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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팝스타가 세속적인 이스라엘을 이겼다”이스라엘 종교 팝스타 이샤이 리보가 보여주는 현대 이스라엘의 한 모습
이정훈 | 승인 2023.04.20 16:01
▲ 이샤이 리보는 현대 이스라엘 종교적 색채를 띤 팝스트의 부상은 경직된 이스라엘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까. ⓒ뉴욕타임즈

1960년대 미국 교회에서 태동해 70년대 전세계로 확산되었고, 한국교회에서도 90년대와 2000년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문화가 있었다. 바로 “CCM”이라는 음악 장르이다. ‘Contemporary Christian Music’, 즉 ‘현대 기독교 음악’이다.

이 음악의 주요 특징으로 꼽히는 부분은 가사에, 심지어 어떤 곡은 가사마저도, 기독교 신앙을 담고 있을 뿐 음악적 부분은 소위 세속적인 음악과 별 다를바 없다는 점이다. 세속적인 음악 선율에 신앙적인 가사를 담아냈다는 뜻이다. 모 대형교회 찬양단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에 급속도로 퍼져갔고, 그 당시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온갖 현대적인 악기들을 구비하고 찬양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20년 지나가는 시점에서, 미국에서의 상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교회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추다 싶이 했다.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규모의 찬양단이 운영되는 교회도 드물거나와 CCM 곡 자체가 거의 양산되지 않는다. 어떤 이의 책 제목을 패러디 하면 ‘그 많던 찬양단은 다 어디로 갔을까’

혜성처럼 등장한 종교적 팝스타의 삶의 배경

미국과 한국의 기독교 사정은 이렇지만 종교적 색체가 더욱 강한 현대 이스라엘 유대교는 상황은 어떨까. 지난 15일 미국의 저명한 일간지 뉴욕타임즈에 흥미로운 기사가 한 편 게재되었다. 기사 원제는 “Religious Pop Star Singing of ‘God and Faith’ Wins Over Secular Israel”였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신과 신앙’을 노래하는 종교적 팝스타가 세속적 이스라엘을 이겼다” 정도가 될 것 같다.

이 기사는 현대 이스라엘에서 제일 인기를 끌고 있는 34살의 ‘이샤이 리보(Ishay Ribo)’ 씨를 다루고 있다. 그의 개인적인 배경은 90년대 말 프랑스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한 가족의 한 구성원이었다. 이들 가족은 “예루살렘 바로 외곽에 있는 점령지인 서안지구(웨스트뱅크)에 정착해 초정통적(ultra-Orthodox)이고 금욕적인 삶을 살았다.”

이들 가족에게 텔레비전은 없었고 리보 씨는 극도로 보수적인 유대인 신학교에 다녔다. 이런 그에게 음악은 종교 라디오 방송국에서 들려주는 것이 전부였다. 이런 음악은 종종 회당에서 부르는 ‘예배용 시(liturgical poems)’였다. 그가 음악을 들을 수 있던 시간은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운전사가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세속 음악을 들을 때였다.

리보 씨는 그때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저는 음악에 무지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리보 씨는 11살쯤 되었을 때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로 간단한 노래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그의 가사에는 경건함이 스며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리보 씨의 음악은 학교 버스에서 들었던 주류 싱어송라이터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그로부터 4년 지난 후 리보 씨는 기타를 구입하고, 그가 다니고 있던 유대교 신학교와는 다른 신학교 학생과 밴드를 결성했다. 그는 청바지와 스웨터를 위한 초정통파의 짙은 색 코트와 챙이 넓은 모자를 버리고 현대 정통 유대인으로 연습하고 옷을 입기 시작했다. 음악에 본격적인 발을 들여놓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현대 음악과 그 관행에 대한 그의 인식은 여전히 단편적이었다. 그의 친구들과 결성한 밴드의 첫 번째 공연에서, 리보 씨는 관중들과 소통해야 할 필요성을 알지 못한 채 관중들에게 등을 돌리고 연주했다고 한다. 한국교회에 CCM과 찬양단의 공연 모습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던 모습이지만, 한국교회 찬양단의 이러한 모습은 의도적인 것이었지만, 리보 씨의 모습은 이와는 전혀 다른 점이다.

초정통파 유대교 출신의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과 달리, 그는 2년 동안 징집병으로 복무하기 위해 22세에 유대교 신학 공부를 중단한다. 2013년에 군을 제대한 후 그는 세속 청중과 독실한 청중 모두에게 종교 음악을 연주하는 하이브리드 음악 경력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자신의 멜로디가 영국의 인기 록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처럼 들릴 것이라고 상상했지만 그의 가사는 “신과 신앙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인다.

본격적인 종교적 현대 음악의 추구와 그 결과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지만 리보 씨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처음에 음악 산업이 “제가 제공해야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음악이 담긴 음반을 주류 음반사에 보냈을 때 그들은 모두 그를 거절한 것이다.

그럼에도 리보 씨는 2014년에 5개의 앨범 중 첫 번째 앨범을 자체 발매하면서 굴하지 않고 자시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 간다. 또한 세속적인 매니저를 고용했고, 그 매니저는 리보 씨를 세속적인 고객인 것처럼 마케팅했다. 그는 주류 공연장에서 연주하도록 예약하고 종교적이지 않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방송 시간을 확보했고, 점차 세속적인 팬층을 확대해 나갔다.

결과는 어땠을까. 뉴욕타임즈는 한 일화를 들려주며 리보 씨의 상황을 전한다.

“‘키부츠 간 슈무엘(Kibbutz Gan Shmuel)’키부츠 간 슈무엘에서 열린 그의 콘서트에 참석한 은퇴한 교사인 ‘아디바 리버만(Adiva Liberman, 71세)’은 ‘세속적이긴 하지만, 그가 사랑스러워서 보러 왔습니다.’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가사에 집중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그녀는 덧붙이기도 했다. ‘그냥 멜로디에 매료되죠.’”

결국 리보 씨가 추구했던 방향, 유대교에 헌신적인 사람들과 세속적인 사람들을 향한 그의 음악적 다리 놓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또 다른 모습도 보인다. 뉴욕타임즈는 이렇게 전한다.

“일부 세속적인 음악 소비자들에게 ‘팝 에무니(pop emuni, 히브리어로 ‘신앙 팝’을 의미)’의 부상은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텔레비전 진행자인 ‘갈 우초프스키(Gal Uchovsky)’는 2019년 리보 씨의 음악 확산에 관한 기사에서 ‘나는 라디오에서 기도하는 소리를 듣는 데 관심이 없다.’고 썼다. ‘저는 그들이 저의 여정을 밝게 해주는 노래에서도 하나님이 얼마나 재미있는 분인지 설명해주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리보 씨의 최신 노래인 ‘I Belong to the People’도 자유주의적인 이스라엘인들 사이에서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4월 초에 발표된 이 노래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분열이 극심한 시기에 유대인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이 노래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우상 숭배를 암시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지적한다.

리보 씨는 종교계 내에서도 불편함을 야기했다. 일부 초정통파 유대인, 특히 그들의 종교 지도자들은 그가 세속 사회에 너무 깊이 파고들었다고 느낀다. 경력 초기에 리보 씨는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너무 갈등을 느꼈기에 랍비의 승인을 구하기도 했다. 종교적 기반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여전히 그가 넘지 않으려는 선이 몇 가지 있다.

리보 씨는 ‘고전적인 사랑 노래를 쓰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것이 제 일이나 의무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그가 이미 너무 많이 타협했다고 느낀다. 초정통주의 코미디 듀오의 인기 ‘스케치(sketch)’에서 한 초정통주의 남성이 세속 가수를 아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남자는 잠시 멈칫하다가 대답한다: ‘이샤이 리보!’”

리보 씨 현상이 보여주는 현대 이스라엘의 한 단면

▲ 지난 1월 예루살렘 극장에서 진행된 리보 씨의 공연을 참석한 관객들의 모습 ⓒ뉴욕타임즈

리보 씨와 같은 음악인들의 인기 가도에 대해 이스라엘의 정치적 우경화뿐만 아니라 인구통계학적 변화와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속적인 이스라엘인보다 더 많은 자녀를 둔 종교적인 이스라엘인은 인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집단으로,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교 우파는 정치와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며 이스라엘의 세속적 비전과 종교적 비전 사이의 충돌을 심화시켰고,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사법적 대치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대 이스라엘 상황에서 리보 씨의 영향력은 어떻게 펼쳐질까. 종교 우파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는 것으로 기여할까, 아니며 소위 열린 우파를 형성해 가는데 일조할까. 현 이스라엘 총리인 베냐민 네탄야후(Benjamin Netanyahu)의 정치에 힘을 실어주게 될까, 혹은 이스라엘 개방된 사회로 나아가도록 변화시킬까.

80년대 말 고등학생이었던 기자도 CCM의 세례를 받았고 열광하기도 했었다. 한국교회 CCM 가수들 중에서도 좋아하는 음악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교회에서 그 열기가 식어가기 전 기자는 더욱 빨리 CCM과 멀어졌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정확히 그 이유를 생각해낼 수 없지만 말이다.

문화는 대중과 호흡하기 마련이다. 리보 씨의 현상은 현대 이스라엘 대중의 어떤 경향과 호흡하고 있는 것일까.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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