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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문화원, 히즈메트 운동의 산실NCCK 종교간 대화 모임, 17일 오후 터키 문화원에서 진행
이정훈·임석규 | 승인 2023.04.18 01:26
▲ 17일 오후 터키 문화원에서 진행된 NCCK 종교간 대화 모임에서 터키 문화원 아이한 원장은 터키 문화원이 출발과 터키 문화원을 출발시킨 히즈메트 운동에 관해 자세히 소개했다. ⓒ이정훈

한 달 전부터 예약되어 있던 모임을 위해 집을 나섰다. 컨디션 난조가 계속되는 날들의 연속이라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고민을 했었다. 그럼에도 기자를 움직인 힘은 “터키 문화원”이라는 단 두 단어 때문이었다.

올 초 기자라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게 ‘NCCK 종교간 대화 모임 위원’으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의 파송을 받게 되었고, 총회 석상에서 덜컥 ‘서기’라는 직함을 얻게 되었다. NCCK 활동가들이 각 사업을 총괄하고 진행하지만, 직함을 맡는다는 것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 구체적인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소위 얼굴이라도 비춰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기 때문이다.

강북구 삼각산동을 출발 터키 문화원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서초역을 향했다. 총 두 번의 지하철 환승을 거쳐 서초역에 하차해 지상으로 올라와, 지도 어플에 따르면 불과 200m도 채 안 되는 거리였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심한 길치라 지도 어플이 가리키는대로 터키 문화원 앞에 도착했다. 터키 문화원이 위치해 있는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한 눈에 딱 봐도 이방인이자 터키 국적의 사람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성과 마주쳤다.

“어떻게 오셨냐”는 질문에 아무 주저함 없이 “터키 문화원에 왔습니다”는 대답을 하자마자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기자의 눈에는 건물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몇 개의 계단을 거쳐야 하는 난관이 느껴졌다. 그 터키 사람도 난감해 하는 눈치다. 다행히 기자와 거의 동시에 도착한 이상호 지역NCCK 전국협의회 회장과 장정 4명의 도움으로 겨우 건물에 진입해 터키 문화원에 도착했다.

도착한 터키 문화원에 들어와서야 알게 된 사실은 건물 앞에서 마주했던 그 터키 사람은 터키 문화의 ‘오제르 아이한’ 원장이었다. NCCK 종교간 대화 모임에 속한 다양한 종교에, 물론 개신교측 인사들이 압도적 비율로 많지만, 속한 위원들이 속속 도착한 가운데 17일 오후 5시 NCCK 종교간 대화 모임’이 시작되었다.

먼저 아이한 터키 문화원 원장은 참석한 NCCK 종교간 대화 모임 위원들에게 터키 문화원의 역사와 활동 내용, 터키 문화원 설립의 기반이 된 ‘히즈메트’(Hizmet, 봉사) 운동에 대해 소개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는 “왜 한국에서 터키의 국명을 ‘튀르키예’로 변경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튀르기예라는 긴 이름 보다는 터키라는 짧은 국명이 더 좋다”고 해 위원들을 웃게 만들었다. 아이한 원장은 이 국명 변경의 뒷 배경에 대해서는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현 튀르키예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아이한 원장의 터키 문화원 소개는 세계 각지의 터키 문화원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친 사회교육 운동인 히즈메트 운동에 집중되었다. 이 히즈메트 운동은 이슬람주의 시민사회 운동을 이끈 온건 이슬람주의자 페툴라 귤렌으로부터 태동했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 초반부터 튀르키예 내에는 세속주의·공산주의·이슬람주의 등 이념 갈등이 극심했는데, 이때 귤렌은 많은 비용을 들여 이슬람에 현대적 서구식 교육 기관을 세워 양질의 교육으로 인재를 육성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프리카·중동·아시아·미국 등 150개가 넘는 국가의 수백만 명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학교·싱크탱크·문화원 등을 운영하며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한국의 터키문화원도 이 히즈메트 운동의 일환으로 세워졌다. 아이한 원장은 히즈메트 운동에 영향을 받은 유학생들이 뭉쳐 1998년에 튀르키예 정부의 지원 없이 서울에 문화원을 세웠다고 소개했다.

▲ 터키 문화원에 준비한 카이막을 맛보는 NCCK종교간 대화 모임 위원들 ⓒNCCK종교간 대화 모임 제공

과거 역삼역에 있었다가 서초역으로 이전한 터키문화원은 지역 내 주민들과 터키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두는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강좌를 열어 호응을 얻고 있다. 요리교실을 통해 카이막 등 터키 전통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볼 수 있으며, 에스프레소보다 진하며 부드러운 맛과 풍미를 품은 터키쉬 커피도 마셔볼 수 있는 문화강좌도 있다고 했다. 특히 한국의 한 유명 요리사가 터키를 방문해 카이막에 대해 소개한 프로그램이 유명세를 타면서 카이막이 화제가 되어 카이막 요리 강좌는 6월까지 이미 수강생이 꽉 찼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또 알록달록한 모자이크 램프와 물과 기름으로 그려내는 에브루 아트·튀르키예 전통 자수·캘리그라피 등 예술교육과 터키어 교육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화원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해 기존 이슬람에 대한 폐쇄적·배타적 인식을 씻어내어 이슬람인들도 여느 시민들과 똑같이 일상을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효과가 큰 것으로 보였다. 터키 문화원이나 유치원과 국제 학교 등은 이슬람식 교육이 아니라고 아이한 원장은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원들이 최근 튀르키예 본국 정부의 강제 폐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현 튀르키예 대통령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은 지난 2106년부터 히즈메트 운동과 관련된 교육기관 600여 곳을 폐쇄하고 교사 2만여 명의 자격을 중지시켰다. 한때 에르도안과 귤렌이 같은 정치적 노선을 걸었지만 에르도안이 보수적 이슬람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서로 사이가 멀어진 것이 현 튀르키예 정부와 히즈메트 운동 진영 간의 갈등의 배경이다.

2013년 6월 튀르키예에는 반정부 시위가 휩쓸었고 이후 여당 정의개발당 발 대형 부패스캔들이 터지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의 배후로 귤렌을 지목하면서 히즈메트를 헌법 질서를 교란하고 정부 전복을 꾀하는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아이한 원장은 이슬람에서는 다른 종교와의 대화를 금기시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해 다른 문화권 학자들과 종교인들 간의 교류가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을 설명하며, 히즈메트 운동 탄압으로 인해 투옥되거나 독일 등 유럽 국가들로 피난 및 정치적 망명을 떠난 튀르키예인들에 대한 관심과 연대를 부탁하기도 했다.

NCCK 종교간 대화 모임 위원들의 개인 사정은 어떤지 묻지 않아 잘 모르지만, 기자 자신은 터키 문화원 존재 자체도 몰랐거니와 터키 국적인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이웃 종교에 대해 비교적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자평하고 지냈지만 국교는 아니지만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 교인인 터키 국적인을 만나고 보니 여러 가지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터키 문화원에 대한 소개가 시작되기 전 아이한 원장에 느닷없이 질문을 던졌다.

“저와 같은 장애인이 이슬람 사원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대부분의 사원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접근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슬람 예식에 절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애인들은 어떻게 하나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자신이 가능한대로 몸을 숙이면 됩니다.”

질문을 해놓고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어리석고 편견에 사로잡힌 질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슬람 하면 경직되어 있고 답답할 것 같다는 편견 말이다. 아이한 원장의 터키 문화원과 이즈메트 운동 소개는 커다란 지구의 일원인 터키 혹은 튀르기예와 이슬람 종교와 문화와 공존하는 길은 서로 간의 만남에 있음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이정훈·임석규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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