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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 다니엘을 보라하나님의 지혜(다니엘 1:1-21)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 승인 2023.05.08 23:04
▲ Peter Paul Rubens, 「Daniel in the Lions’ Den」 (1614-1616) ⓒWikipedia

1.

다니엘은 이스라엘이 멸망 당할 때 바벨론으로 잡혀간 포로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바벨론의 왕궁에서 다른 많은 총명한 젊은이들과 함께 교육을 받습니다. 그리고 왕에게 여러 가지로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됩니다. 그는 페르시아의 왕 고레스가 통치할 때까지 바벨론에서 꿈 해몽가와 왕의 고문관으로 활동합니다. 아마도 기원전 550년에서 530년 즈음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는 다니엘이 사자굴에 던져졌던 일과 그의 세 친구가 풀무불에 던져졌던 일과, 왕들의 꿈을 해석해주었던 일들, 환상을 통해 그가 세상의 끝 날을 예언한 것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다니엘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상상의 인물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니엘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모두, 기원전 2세기에 다니엘서가 기록되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때는 알렉산더 대왕이 유럽을 제패하여 헬라제국이 통치하던 때입니다. 알렉산더 이후, 이스라엘 지역을 폭군이라고 불리던 에피파네스가 통치하게 되는데, 그는 유대인들을 매우 심하게 박해했습니다. 바로 이때 다니엘서가 쓰여졌습니다.

에피파네스라는 이름의 뜻은 ‘하나님의 현현’입니다. 하나님이 나타나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자기 이름의 거룩한 뜻과는 반대되게, 하나님을 예배하는 제사를 금지하고 성전에 우상의 신상을 가져다 놓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그는 자녀에게 할례를 행하는 어머니를 사형시킵니다. 모든 율법책들을 불태워버립니다. 율법서를 한 장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중죄인으로 처벌했습니다.

성전 마당에 있는 번제단에 제우스의 제단을 세웁니다. 그리고 그 제단에서 돼지를 잡아 제우스에게 바침으로써 성전을 모욕합니다. 제우스에게 제사를 바치고 이스라엘 민족에게 돼지고기를 먹도록 강요했으며, 군인들을 시켜서 이러한 일들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극심한 박해의 시기에 이스라엘 민족은 다니엘이라는 인물을 통해 하나님의 예언을 듣고 있는 것입니다.

2.

다니엘의 예언은 자신의 세상적 힘을 믿고 그 힘으로 세상을 멋대로 통치하는 권세자들의 폭정을 예언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혼란이 이어지고 이어져서 마침내 제사를 폐하고 멸망하게 할 가증한 것이 성전에 들어서게 되는 일까지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참아내며 신앙을 굳게 지킨 이들에게 하나님의 복된 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다니엘의 예언에 나타난 신앙입니다. 그들은 2세기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면서 과거 6세기의 인물인 다니엘을 통해서, 오랫동안 겪어 왔고 지금 여전히 자신들이 겪고 있는 모진 고난이 의미 없는 고난이 아니라 하나님이 구원의 역사를 완성하기 위해 이미 계획되었던 구원의 과정이며, 구원의 전제조건임을 깨닫고 있는 것입니다. 

다니엘의 예언은 미래에 대한 환상으로 되어있지만, 지금 다니엘서를 읽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겪었던 역사입니다. 이미 겪은 자신들의 역사를 예언의 형태로 들으며, 이 모든 예언이 실제 역사에서 일어났듯이, 그 예언의 끝에 다가오는 하나님의 구원과 축복 또한 이제 곧 그들의 역사 위에 성취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가 미리 정해진 계획에 의해 하나님의 뜻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은, 박해의 상황에 처해있는 이스라엘인들에게 힘을 주었고, 어떻게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충성한다는 확신으로 순교에까지 이르는 신앙의 모습을 이끌어 냅니다.

다니엘을 통해 전해지는 이러한 예언의 말씀은 세상 끝날에 대한 말씀으로 마쳐집니다. 다니엘 12장 1절에서 3절을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그 때에 너의 백성을 지키는 위대한 천사장 미가엘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나라가 생긴 뒤로 그때까지 없던 어려운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그 때에 그 책에 기록된 너의 백성은 모두 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땅 속 티끌 가운데서 잠자는 사람 가운데서도, 많은 사람이 깨어날 것이다. 그들 가운데서, 어떤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며, 또 어떤 사람은 수치와 함께 영원히 모욕을 받을 것이다. 지혜 있는 사람은 하늘의 밝은 빛처럼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 길로 인도한 사람은 별처럼 영원히 빛날 것이다.”

3.

다니엘의 모든 예언은 결국 지혜로 소급됩니다. 마지막 날에 이제껏 없던 환란이 있을 것인데, 그날에는 지혜 있는 자가 영생을 얻고 구원을 얻게 될 것이다.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는 것, 신앙을 지키는 것, 구원을 받는 것은 결국 지혜의 문제라는 말입니다. 12장 10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깨끗해질 것이다. 그러나 악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악해질 것이다. 지혜 있는 사람들만이 이해할 것이다.”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님의 뜻,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는 것, 이 모든 환란을 이겨내고 승리하는 것, 구원을 받는 것 그것은 지혜 있는 자의 몫인 것입니다.

다니엘서는 이스라엘의 심각한 타락과 불행의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임박했던 심판이 마침내 이루어지고 선포되었던 경고가 현실로 일어나게 됩니다. 여호야김의 시대에 결국 이스라엘은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에 의해 침략당하는 것입니다.

여호야김 왕 때에 예언자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모든 말씀을 두루마리에 기록합니다. 그리고 서기관 바룩을 보내어 하나님의 집 윗 뜰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담긴 두루마리를 백성에게 낭독하게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떠난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주어서, 하나님께로 돌아오도록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호야김 왕은 말씀을 듣고 회개하고 참회하고 두려워하거나 슬퍼하기는커녕, 두루마리를 읽어 내려갈 때마다 읽은 부분을 칼로 잘라서 화롯불에 던져 태워버립니다. 그리고 서기관 바룩과 에언자 예레미야를 체포하도록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야김을 회상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두려워하지 않고, 순종하지 않고 교만하여 반역했던 것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하, 우리가 멸망한 것이 신앙을 버리고 하나님에게 반역하고 하나님을 버리고 떠난 불순종 때문이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하나님의 지혜에서 벗어났던 불순종한 왕을 기억하면서, 이스라엘 멸망의 책임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을 두려워하고 순종하며 그대로 지키는 지혜를 잃어버린데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참담한 순간에 오직 하나님의 지혜만을 붙들고 살아가는 다니엘이 등장합니다. 하나님의 지혜를 잃어버리고 멸망당한 이스라엘, 이제 아무런 희망도 없고 나라도 읽고 민족도 흩어지고 절망밖에 없는 이스라엘에 다니엘이 등장합니다. 잃어버렸던 하나님의 지혜를 추구하고, 하나님의 지혜로 무장하고, 그 지혜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예언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믿음을 지켜가는 참 신앙인이 등장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이스라엘이 다시 일어서고 다시 지혜를 찾고 다시 신앙을 회복하도록 인도하는 것입니다.

4.

바벨론의 왕은 이스라엘에서 흠이 없고 용모가 아름다우며 지혜롭고 지식이 뛰어난 소년들을 데려옵니다. 그들에게 자기들의 지혜를 가르칩니다. 자기들의 음식을 제공합니다. 세상을 정복하고 다스리고 통치하면서 스스로 교만하게 생각하여 이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것을 소년들에게 가르칩니다. 세상의 철학, 세상의 이념, 세상의 논리, 세상의 삶의 법칙을 가르칩니다.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강요합니다. 그 지혜가 없으면 세상을 살아가지 못한다고, 멸망당하고 만다고, 이 세상에서 도태되고 만다고 가르칩니다. 이 음식이 없으면 배부를 수 없다고, 얼굴빛이 상한다고, 건강할 수 없다고, 행복할 수 없다고 유혹합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삶을 버리고 세상의 섬기는 삶으로 갈아타라고, 존재 자체를 바꾸라고 강요합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그들의 정체성인 이름마저도 강제로 바꾸어버립니다. 다니엘의 세 친구 이름이 무엇이지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외우고 있는 이름인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는 사실 바벨론식 이름입니다.

우리는 사실 원래의 이름을 외워야 합니다. 일제 때 억지로 창씨개명한 이름으로 아직까지 부르는 것과 똑같습니다.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는 하나냐와 미사엘와 아사랴입니다. 다니엘은 ‘하나님은 위대하시다’ 혹은 ‘하나님은 나의 재판관’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냐는 ‘여호와는 은혜로우시다’라는 뜻입니다. 미사엘은 ‘하나님과 같은 분은 누구인가,’ 아사랴는 ‘여호와께서 도와주신다’라는 뜻입니다.

바벨론 왕은 이들의 이름을 모두 바꾸어 놓습니다.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구하고 하나님의 은혜로운 도우심을 사모하는 사람들을, 인간의 탐욕과 욕망에 이끌려 살아가고 그러한 헛된 풍요와 향락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바꾸어 놓으려고 합니다. 그리고는 그것이 참 지혜라고 설득합니다. 그렇게 살아야 삶이 윤택해진다고, 삶이 행복해진다고, 삶이 즐거워진다고 말합니다. 얼굴이 아름답고 살이 더욱 윤기가 난다고 말합니다.

이런 거짓 지혜에 당당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 바로 다니엘입니다. 배를 배불려 준다는 왕의 음식, 얼굴을 윤기있게 한다는 왕의 음료를 거부합니다. 겉을 번지르르하게 해주는 것 대신, 영혼을 심령을 윤택하게 하는 하나님의 음식을 택합니다. 세상을 지배하고 통치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그런 지혜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학문과 깨달음과 지혜를 택합니다.

다니엘서는 바로 이 지혜를 얻은 다니엘의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의 지혜를 잃고 나라를 멸망시킨 여호야김의 절망에서 하나님의 지혜를 선택하는 다니엘의 희망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지혜를 잃고 고통 속에서 박해당하고 있는 기원 2세기의 유대인들에게 다니엘은 하나님의 지혜를 얻어 하나님의 세상 경륜을 예언하고 이해하고 깨달아 인내하고 신앙을 지켜내자고 설교하는 것입니다.

5.

느부갓네살 왕은 박수와 술객들에게 모든 것을 물어보고 나라의 일을 의논했습니다. 말하자면 박수와 술객이 세상의 모든 지혜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바벨론의 모든 학문과 지혜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입니다. 이들이 지닌 세상적 지혜는 나라를 통치하는 데 필요한 실용적인 전략입니다.

성서는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의 지혜와 총명이 온 나라 박수와 술객보다 열 배나 나았다고 증언합니다. 열 배라고 하는 것은 숫자적인 의미가 아닌 완전함의 상징입니다. 다니엘은 박수나 술객과는 차원 자체가 다른 지혜, 완전한 지혜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혜를 만나게 되자 느부갓네살 왕은 이전까지 자신을 돕던 박수와 술객을 물리치고 다니엘을 자기 곁에 두고 모든 일을 묻게 됩니다.

그러나 왕은 다니엘을 통해 알게 되는 하나님의 지혜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취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지혜는 세상의 지혜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알던 세상의 지혜는 세상을 통치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으로 취하던 지혜입니다. 그 지혜는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쓰이는 소유물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대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맘대로 사용하는 지혜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지혜는 오히려 내가 순종해야할 대상입니다. 내 멋대로 맘에 들면 사용하고 맘에 들지 않으면 버려 버릴 수 있는 내 소유물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지혜는 나를 낮추고 나를 숙이고 내 욕심을 자제해서 온전히 그 지혜에 나의 삶을 맞춰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총명은 삶의 본질을 계시된 이상과 꿈의 해석을 통해 세계 제국의 역사를 올바르게 판단하고, 그 안에 숨겨진 하나님의 간섭과 섭리를 통찰하는 재능입니다. 이 세상에서 이루어져가고 있는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가는 능력입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이 활동하시는 것을 목격하는 능력입니다. 하나님의 심판과 하나님의 구원을 깨닫는 능력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지혜를 알게 되면 세상적인 즐거움이 방해받습니다. 하나님의 엄청난 권세 앞에서 두려워하게 되며, 자기 자신을 교만하게 내세우지 못하게 됩니다. 나 자신을 놓고 갈등하게 됩니다. 그 갈등에서 왕들은 하나님의 지혜를 선택하지 못합니다.

6.

다니엘서는 박해받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 지혜를 버리고 하나님의 지혜를 택한 다니엘이 환상으로 예언한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보아라. 그 역사의 끝에 예비하신 하나님의 구원을 깨달아라. 그 구원을 받아 누리기에 합당한 지혜로운 자가 되어라. 지금 현재의 고난에 무릎 꿇고 세상 지혜에 굴복하지 말고 인내하고 참아내면서 신앙을 지켜라. 이 길의 끝에 하나님의 복된 구원이 기다리고 있다!” 다니엘서의 이러한 말로 위로받고 도전받아 그 힘든 박해의 시기를 견뎌냅니다.

이 위로와 도전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다가옵니다. 다니엘 앞에 세상의 온갖 지식과 세상의 산해진미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러나 다니엘은 뜻을 정하여 그러한 것들로 자신을 더럽히지 않겠다고 결심합니다. 세상 지혜 세상 즐거움으로 자신을 배불리하기 보다, 하나님의 지혜를 깨닫고 그 지혜에 자신을 순종시켜가는 고난의 길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그 누구도 도달할 수 없었던 구원의 평안함을 누리게 됩니다. 다니엘이 선택한 지혜의 길을 따라서 하나님이 이 땅에서 역사하시는 것을 깨닫고 보고 느끼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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