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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묵인, 교회 본질 파괴하는 것본회퍼와 반유대주의 (2)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 승인 2023.05.09 00:29
▲ 1933년 7월 23일, 베를린의 한 교회 밖에서 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현수막에는 “독일 기독교인 여러분, 1번 후보에게 투표하세요”라고 적혀 있다. ⓒWikimediaCommons

2.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가 나치의 반유대주의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은 1933년의 일이다. 1933년 1월 30일 제3 제국의 수상으로 히틀러가 임명되었다. 이틀 후인 2월 1일, 본회퍼는 ‘젊은 세대의 영도자 개념의 변천’이라는 제목의 라디오 강연을 했는데, 여기에서 그는 나치의 새로운 지도자 개념의 유혹의 위험성, 곧 우상숭배로 전락할 수 있는 영도자 개념을 비판했다. 방송은 본회퍼의 강연이 끝나기도 전에 중단되었고, 나치는 27살의 젊은 목사인 본회퍼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같은 해 4월, 유대인 가게 보이콧 운동이 전개되면서, 유대인을 모든 공직에서 추방하기 위한 반유대적 공무원법이 통과된다. 같은 해 7월 23일, 독일에서 실시된 교회 선거에서 히틀러에 의해 조직된 ‘독일 그리스도인’이 약 75%의 지지를 얻게되자 젊은 개혁자들이 교회정치에서 대거 물러난다.

아리안 조항은 신학적 문제다

9월 5일, 부라우네에서 열린 총회에서 ‘아리안 조항’(Der Arier-Paragraph)이 통과되고, 9월 7일 이에 반대하는 목사들이 마틴 니묄러 목사와 함께 ‘목사 위기동맹’(Pfarrernotbund)을 결성한다. 9월 27일에는 뮐러(L. Mueller) 주교가 비텐베르크 총회에서 제국교회의 총주교로 선출되고, 2천 여 명의 목사들은 항의시위를 한다.

이른바 교회 안에서의 ‘아리안 조항’은 “아리아 족이 아닌 사람은 독일 제국교회에 속할 수 없으며, 독자적인 유대-그리스도교 공동체를 형성하게 하여 독일 교회로부터 배제되어야 한다’, ‘국가공무원법은 교회 공무원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며, 유대-그리스도인 목사들의 활동과 신규채용은 거부되어야 한다’, ‘제국교회법은 아리안 조항을 비록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유대-그리스도인 신학생들의 학생권 제한이 교회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승인한다. 즉 미래의 교회사역으로부터 유대-그리스도인의 배제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1)

본회퍼는 유대-그리스도인을 교회공동체로부터 추방하는 것을 합법화하는 ‘아리안 조항’이 단순히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신학적 문제임을 지적한다. 즉 교회적 교제로부터 유대-그리스도인을 배제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교회의 본질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까닭은 이것이 사도 바울의 행동, 곧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하여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장벽이 무너졌으며, 그리스도께서는 이 둘을 하나로 만드셨다는 것(에페소서 2장)을 무효화하기 때문이다.

만일 교회가 유대-그리스도인을 배제한다면 교회는 새로운 율법, 곧 인종법을 제정하는 꼴이 된다. 이것은 마치 교회 문 앞에 ‘그대는 아리안 족인가?’라는 질문을 세워놓는 것과 같은데, 이것은 유대-그리스도인들이 사도 바울 이전에 바울에 반대하여 했던 행위, 곧 교회공동체에 속하기 전에 유대인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과 같다. 오늘 유대-그리스도인을 배제하는 교회는 스스로 유대-그리스도교가 되었고, 그렇게 함으로써 복음을 율법으로 전락시킨다는 것이다.(2)

독일 그리스도인은 교회의 문제다

‘독일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질서, 곧 인종에 대한 질서를 해소하거나 경시해서는 안되며, 그런 의미에서 교회도 인종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본회퍼는 ‘교회 안에서 유대인은 유대인이고, 남자는 남자이고, 자본가는 자본가로 남아있지만, 하느님은 그들을 모두 하느님의 한 백성, 곧 교회로 부르셨고, 이들은 모두 한 교회에 똑같이 속하게 되었다. 교회는 같은 사람들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말씀을 통해 부르심을 받은 서로 낯선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인종이나 혈통은 결코 교회 공동체 소속성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기준은 오직 하느님의 말씀과 믿음일 뿐이다.’고 말한다.(3)

‘독일 그리스도인’은 유대-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교라는 것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그들 자신의 교회조직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며, 이것은 교회의 외적 형태에 대한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본회퍼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의 소속성은 외적인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에 대한 문제임을 강조한다. 그것은 교회가 말씀으로 부르심을 받은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공동체에의 소속성은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문제에 속한다는 것이다. 유대-그리스도인의 조직적 배제는 또한 성례전의 능력을 침해하는 것인데, 까닭은 세례를 통해 유대-그리스도인은 교회 공동체와 또 교회는 유대-그리스도인과 서로 뗄 수 없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유대-그리스도인에게 세례를 베푼 교회가 이들을 다시 배제하는 행위는 성례전을 단순히 하나의 의식으로 만드는 행위라는 것이다.(4)

‘독일 그리스도인’은 독일인의 민족적 정서를 근거로 유대-그리스도인 목사들의 추방도 주장했는데, 본회퍼는 이런 주장이 목사직의 본질에 대한 루터의 입장에 배치된다고 반박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세례를 통해 사제가 되었으며, 모두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가르칠 의무와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 루터의 주장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독일 그리스도인’이 유대-그리스도인들을 목사직과 교회지도층에서 배제하는 근거를 국가가 제정한 ‘아리안 조항’에서 찾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독일 그리스도인이 정치적인지를 폭로하는 것이라고 본회퍼는 지적한다. 독일 그리스도인은 국가의 행위를 교회적으로 승인하고 있지만, 국가와의 관계에서 교회가 해야 할 참된 봉사는 국가를 맹목적으로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선포의 자유와 교회적 삶의 고유한 성취에 있다는 것이 본회퍼의 입장이다.(5)

미주

(1) Eberhard Bethge u.a(Hg.), Dietrich Bonhoeffer Werke, 12, Berlin 1932-1933, Guetersloh 1997, 408.
(2) Eberhard Bethge, 같은 책, 409.
(3) Eberhard Bethge, 같은 책, 410.
(4) Eberhard Bethge, 같은 책, 411.
(5) Eberhard Bethge, 같은 책, 414.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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