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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OB베어는 언제고 다시 을지로로 돌아갈 것입니다”을지OB베어, 연대인들과 손님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의선책거리에서 재개업 예배 드려
이정훈 | 승인 2023.03.29 23:36
▲ 최수영 을지OB베어 사장은 경의선책거리에 새롭게 둥지를 튼 을지OB베어 재개업 예배에서 인사말을 전하며 언젠가 다시 을지로로 돌아갈 것을 다짐했다. ⓒ을지OB베어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을지OB베어는 언제고 다시 을지로로 돌아갈 것입니다. 여러분이 주신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또 다른 아픔의 현장과 연대함으로 갚아 나가겠습니다.”

을지로노가리골목을 떠난 ‘을지OB베어’가 경의선책거리에 다시 둥지를 틀고 진행된 재개업 예배에서 을지OB베어 최수영 사장은 연대인들에게 이같이 고마움을 표했다.

을지OB베어가 ‘을지로노가리골목’을 떠난 사연은 그야말로 기구했다. 을지OB베어의 시작은 1980년 인쇄소와 공구가게가 모여있던 을지로의 작은 골목에 자리잡으면서였다. 을지로에서 처음 문을 연 생맥주집이자 당시로선 생소한 생맥주와 노가리 안주, 특제소스를 대표메뉴로 값싸고 정성스러운 안주와 독특한 숙성방식의 생맥주로 이후 40여년간 서민들과 노동자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또한 ‘을지OB베어’를 시작으로 생맥주와 노가리를 대표메뉴로 한 호프가게들이 연달아 개업하며 이른바 ‘을지로노가리골목’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렇게 2015년에는 서울시로부터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며 최근까지 ‘힙지로’(영어의 ‘hip[힙]’과 ‘을지로’를 합성한 단어)를 대표하는 골목이자 남녀노소가 즐겨찾는 서울 도심의 명소가 된 것이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이 각종 집회나 후원주점을 열 때면 늘 을지OB베어는 자리를 내어주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시작된 이웃의 또다른 호프가게인 ‘만선호프’의 공격적인 확장으로 인해 수많은 가게들이 쫓겨났다. 이 사이 을지OB베어 또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건물주와의 명도소송과 2021년 다섯 차례의 강제집행 시도 끝에 2022년 4월 21일 야간강제집행으로 쫓겨난 것이다. 만선호프는 강제집행 비용을 건물주에 빌려주고 해당건물의 지분을 점차적으로 늘려 결국 현재 최대지분을 가지는 방법을 취했다.

야간강제집행으로 최수영 사장 일가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2021년 용역 100여명을 동원한 강제집행 시도 당시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2022년 4월 21일 강제집행 당시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 혐의, 강제집행 이후 을지로노가리골목에서 7개월여간 진행한 문화제에 대해 만선호프 측이 제기한 영업방해금지가처분 등으로 법정에서의 공방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영업방해금지가처분의 경우 간접강제 배상액이 일부 집행되어 현재 채무자인 을지OB베어와 활동가 1인의 통장은 압류된 상태이며 배상액은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72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을지OB베어는 경의선책거리에 동일한 상호명으로 재개업의 길을 선택했다. 을지OB베어 강제집행에 반대해 연대했던 연대인들과 손님 등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9일 저녁 재개업 예배를 드린 것이다. 최수영 사장의 인사말에서 드러난 것처럼 재개업은 자본의 탐욕으로 빼앗긴 을지로로 다시 돌아가려는 몸부림이다.

이날 재개업 예배에서 하늘뜻펴기를 진행한 ‘옥바라지선교센터’ 이태훈 목사는 “삶의 투쟁을 통해 불의한 세상을 바꾸는 시도는 성서와 신앙의 근본 의미”라며 “이제 남이 부르는 이름이 아닌, 내가 우리가 바꾸고 싸워나감을 통해 얻은 이름으로 을지오비베어는 새롭게 불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상균 ‘모두의 교회 P.U.B’ 목사는 현장 증언에서 먼저 “을지오비베어의 투쟁은 자본이 지우려했던 이름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이 싸움을 통해 우리는 을지오비베어가 삼대로 이어지는 가족들, 연대하는 이들, 수많은 단골들이 함께 만들고 지켜온 이름임을 알게 되었다.”며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고 목사는 “법정투쟁, 벌금모금, 법개정 등 우리의 이름 을지오비베어들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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