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A.D. 50-60년경) 복음서로 알려진 마가복음은 본래 16장 8절로 종료되었다. 그러던 것이 2세기 말 경에 이르러 9-20절까지가 보충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여 성서학자들은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을 ‘꼬마’ 마가복음이라 불렀다. 예수 사후 혼동을 겪으며 무서워 벌벌 떠는 제자들 모습으로 마감되는 마가복음서가 점차 경쟁력을 잃었던 탓에 보완된 것이라 한다.

주지하듯 기독교가 제국의 국교가 되기 전까지 초기 교회는 개별 복음서를 갖고 예배를 드리는 다양한 공동체였다. 신구약성서가 경전으로 통일된 상태가 아니었기에 저마다의 복음서를 갖고 예배 공동체를 일궜던 바. 심지어 도마 및 마리아 공동체도 존재했었다. 당시로선 누가 옳고 틀리다는 생각 없이 다양성이 인정된 시기였던 까닭이다.

1.

늦게 형성된 경전들 속에 점차 부활을 비롯하여 동정녀 탄생(마태)을 비롯하여 승천, 재림(누가복음), 하느님과 예수의 동격사상(요한) 등 다소 신비적으로 고백된 신조들이 덧붙여 고백되었고 그로써 최초 복음서인 마가복음서와 변별력이 생겼다. 이 때 생겨난 고백신조를 ‘케리그마’(Kerygma)라 부르는데 역사적 사실은 아니라는 뜻이 담겼다. 예수 사후 역사적 예수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수록 신앙적 사실인 ‘케리그마’는 더욱 확실하게 믿음의 근거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활사건을 담지 못한 마가공동체는 점차 사람들 신뢰를 받지 못했기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 앞서 말한 대로 이런 배경에서 마가공동체에서는 2세기 끝자락에 이르러 부활 내용을 담은 구절(9-20절)을 첨가했던 것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예수 사후 상당기간 동안 부활사건 없이도 예수 공동체가 가능했음을 반증하는 근거였다. 본래 마가복음서는 예수 수난을 강조하는 복음서였고 그 뜻을 기리는 공동체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만을 자신들 존재 이유로 삼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마가복음서와 동시대에 존재했던 ‘Q(Quelle)-복음서’ 또한 예수 어록으로 구성된 산상수훈으로 자신들 공동체를 존속시켰음을 잘 알고 있다. “옛 사람은 그렇게 말했으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는 예수의 강한 어법에 확신을 느껴 다른 어떤 신조나 케리그마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런 Q공동체 역시 역사 속에서 사라진 것을 보면 종교는 신비 없이는 존립이 불가능한 것 같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실종시키는 것을 능사가 되어서도 아니될 일이다.

2.

크리스챤 아카데미에서 프로그램 위원장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개신교/가톨릭교회에서 학자, 목사로서 사셨던 분들 아홉 분을 초청하여 ‘내가 믿는 부활’이란 주제로 강의를 부탁했고 상호 토론에 붙인적이 있다. 당시 이분들-유동식, 이계준, 김경재, 유경재(개신교), 정양모, 심상태, 김승혜(수녀), 서공석, 이제민(천주교)-은 이미 현직에서 물러난 상태였기에 부활에 대해 교리적 서술 대신 정말 자신이 믿고 확신하는 부활을 가감 없이 말해 줄 것을 요청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름 큰 역할을 감당한 학자들이었지만 어느 한 분도 의견이 같지 않았다. 자마다 9가지 색조의 부활신앙을 고백했다.

어느 카톨릭 학자는 요한1서 “네 이웃을 사랑하면 죽음에서 이미 생명에 이르렀다”는 말씀을 강조하여 이것 외에 다른 부활은 단연코 없다고 말했다. 한 개신교 신학자는 자신이 죽으면 앞서 떠난 부인의 생전 모습 그대로 다시 만날 것을 믿고 있었다. 누구보다 정직하게 신학활동을 했던 천주교 학자는 부활을 우주가 새롭게 변할 미래를 앞서 예시한 것이라 풀었다. 이렇듯 모두가 서로 다른 부활을 말했던바 이것이 바로 부활신앙의 실상이라 하겠다. 획일화된 하나의 교리적 부활은 단연코 없었다.

3.

보통 우리는 부활을 세상의 소망이라고 믿는다. 죽음을 이겼으니 부활만큼 힘센 것은 없을 것이다. 이를 세상을 사랑하는 하느님 힘 때문이라 고백해왔다. 그러나 부활을 소유(?)한 기독교가 정작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되었다. 오늘 본문이 말하듯 독약을 마실지라도 죽지 않고 전하면 누구든 굴복하는 부활의 종교가 된 것이다. 제국 로마의 종교가 되었고 부활을 세계를 지배하는 추동력삼은 것이 기독교였다. 사랑보다는 강제적 힘으로 세상을 제패했던 것이다.

급기야 부활신앙은 기독교, 교회 급기야 목사를 절대화시켰고 자신들 악행마저 변증하고 합리화할 수 있었다. 상대방을 정복하는 종교적 근거이자 토대가 되었다는 말이다. 부활신앙을 강조할수록 기독교는 절대화되었고 세상을 침략했고 이웃종교를 부정했으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전광훈과 같은 인물이 어찌 기독교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 차별을 먹고 증오를 심으며 갈등을 조장하면서 부활을 외치는 그와 그를 방조, 조장하는 목하 기독교와 그의 동료들이 참으로 악하지 않은가? 몇 차례 광화문 광장을 지나면서 그의 입에서 부활하신 예수님 이야기가 떠벌려지는 것을 들은 바 있다.

4.

누가 내게 부활이 뭔지를 묻는다면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겠다. 생물학적 죽음을 해결하는 것이 성서가 말하는 부활일 수 없다. 그런 부활은 《호모데우스》 저자가 말하듯 은행 잔고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를 조작하여 긴 삶을 보장하는 뭇 영생교가 과학의 이름으로 등장할 수 있는 까닭이다. 돈이 사람의 생명 년 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주지하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억울한 죽음을 맞은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다. 하여 억울한 죽음에 대한 신적 보상이 부활이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예수 당시 바리새파 사람들도 믿었던 부활 역시 이스라엘의 독립을 위해 애쓰다 살해당한 자기 조상들의 해혼과 무관치 않았다. 억울한 죽음의 보상차원에서 생겨난 종교적 표상이 부활이었던 것이다.

우리에게도 제주 4,3의 희생자를 비롯하여 가까이는 세월호, 이태원에서의 죽음 등이 있지 않은가? 이런 부활은 억울한 자를 만든 사회에 저항을 요구한다. 또 다시 그런 희생자가 나올 수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바리새인들은 어느덧 당대 사회의 기득권자가 되었다. 부활을 믿고 말했지만 그들 바리새인들은 체제에 저항하지 못했고 예수를 죽인 세력이 되고 말았다.

5.

이런 점에서 요즘 ‘개벽’이란 동학의 언어가 종교인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동학 천도교인들은 ‘동학 하다’라는 말로 자신들 신앙을 표현하며 ‘다시’ 개벽을 이루고자 한다. 전혀 다른 세상이 열려야 하는데 자신들의 삶을 바쳐 그리하겠다는 것이다. 부활 또한 전혀 다른 세상, 죽음이 없는 세상을 말하는 기표인 점에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죽음이 지배하는 세상을 끝냈다는 고백인 까닭이다. 이점에서 그들의 ‘다시 개벽’은 우리의 부활신앙과 맥이 닿아있다.

이미 접한 분도 있겠으나 동학교도들에게 배운 言塚(언총, 말무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 보겠다. 전혀 다른 세상을 열기 위해 애써 노력한 흔적을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마을(국가)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언총, 곧 말 무덤가에 모이곤 했다. 서로 다투고 비난하고 헐뜯고 욕하고 걱정하며 파괴적인 말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살았지만 공동체가 걱정되면 다시 모이곤 했던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쏟아놓은 모든 험하고 사나운 말들을 한데 모아 말 무덤에 파묻는 의식을 거행했다. 다시는 그런 말들이 밖으로 뛰쳐나오지 못하도록 할 목적에서였다. 그러고 나면 신기하게도 다툼질과 언쟁, 갈등이 수그러졌고 평화가 도래하는 것을 경험하곤 했다. 일종의 ‘말 장례식’을 치룬 것이었다.

이는  결국 자기의식을 한번 죽이는 의식(Ritual)이었다. 여기서 배울 것이 있고 느낀 바가 많다. 향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독교가 할 일은 부활을 외치기 전에 먼저 입을 다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동안 자신들이 뱉어놓은 온갖 허언, 과장된 폭언, 차별언어 등을 무덤에 파묻고 조용히 있어야 할 사람들이 기독교인들인 듯싶었기 때문이다. 말 장례식은 자신들을 먼저 돌아보겠다는 일종의 다짐, 평소 의식의 죽음이었다.

허나 코로나 사태로 기를 펼 수 없었던 기독교는 이번 부활절을 맞아 세력을 과시하겠다고 부활 대행진을 계획했고 거리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부활신앙을 자기 종교를 과시하는 홍보수단으로 삼은 결과였다. 이럴 때 일수록 부활의 ‘케리그마’ 없이도 기독교 공동체가 가능했던 순간을 상상케 된다. 마음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고,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가 복이 있으며 온유한 자가 땅을 얻는다는 말씀만으로 우리는 ‘동학하다’처럼 ‘예수 믿기’를 넘어 ‘예수살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부활을 외치면서 행했던 거짓, 이웃, 타자에게 퍼부었던 언어적 폭력을 땅 속 무덤에 묻는 것이 우리들 부활절 행사가 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전혀 새로움도 없는 기독교, 타자를 부정하는 기독교가 외치는 부활은 굉음이며 시끄러운 소리,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우리 가정안에서도 부정적 기운을 주고받던 언어를 땅 속에 묻고 새 기운을 받는 부활절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부활도 개벽처럼 그렇게 이런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6.

우리가 익히 알 듯 부활절은 봄의 축제와 연결되어 기독교 화되었다. 부활신앙이 이방종교의 봄의 축제와 습합된 결과였다. 봄이 부활의 살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하여 다석 유영모 선생이 섰던 봄이란 한글 시 한편을 풀어 소개하겠다. 

풀어낸 뜻은 다음과 같다. 씨알(아기집)에서 싹터 눈이 열리듯 이 땅에서 말씀 듣고 우리들 귀가 열리면 우리는 말씀을 아는 마음이 될 것이다. 싹이 자라듯 이 미음이 날로 커져 진리를 사랑하는 영원한 삶에 이르도록 하자. 땅에 머물러 살지만 하늘 길(뜻)로 솟은 삶을 살아보자.

대자연이 싹터 자라듯이 나 역시 눈을 떠서 봐야만 한다. 봄은 내가 눈떠서 보라고 봄인 것이다. 얼었던 대지, 아무 것도 없는 듯 보였던 그 땅에서 생명 움트는 것을 보라고 봄이다. 싹이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여름은 열매를 맺으라는 뜻이다- 맺듯이 우리도 눈 떠 봐야 철이 드는 법이다. 언제까지 자기 속에 갇혀 자기 보는 것만 절대라 우기며 살 것인가? 이 봄에 싹 나듯이 우리도 눈떠 철들 준비를 해야 옳다. 

7.

주지하듯 봄을 상징하는 주역의 괘는 돌아온다는 復卦(복괘)이다. 첫 효가 陽爻(양효)이고 나머지 위쪽 5개효는 모두 吟爻(음효)이다. 음의 기운이 극성했으나 이제 다시 양의 기운이 자연과 세상에 도래하기 시작했다는 뜻이 담겼다. 첫 효의 양이 나머지 음의 세력을 몰아내려면 아주 큰 힘이 필요할 것이다. 부활절은 우리에게 양의 세력의 출현을 의미할 것이다. 하늘이, 천지가 만물을 새롭게 낳기 위해 生心(생심)을 선물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런 힘에 우리들 마음이 보태져야 양의 힘이 우주와 사회에 가득 차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첩첩이 쌓인 음기를 몰아내기에는 하나의 양으로는 힘이 벅찬 탓이다. 예수의 부활만으로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리 될 것이다. 하지만 첫 효에 양 속에 세상을 호통 치는 ‘우레’(그리스도)가 들어 있기에 결국은 이길 것이란 것이 復(복)괘가 함의하는 바다.

반복, 되풀이되는 듯 보이는 그렇고 그런 세상이지만 이 봄에 우레를 숨긴 양의 기운이 새롭게 시작됨을 보고 믿는 것이 부활신앙이겠다. 하지만 말했듯이 복 괘는 힘을 합칠 동료들을 부르고 있다. 음의 기운을 몰아 낼 벗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점에서 봄의 싹틈, 곧 부활은 결코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며 우리를 고난으로 부르는 소리로 이해해야 옳다. 첫 효 속에 숨겨진 우레(그리스도)의 힘을 보고 믿으며 그 힘에 자신의 삶을 바치는 것, 바로 그것이 2023년 ‘내가 믿는 부활’이다.

▲ 주역의 복괘

이정배 교수(현장아카데미)  ljbae2016@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