이다. ⓒGetty Image

“체육 시간에 뭐해요?”

이건 아이들만의 질문이 아니라 상당수의 교사들도 스스로에게 혹은 동료교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교과서에 관련 영역별, 차시별로 활동이 예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현재 우리 반 아이들의 상황과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조금 밋밋하다는 느낌도 있다. 그나마 이런 어려움은 ‘체육’에 관심이 있고,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이 겪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한편으로 체육활동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학년 말에 동학년 선생님들이 서로 묻는다.

“전담교사 시수가 줄어서 앞으로 1시간씩은 담임 체육을 해야 하는데, 뭐 하면 좋을까요?”
“그러게요, 안전한 생활 단원이기는 하지만 그거 교과서 펴고 하라면 아이들이 가만히 있나요? 아주 난리 나지.”

그나마 2학기는 생존 수영과 운동회가 들어오는 바람에 담임 체육은 대략 2시간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과감하게 합동 체육을 제안했다. 6개 반이 동시에 나와서 즐길 수 있으려면 공간의 사용 범위가 다소 좁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대기시간이 없이 알차게 활동할 수 있는 종목은 바로 ‘국민스포츠’ 피구밖에는 없다.

단순하고 익숙한 규정과 여러 개의 학급이 동시에 활동할 수 있는 특성으로 인해 피구는 합동 체육 종목 선호도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그런데 합동 체육은 보통 한 시간짜리 이벤트성 행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토너먼트] 방식의 운영을 하게 된다. 두 팀씩 경기해서 이긴 팀은 올라가고 진 팀은 탈락하여 남은 경기를 관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진 팀끼리 ‘우정 경기’라는 이름으로 한 번 더 경기를 치르게 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나는 ‘토너먼트’보다 ‘리그’를 선호한다. 승패는 있지만 한 경기를 졌다고 끝이 아닌 ‘다음 경기’를 생각할 수 있는 시스템, 이번 경기는 졌지만 다음 경기는 이기기 위해 또다시 도전할 수 있는 방식, 그리고 최대한 많은 경기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리그방식이 좋다. 그래서 이번 합동 체육을 조금 긴 호흡으로 가져가고 3주에 걸쳐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목요일 오후에 학년 선생님들을 우리 교실에 모아놓고 리그의 운영에 대해 협의했다. 6개 학급이 돌아가면서 경기할 수 있도록 대진표를 만들었고, 10분씩 단판 경기로 구성하여 한 시간에 두 경기를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1라운드를 돌면 한 팀당 5경기를 해야 하니까, 다음 주와 그다음 주도 합동 체육을 진행해야 한다. 아이들 집합, 경기장 세팅, 경기 종료 후 새로운 경기를 위한 이동시간까지 고려하면 10분씩 두 경기가 최적의 조건이다.

경기의 규칙을 먼저 동학년 선생님들께 안내하고, 금요일 오전 중에 이것을 아이들이 숙지할 수 있도록 당부하였다. 규칙은 소수의 기능 좋은 학생들이 활동을 독점할 수 없도록, 또한 공이 최대한 순환하면서 경기의 흐름을 박진감 넘치게 가져갈 수 있도록, 스포츠 피구의 규칙을 학년에 맞는 로컬룰로 개정하여 적용하였다. 대표적인 규칙이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를 맞추도록 한 것인데 이렇게 해야 남학생들이 공을 독점하지 않고 여학생들에게 패스하며 팀플레이를 할 수가 있다. 규칙에 대한 내용을 동학년 모두가 공유하는 과정은 상당히 중요한데, 이 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판정시비가 일어나고 특히나 각 반끼리 싸우거나 감정이 안 좋아지는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바로 운동장에 나와 경기장을 세팅했다. 세 개의 코트를 그려서 6개 반이 동시에 경기를 진행한다. 일단 나는 심판장으로 한 경기를 맡고, 나머지 선생님들도 2인 1조로 각각 나머지 두 경기를 진행하는데, 자기 반 말고 다른 반이 하는 경기를 심판 보게 해서 판정시비의 요소를 제거했다. 다들 심판을 보는 것에 자신이 없다고 걱정을 하셨기에 아이들에게는 심판의 권위를 절대 존중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바로 퇴장 조치가 된다고 했으며 이의 제기는 오직 주장(학급 회장)만 2회 가능하다고 안내했으니 걱정 말고 자신감 있게 판정하라고 했다. 그 태도에서 바로 심판의 권위가 나온다는 팁도 함께 드렸다. 나는 우리 학년에서 가장 민감한 경기가 될 수 있는 학급, 우주 최강의 초사이언(일명 a piece of gold)이 소속되어 있는 반의 경기를 맡았다.

철저한 준비와 규정의 통일, 심판진 교육으로 리그는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다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태도가 좋았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일체의 판정시비나 싸움, 갈등이 생기지 않았다. 혹여라도 그런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가면 또래 집단의 선한 압력이 작용하여 갈등의 불씨를 진화했다.

누군가가 좀 억울한 태도를 보이면 나머지 아이들이 일제히 “괜찮아~”라고 위로하였고 욕을 하거나 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친구가 나오면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들어 “이러면 안돼, 우리 앞으로 체육 못해.”라고 말해서 그 친구가 스스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 동학년 선생님들은 리그가 성공적으로 치러진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심판을 보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음에도 아이들의 열의와 좋은 태도 덕분에 용기를 얻고 본인들도 경기를 즐겼다고 한다. 승리한 반도, 패배한 반도 모두가 기쁨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 금요일 오후를 마쳤다. 참 뿌듯하고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리그의 결과는 우리 반이 5전 전승으로 우승했고, 3반이 4승 1패로 2위, 2반과 5반이 2승 3패로 공동 3위가 되었는데 결과에 관계 없이 모두가 한마음으로 즐겼던 순간이었다. 학년 말, 금요일 마지막 시간의 스포츠리그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아니 우리도 그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받은 셈이니 참으로 복된 잔치였다.

홍경종 교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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