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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내 외면당하는 이주민들 돕는 게 기독인의 당연한 의무”박성민 대구NCC 총무, 이주민이었던 믿음의 선조들의 역사를 성찰해 지역 내 이주민들 차별·혐오 물리쳐야
임석규 | 승인 2023.04.20 16:06
▲ 박성민 대구NCC 총무는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는 기독인들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임석규

“사람들은 대구광역시에 대해 보수-극우 정치세력이 강성한 도시라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 사회에 저질러왔던 수많은 악행 때문에 이에 대한 반발로 사회참여·진보적인 교계 및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도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번 논공필리핀교회 내 이주노동자 신도 9명 연행 사건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이 작용해 적지 않은 교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연행된 신도들의 석방과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한 것이다.”

에큐메니안은 지난 11일 대구이주민선교센터(대구평화교회, 예장통합 대구서남노회)에서 지역 내 이주민 대상 선교활동 중인 박성민 총무(대구NCC)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앞서 이날 함께 진행된 논공필리핀교회의 라프 앙겔로 루마바스 목사와의 인터뷰 통역을 도운 박 총무는 영남신학대학교(예장통합) 출신으로 고(故) 박기백 목사(대구동은교회 담임 / 2018년 1월 13일 소천)의 영향을 받아 대구에서 줄곧 이주민과 지역아동·독거노인을 위한 선교활동을 이어왔다.

박 총무가 줄곧 사역해온 대구지역은 보수-극우적 성향이 강한 지역이기 때문에 인권침해 사례가 그만큼 많았다. 작년 9월 14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각 시도마다 설치된 거버넌스 중 하나인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를 돌연 폐지했다. 또 2020년부터 대현동 이슬람 모스크 건축 문제로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사원 공사장 앞에서 돼지고기 잔치를 여는 행패를 부려 프랑스 마몽드로부터 한국 사회의 개방성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다 보니 해외에서 대구로 건너온 이주민들은 인권과 복지를 제대로 누릴 수 없는 불균형에 처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치거나 부당한 지시를 받아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으며, 의료보험 적용도 제대로 못 받아 의료비 폭탄에 시달려 병원에 가지도 못했다. 이에 박 총무는 뜻이 같은 교계 단체들(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대구경북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등)과 함께 이주노동자 대상 노동 및 산재 상담, 혼인 이주여성 대상 복지정책 상담, 건강권 실현 ‘동행’ 공채 등 사업을 전개해 이주민들이 지역에서 함께 공존해 살아갈 수 있도록 동분서주했다.

그러다 지난 3월 12일 대구광역시 달성군 소재 논공필리핀교회에서 익명의 신고로 인해 예배 중이던 9명의 이주노동자들이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대구지역 교계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박 총무는 사건 초기에 공단 근처에 있는 파출소장과 면담했으나 파출소장이 당시 상황을 제대로 몰라 달성경찰서까지 찾아가 면담했는데, 이후 필리핀교회를 방문해 라프 목사와 신도들에게 증언과 사진·영상을 직접 확인해 경찰의 설명이 사실과 달라 대책위 소속 목회자들의 충격과 분노가 컸다고 회고했다.

그동안 이주민들에게 우호적 모습을 보여왔던 경찰이 구밀복검(口蜜腹劍)한 것 아니냐는 의문과 불신이 명백하게 드러나자 대책위는 경찰에게 9명을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각 교단 이주민선교협의회와 함께 협력해 지역을 넘어 범기독교연대까지 구성해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이 결과로 김수영 대구지방경찰청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 약속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 대구 달성군 소재 논공 필리핀교회에 대한 경찰의 예배 유린으로 고초를 겪었던 라프 목사(사진 오른쪽)과 박성민 대구NCC 총무(사진 왼쪽). ⓒ임석규

그러나 그 결말이 결코 해피엔딩(Happy Ending)은 아니었다. 경찰에 연행된 9명의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이 29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경찰청 앞에서 규탄기도회를 열기 하루 전날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 필리핀으로 강제 추방당했다. 박 총무도 이를 가장 안타까워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이들이 넘어갔다는 것을 들었을 때 결코 9명이 풀려나오기 쉽지 않았음을 예상했긴 했지만, 막상 이들이 너무도 쉽게 추방당하니 당황함을 넘어 또 다른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에 대책위 활동하던 대구지역 목회자들은 지금도 지역 내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월부터 오는 4월 30일까지 전국적으로 출입국외국인사무소와 합동으로 불법체류자 집중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단속 과정에서 인권 침해적 요소가 지적받고 있다. 이주민들이 자주 오고 가는 출·퇴근길과 시장 등 생활권 지역에서의 기습적 단속이 늘어났으며, 심지어 지난 3월 25일 인천광역시 논현동의 한 클럽에서 열린 태국 인기 트로트 가수 '암 추띠마'의 콘서트 현장에 법무부 단속반과 경찰이 갑자기 들어와 현장과 주변 카페 등에서 모두 158명의 태국인 불법체류자를 체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대해 박 총무는 생활권 단속 및 야간 기습 단속 등 이주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인권 침해적 단속방식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청장에게도 ▲ 대구지역 경찰들의 이주인권가이드라인(국가인권위원회 발표) 수용, ▲ 해당 사건 책임자에 대한 징계 시행, ▲ 대구지방경찰청의 사과와 내부 지시 사항의 서면 작성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후 박 총무는 논공필리핀교회를 찾아 공동체와 함께 예배하며 9명의 신도들의 추방을 막지 못한 것을 사과했다. 그러나 필리핀교회 공동체는 도리어 한국 교회·단체들이 함께 연대해 준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박 총무는 필리핀교회의 장소 이전에 대한 경비 문제를 위해 시민·사회단체들과 더불어 후원 활동을 계획 중이며, 향후 경찰이 같은 사례를 반복하지 않도록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주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끝자락에서 박 총무는 헤롯왕으로 인한 이집트 난민 생활을 겪은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기약 없는 유랑 길에 올랐던 아브라함 등 인물들을 통해 기독교가 ‘이주민의 역사이자 이주민의 종교’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살아가는 ‘거류민’으로 살아가기에 기독교 신앙고백과 어긋나는 ‘차별과 혐오’로 이주민들을 압제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임석규  rase21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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