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27)가 오월 영령에 참배한 뒤 외투로 묘비를 닦고 있다. ⓒ뉴스1

전두환 씨의 손자 우원(27)씨가 3월 31일 광주를 방문해 할아버지 대신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및 유족에게 사죄했다. 그는 “전두환 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주의가 역으로 흐르게 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어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로 군부독재에 맞서다 고통을 당한 광주 시민께 가족들을 대신해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며 “더 일찍 사죄의 말씀을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3월 13일부터 자신의 SNS와 유튜브 채널과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전씨 일가가 불법 행위를 일삼아 왔다고 폭로했다. “전 제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라며 “제 가족들이 행하고 있을 범죄 · 사기 행각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폭로에 나섰다”고 밝히고,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씨가 그의 가족과 친지의 범죄나 비리를 폭로한 계기가 부친의 위선적 신앙 때문이라고 하였다. 자신의 아버지 전재용 씨가 목사가 되겠다(2021년 3월 5일 극동방송 인터뷰)고 공개적으로 밝혔을 때, 진정으로 회개한 것으로 믿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3월 16일 라이브 방송에서 “서류 조작을 해서 지금 현재 미국에서 시민권을 받으려고 절차를 준비 중”인데, “그런 자가 목사가 되려고 하는 것은 선한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 행각이라고 분노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성스러운 이름을 죄를 감추는데 사용하는 것은 용서가 안 된다’고 하였다.  아울러 부친이 출석하는 교회와 목사를 비판한다. 목사라는 신분으로 위장하고 서류를 조작하는 미국으로 도피하려는 자신의 부친을 ‘하나님이 택하여 목사가 되게 하려는 것’이라고 부추기고 전도사로 세운 목사와 교회는 ‘범죄자가 스스로 자기를 용서하고 또 다시 범죄를 계속하게 하는 만들고 있는 것’이며, 전두환도 천국에 갔고 범죄한 모든 것이 용서된다고 믿고 살아가는 “아버지가 믿는 기독교는 개독교”라고 규정한다.

그는 우울증이 심해 자살을 시도하여 죽음의 문턱에서 갔을 때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자각’했고, ‘할아버지가 지옥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가족이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아 진정으로 회개하고, 처벌을 받게 하려고 가족들의 범죄를 폭로한다고 하였다. 유교적 덕목에 따르면 부친을 죄를 폭로하는 것은 불효에 해당한다. 형법상(151조)으로도 친족의 범죄를 은닉해도 처벌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족의 범죄를 만천하에 폭로 한 것도 아주 특이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자신도 성매매와 마약과 입시 사기를 한 범죄자라고 고백하였다. 그는 한 때 마약을 하고 성매매를 하면서도 처벌 받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오랜 우울증 증세로 자살을 시도한 후 “열흘간 병원에 입원하며 회개하게 됐다”며, “신 앞에서 얼마나 창피한 존재인지, 죄인이 도망갈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서는 법적 처벌을 받지 않고 피할 수 있지만, 불법으로 얻은 것은 의미가 없고, 하나님의 심판과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신의 심판이 두려워 이를 폭로한다고 하였다.

가족 뿐 아니라 지인들의 범죄까지 폭로하자 ‘신변의 안전을 생각하라’는 댓글이 이어졌지만, 그는 ‘살인마의 후손은 인권이 없다’고 ‘죄인의 얼굴을 똑똑히 봐 달라’고 하면서, 자신은 ‘죽어 마땅한 죄인이며 이미 죽은 목숨이므로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다’며, 신변위협을 각오하고 자신의 집 주소도 공개하였다.

3월 17일 라이브 방송에서는 실제로 마약을 투약하는 동영상을 내 보내면서, 마약 현행법의 증거를 스스로 만들고 최악의 처벌을 받겠다고 공언하였다. 보통 범죄자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자기 행위에 대해 변명하거나 정당화하려고 하지만, ‘자신이 먼저 처벌을 받아 범죄자는 반드시 처벌 받는다’는 사례로 삼겠다며, 28일 자진 귀국하였고 마약 혐의로 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되어 불구속 입건 후 석방되었다. 전씨가 ‘살아서 모든 죄 값을 치루겠다’는 의지를 실천한 것 역시 매우 특이한 사례로 보인다. 

국내의 언론이 다루고 있지 않은 그의 폭로 가운데는 우리 시대의 사법제도, 경제제도, 교육제도 등 우리 사회의 총체적 사회악이 포함되어 있다. 권력과 부를 가진 범죄자는 처벌받지 않는 사법 체계를 비판하였다. 권력이 부패하여 성매매와 같은 범죄를 방치하며, 자신의 부친과 같은 범죄자들은 처벌을 받더라도 감옥에서 호텔과 같은 생활을 하니 처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따라서 “죄인들이 처벌 받아야 정의가 실현된다.”고 하였다.

자신이 가족과 지인의 범죄를 폭로해도 법이 그들을 처벌하지 못하겠지만,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시민들에게 그들이 범죄자라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폭로를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법적 처벌이 불가할 경우 사적으로 보복성 처벌을 하는 사례는 많지만,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이용하여 사적 폭로를 통해서라도 정의를 실현하려는 특이한 시도이다.

전씨는 명문가 자제들의 해외 조기 유학의 사기성 범죄와 교육계의 비리도 폭로하였다. 자신이 유학을 할 때에 유명한 유학알선 업체를 통해 대리시험과 답안지 사전 공유를 통해 유학시험을 통과하였으며, 부친의 학력도 교수에게 돈을 내고 위조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유학생들이 돈과 권력을 가지고 불법적으로 유학을 하여서는 마약과 성매매를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고 폭로하였다.

그동안 뉴욕 월가에 있는 뉴욕 한영회계법인 파르테논 전략컨설팅 부서에서 일해 왔으나 사표를 제출한 상태라고 하였다. 중학생 시절 미국으로 유학 오기 전에는 온 가족이 고급 호텔의 한 층과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 서민들이 상상할 수 없는 사치를 누렸으나, 부모가 이혼한 후 형과 함께 따로 살면서는 가족들의 재정 지원이 끊겨 한 때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경제와 재정에 관해 배웠고 월가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을 깨달게 되었다며,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을 비판한다.

현재 연봉 1억 이상을 받고 있지만, 자신은 범죄자들의 비자금으로 유학도 하고 한 때 사치스럽게 살기도 했으므로, 현재 자신이 저축한 돈 1억 원 중에 5천만 원을 기증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5천만 원을 유니세프에 보냈다고 한다.

허호익(전 대전신대 교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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