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대구 달성군 소재 논동필리핀교회 예배 시간에 들이닥친 경찰은 아무런 사전 설명도 없이 예배 시간 중에 폭력적으로 필리핀 출신 노동자 9명을 체포해 추방시켰다. 이에 항의하는 기도회를 진행한 필리핀교회 라프 담임목사(사진 오른쪽) ⓒ임석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동안 경찰들이 이주노동자들을 연행해 가는 폭거가 대낮에 발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었다. 대구시 달성군에 소재한 필리핀교회(담임목회자 Raf Angelo Lumabas)에서 주일 오전 11시 30분에 예배를 시작했는데, 11시 40분경 경찰들이 들어왔고, 담임목사가 왜 교회를 돌아보느냐고 묻자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냥 수첩에 뭔가를 심각하게 적기만 했다. 11시 50분경 목회자가 강단에서 설교하기 시작했고, 12시경 경찰들이 뒷자리에 앉은 교인들을 탐문하기 시작했다. 루마바스 목사는 더 이상 설교가 어려워 기도를 하자 20여 분 지나면서 경찰들이 신도들에게 외국인등록증을 요구하며 수갑을 채우기 시작했고 에릭 델라크루즈 등 9명을 연행해 갔다.

이날 경찰들은 아무리 단속업무를 수행한다고 해도 남의 집에 들어갈 때는 분명하게 목적을 설명하고 미란다원칙을 말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설명 없이 그것도 예배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예배행위를 철저히 무시하였다고 한다. 외국인교회라고 해서 종교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는 경찰의 만행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법무부는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3월부터 첫 정부 합동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불법체류 문제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 엄정하고 일관되게 대응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함께 정부 합동단속을 실시한다.”라고 밝히고 지난 3월 2일부터 4월30일까지 법무부 주관 아래 경찰청,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경찰청 등 5개 부처가 참여하여 단속하고 있다. 또 법무부는 “합동단속을 분기별 1회(연 4회) 정례적으로 실시해 상시 단속체계를 가동하고, 외국인 밀집 지역에 대한 점검과 순찰 활동도 병행한다.”고 한다.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추진해 2023년 41만 명 수준의 불법체류 외국인을 절반인 20만 명대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의 단속 소식을 들으면서 20여 년 전 2003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할 당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단속되면서 격은 트라우마가 생각난다. 그 당시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산업연수생 제도로 인해 미등록이주노동자는 37만 명에 달했다. 법무부에서는 단지 체류비자 기한을 넘긴 이들을 마치 큰 범죄라도 저지른 듯이 정부 각 부처 합동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오랫동안 한국에 체류하면서 일을 하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정부의 단속을 피하려다가 적지 않게 죽거나 다쳤다. 탈법적 수단으로 강제단속을 하여 수많은 인권침해사례가 발생하였지만, 단속만으로는 미등록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었다.

당시 필자는 공개적인 회의 석상에서 이러한 강제추방정책을 주장하는 법무부 관계자에게 강제단속만으로 불법체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러자 당시 법무부 책임자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답하여 필자가 “법무부가 강제단속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없앨 수 있다면 내가 이주노동운동에서 떠나고 만약 법무부가 그렇게 하지 못하면 당신이 법무부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직책을 걸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일 년이 지난 후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재입국을 위한 자진 출국, 강제단속 등으로 인해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수는 20만 명 이하로 줄었지만, 그 관계자 주장대로 불법체류자를 근절시키지는 못했다.

이번 법무부 발표를 보면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추진해 2023년 41만 명 수준의 불법체류 외국인을 절반인 20만 명대로 감축한다고 한다. 그것도 중점 단속 대상을 한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는 분야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불법체류 외국인 다수 상습 고용업체, 불법 입국 취업알선자 등이라고 한다.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법을 어긴 범법자이기 때문에 근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일자리 보호 때문에 단속하는 것이고 미등록이주노동자가 어느 정도는 한국 사회에서 필요하므로 5년 동안 20만 명 이하로 감축하기 위해 단속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 최저 출산율(0.81명)과 빠른 고령화로 생산연령 인구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택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경찰의 본 업무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아니다. 그런데도 대낮에 경찰들이 주일에 예배처소에 들어가 미등록이주노동자를 단속한 것은 합동단속이라는 핑계로 그들에게 부과된 단속할당량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미등록이주노동자는 범법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불법체류자라는 이름으로 인해 범죄자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경찰들의 이런 행위를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본다. 이런 만행을 보면서 고용허가제 도입 20년이 지났고, 국내 체류 외국인이 220만 명을 넘어 2030년 300만 명 돌파가 예상되며, 법무부가 출입국·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 설립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이주민지원 운동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 것인가 담론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하나, 고용허가제에서 비인권적 요소를 개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고용허가제를 국회에서 도입할 때 많은 분들이 노동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가 자유롭게 자기가 노동할 곳을 찾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지만 필자에게는 그런 제도를 도입할 힘이 없으므로 차선책으로 고용허가제 도입을 주장했다. 고용허가제라도 노동삼권을 보장하기 때문에 산업연수제보다 진일보한 제도라는 현실론적 접근이었다. 실제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많이 향상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후 직장이동의 자유가 더 축소되고 숙소비 부담 등 이주노동자에게 불리한 조항들이 더 많이 생겨 최근에는 산업연수생 제도와 큰 차이가 없는 악법이라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있다.

최근에 외국인력제도를 도입한 일본, 그리고 한국보다 먼저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대만과 비교해서 보면,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을 더 선호한다. 우리가 한국 고용허가제에 문제가 많이 있다고 보더라도 이주노동자로서는 상대적으로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이주 노동하기에 더 좋다는 평이다. 대만은 본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들이 이주노동자 사용에 따른 이익분을 추징금으로 내야 하고, 일본은 물가가 너무 비싸서 이주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이 한국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아시아 전체를 통해서 보더라도 한국이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주노동력 수입국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주운동권에서는 이들 나라에서 배울 바가 있다고 본다. 사단법인 한국 ILO 협회에서 발간하는 잡지 ‘국제노동’ 2022년 가을호에는 일본 외국인력도입제도, 2022년 겨울호에 대만의 ‘외국인 근로자 주거환경에 관한 연구 보고서’가 각각 소개되어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서 필자는 이주노동 고용에 대한 세부사항들이 법률로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한국에서도 이런 세부적인 사항들이 법률로 규정되어 있다면, 최근 문제가 심각히 일어나고 있는 주거환경문제가 애초에 제기되지 않았을 터인데….

▲ 지난 2022년 10월11일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반인권적 합동단속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하나,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전국 단위의 노동조합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노동조합원으로 받아들이도록 운동을 펴야 한다.

노총은 기본적으로 “만국의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이주노동자 권익을 위해 항상 큰 목소리를 냈고, 민주노총은 이주노동자 조합을 만드는데 많은 협력을 하였다. 그 결과로 현재 합법적인 이주노동자조합이 운영 중이다. 이러한 이주노조가 기대한 만큼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주노동자가 가진 신분적 제약 때문이다. 조합 운동을 하다가는 언제든지 고용주로부터 해고되고 그 결과 직장을 얻기 어려워 강제로 추방될 우려가 있는 이주노동자가 노동조합활동을 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다.

양대 노총이 진정 이주노동자의 보호막이 되기 위해서는 각 산별노조에서 이주노동자를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함께 행동하면 된다. 이것은 원칙상으로 맞지만, 비정규노동자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지 않는 현실에서 양대 노총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가입을 허용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때문에 이주지원 단체들이 이들에게 강력한 압력을 가해야 이주노동자가 양대 노총의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이 가능해지리라 본다.

하나, 범정부 차원의 통일된 이주정책은 이주민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행정자치부 주관하여 진행되어야 한다.

법무부는 2024년에 출입국·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 설립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그것은 법무부 외국인 정책본부를 연장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현재 외국인 정책본부는 모든 정책의 주안점을 사증발급에 두고 있으므로 한국에서 사는 이주민에 관련된 업무를 효율적으로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될 출입국·이민청을 설립해서 출입국에 중점을 둔 이주민 정책을 편다면, 한국에 사는 이주민에 대한 제반 정책을 조율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출입국은 단지 입국할 때 잠시 거치는 장소이다. 이주민이 매일매일 사는 것은 행정자치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미 ”이주민은 주민이다.”라고 법으로 정하지 않았는가!

최근 대통령은 외교통상부 주관으로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대한 공개서명식을 했다. 6월 5일 공식출범할 재외동포청은 관련 부처와 협업을 통해 재외동포들에게 영사·법무·병무·교육 등 민원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법무부 고유영역인 영사 서비스까지 재외동포청이 취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민으로서 삶을 사는 이주민에 대한 정책을 행정자치부가 다른 부서와 협업을 통해 이주민 정책을 총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나,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야 한다.

이번 경찰이 예배당에 난입하여 예배 중에 이주노동자를 강제 연행한 사건을 보면서 과연 선주민 교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되물어본다. 경찰들이 감히 그런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대형교회에서 외국인을 위한 예배를 많이 드리고 있다. 그중에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적지 않게 참여하는 곳이 있다. 이들 선주민 교회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였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주민교회에서는 설명 없이 허락도 받지 않고 들어가서 예배를 드리는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는 행위를 한 것은 우리 속에 있는 차별의식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본다.

이런 차별적 의식이나 문화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이를 앞당길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이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 입법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이 일부 몰지각한 보수진영의 반대로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이주 지원단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야 한다. 차별금지법 통과로 차별적 행위가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하루빨리 우리의 인식에 뿌리내려야 한다.

하나, 이주노동자 당사자 운동이 활발해지도록 연대해야 한다.

이주 지원단체들이 이주민 당사자 운동이 활발해지도록 연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이주여성 운동에서 충분히 언급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주노동자 단체들에 더 절실히 연대가 필요한 점을 보완하자면, 이주여성운동 당사자는 대부분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한 분들이 주도하는 것에 비해 노동자 당사자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한국인으로 귀화하지 않고 체류가 보장된 경우(노동자, 난민, 유학생, 사업비자 등)는 언제든 비자가 연장되지 않을 우려가 있으므로 이주여성보다 더 체류가 불안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주노동자들의 당사자 운동은 친교, 문화행사 등 지극히 소극적인 범주에 머물 우려가 크다. 이러한 불안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인권향상을 위한 당사자 운동을 펼 수 있도록 이주 지원단체들이 연대해야 할 것이다.

하나, 유엔 이주노동자 조약을 비준하도록 해야 한다.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국제인권조약 중에서 가장 중요한 9개를 선별한 ‘핵심 국제인권조약’은 인간이라면 누려야 할 기본적 인권의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조약으로 평가되는데, 우리나라는 9개 핵심 인권조약 중에 8개를 비준하고 ‘이주노동자권리협약’만 아직 비준하지 않은 상태이다.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이주노동자권리협약)은 1990년 12월 18일 제45회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어 20번째 비준서가 기탁, 2003년 발효된 국제협약으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인권 보호 및 차별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숫자는 220만 명을 넘었다. 대부분이 국내에서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이고, 무엇보다 정부가 내년 총 11만 명이라는 역대 가장 많은 이주노동자를 도입할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주노동자권리협약 비준은 필요하다. 2006년 이주민 인권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 정부에 이주노동자권리협약 비준을 최우선 권고하였고, 2008년 유엔 보편적 정례인권검토에서 다수 국가가 한국 정부에 이주노동자권리협약 비준을 권고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이 국내 출입국관리법, 고용허가제법 등과 충돌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이유로 가입을 미루고 있다. 대부분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거나, 이주노동자의 경우 동반 가족을 초청할 수 없는 인권침해 규정들이다. 국제 인권 규범과 충돌하고 있는 국내법이 있다면 인권침해 상황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기준에 맞춰 개선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이다. 이주노동자권리협약 비준은 한국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단지 노동력으로만 볼 것이냐 아니면 더불어 살아야 할 인간으로 볼 것이냐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주민 지원단체들은 이주민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유엔이 주민협약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주민도 사람이다.
이주민의 종교 행위도 존중받아야 한다.
차별없는 세상, 우리도 행복하다.

최정의팔 대표  smc@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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