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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시선‘장애’물 가득한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자유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정리연 | 승인 2023.03.29 15:29
▲ 지난 1월2일 진행된 전장연의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의 지하철 탑승 시도가 서울시과 서울교통공사의 요청에 따른 경찰의 폭력적 진압으로 얼룩졌다. ⓒ전장연 페이스북
이 기사는 ‘한국기독교가정생활협회’에서 매달 발행하는 <새가정> 4월호에 게재된 에큐메니안 정리연 기자의 칼럼입니다. 에큐메니안의 게재를 허락해주신 이영미 총무님과 편집부,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제목은 새롭게 정했고 부제목은 <새가정> 4월호를 따랐음을 밝힙니다. - 편집자

장애와 비장애 사이

2001년 1월에 발생한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리프트 참사로부터 21년이 지난 2022년 1월, 나는 혜화역 승강장에 서 있었다. 23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이동권 시위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이동권’에 관해 생각해 보지 못했다. 당연했다. 걷거 나 대중교통 즉 버스나 지하철, 택시를 이용하는 일상은 내게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장애’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연스럽던 비장애인의 일상이 깨어졌다. 지하철이 연착되고 출근시간이 늦어지면서 ‘아, 나와 다른 사람들이 있구나’ 장애인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비장애인이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장애인이 눈에 보인 것이다.

그 후로도 영하의 겨울은 물론, 무더운 여름에도 장애인 이동권 시 위는 멈추지 않았다. 껴입은 옷보다 그동안 그들을 억눌러온 겹겹의 사회적 ‘장애’가 더 두텁고 갑갑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니 그것 들을 훌훌 벗어 던지려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크고 절박할 수밖에.

이동권 시위, 왜 여기까지 왔나

“휠체어 사용자인 남편과 외출할 때와 나 혼자 외출할 때는 경로를 포함해 많은 것이 다르다. 목적지까지의 교통편이 다양하거나 자유롭지 않으며, 이동시간도 평균 두 배 가까이 걸린다. 결혼 전 지하철은 충분히 훌륭한대 중교통이었으나 결혼 후 그 생각이 바뀌었다. 집에서 가까운 대림역은 2, 7호선 환승역이다. 사람들의 동선을 따라 환승 통로가 설계되어 있고, 비장 애인은 역내 어디서든 쉽게 환승하며 두 개 호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휠체어 사용자가 환승하려면 역 밖으로 한참을 이동해야 하며, 그 길에서 혼자서는 가기 어려운 경사로를 마주친다.” - 백정연,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유유, 2022)

이동권은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이용하여 이동할 권리”를 뜻한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로 대표되는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권리이기도 하다. 노동, 의료, 교육 인프라 등에 접근하려면 대부분의 경우 집을 나와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편리하고 저렴한 대중교통 인프라 덕에 국내 이동이 쉬운 나라에 속한다. 하지만 그런 편리함을 모두가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교통약자가 지하철 환승을 하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최대 18배 더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으로 따지면 28배 정도가 더 소요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교통약자 배려시설은 노후한 경우가 많아 추락사 등 안전사고 발생률이 높다. 그나마 지하철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시내버스를 이용하려면 30.6%에 불과한 저상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외로 나갈 수 있는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 노선은 1개 뿐이다.

전장연은 이런 상황을 개선해달라고 20년 넘도록 요구했지만, 실질적으로 개선된 부분은 거의 없다. 결국 전장연은 “최후의 수단으로 지하철 출근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1년 12월에 시작했으니 어느덧 두 해를 넘겼다. 무관심보다 차라리 비난이나 욕을 먹는 관심이 더 낫다는 전장연의 바람(?)처럼 이 시위는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동권 시위에 대한 다른 시선

“출근길이 불편하긴 하지만, 이해되기도 해요.”
“그분들은 비장애인인 저보다 더 불편하고 어려움이 많겠죠…”
“대한민국처럼 교통시설이 잘되어 있는 나라가 어디 있다고 그래요?”
“권리? 웃기지 마! 죄 없는 시민들에게 피해주면서 뭐라는 겁니까?”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절박함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응원의 메시지부터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혐오 표현까지 말이다.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약 60%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의 조사에서도 설문 대상의 61%가 전장연 시위에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그만큼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해서, 전국적으로 비난받을 게 뻔한 형태로 시위해야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한편 같은 조사에서 출근길 시위에 반대한다는 사람은 조사 대상의 약 4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장연의 시위 방식이 비장애인의 이동권을 역으로 침해한다고 했다. 특히 출근길은 생계와 직결 되는 만큼 자신들의 권익 주장을 위해 피해를 주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다른 입장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애 인들도 생계를 위해 일하고 교육받고 관공서에 가야하고, 가족과 외식도 하고 친구를 만나러 외출하는,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 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OOO 식당입니다~”
“식사하러 가려고 하는데요, 혹시 휠체어 들어갈 수 있나요?”
“죄송합니다. 입구에 계단이 있어요.”

에큐메니안 회의나 식사 장소를 결정할 때, 맛이나 분위기보다 1층 혹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입구에 턱이나 경사로가 있는지, 실내에 휠체어가 들어가도 될 만한 곳인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편집국장님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그런 장소는 많지도 않을 뿐더러 사람이 붐비는 식사 시간대에는 환영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파라다이스, 모두를 위한 사회로

우리나라 장애인 중 약 10%는 선척적이고, 90% 이상은 사고나 질병 등으로 장애인이 된 중도 장애인이다. 이런 표현이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장애인은 준비 없이 장애인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언젠가 당신도 이렇게 될지도 몰라”라며 장애인의 입장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나마 예전에 비해 많은 이들이 장애 인권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장애 감 수성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전장연의 시위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을 때 장애인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어떤 불편을 겪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사회 는 아직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생활할 만한 환경이 아니다. 비장애인은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누리는 이동권을 포함한 기본 권리를 장 애인은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 얻어야 한다.

전장연의 시위와 시민들의 엇갈리는 반응, 우리 모두가 겪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증액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가 2002년부터 약속해 왔던 지하철 이동권 개선안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서울시장은 시민의 피해를 언급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 자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이동권 시위에 대해 찬반을 가르기에 앞서 ‘장애인의 삶’과 ‘비장애인의 삶’을 구분 짓거나 장애인 모두를 뭉뚱그려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의 태도를 먼저 살펴보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도 평범한 시민으로 지하철과 버스, 기차를 타고 지역 사회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비장애인과 어우러져 만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함께 노동하고 밥 먹고,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차를 마시는 자연스럽고 소소한 일상, 그래서 서로 거리 낌과 걸림돌 없이 그저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 백정연,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다양한  몸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위하여》 (유유, 2022)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홈페이지(sadd.or.kr)
•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한 인식> (여론 속의 여론 기획 기사, 2022년 7월 6일자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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