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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하나된 마음발달장애 학생 JY의 티볼부 활동 이야기
홍경종 교사 | 승인 2023.05.10 23:46
▲ 미국 초등학생 티볼 리그 모습 ⓒGetty Images

스포츠클럽 티볼부를 모집하고 있는 중, 우리 교실에 6학년 JY가 찾아와 신청서를 냈다. JY는 발달장애 학생이다. 언어적 표현이 잘 안되는 친구라서 또래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마찰이 생기는 일이 종종 있고, 일과 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특수학급에서 보내고 있다.

“선생님, 티볼부 언제부터 시작해요?”
“어, 이제 사람들 모으고 있으니까 4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할 거다.”
“저 야구 잘해요, 저 꼭 뽑아주세요.”
“어, 그래... 일단 첫 모임 때 보자.”

조금 부끄럽지만 이 아이의 신청서를 받은 뒤로 살짝 고민을 했다. 과연 스포츠클럽에서 이 아이가 잘 적응할까. 일반 체육수업과 달리 클럽활동은 아무래도 ‘대회’라는 현실적 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에 아이들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다소 존재한다. 즉 해당 경기의 ‘실력’으로 아이들 사이의 서열이 매겨지는 세계인데 이런 분위기에서 JY가 겪어야 할 갈등, 그리고 이것을 계속 조율하면서 감당해야 할 나의 피곤함은 또 어찌할 것인가. 하지만 고민은 금방 끝났다. 체육수업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자부심, 그리고 체육이 아이들을 성장시킨다는 믿음. 그 안에서라면 어떤 일들도 나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분명 필요한 일일 것이다.

4월부터 시작된 티볼부는 매일 아침 8시 10분부터 9시까지, 수요일 1시 30분부터 4시까지 정기 훈련을 했고 나머지 요일의 오후 시간은 내 지도하에 희망자만 자율 연습하는 것으로 운영했다. JY의 운동기능은 평균보다 좋았고, 캐치볼에서 약간의 에러가 있었지만 야구라는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친구는 아니었다. 야구에 대한 열정도 대단해서 모든 연습에 한 번도 지각이나 결석을 한 적이 없이 성실했다.

다만 한가지 문제는 특정 포지션에 대한 집착이 상당히 심하다는 것. 수비 훈련이나 연습경기를 할 때도 JY는 무조건 1루수 포지션을 원했고, 이 때문에 아이들과의 마찰이 종종 일어났다. 그때마다 나는 감독의 권한으로 “1루수는 무조건 JY!!!”로 일갈하며 갈등을 일시에 눌러버렸지만, 나머지 아이들의 불만도 계속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1루수에 JY가 들어갈 경우 이 친구가 자꾸 베이스를 비우고 전진 수비를 하기 때문에 쉽게 잡아야 할 아웃 카운트를 놓치는 일이 빈번했다. 그들이 볼 때는 JY의 포지션을 유격수쪽으로 옮기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지금 교내에서는 연습이니까 실제 대회 나갈 때는 합리적인 포지션의 배분이 있을 것이라는 말로 불만을 누그러뜨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역교육청 대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80명의 티볼부 중에서 대회에 나갈 명단 15명을 추리는데, 자꾸만 JY가 눈에 밟혔다. 분명 대회는 이기기 위해서 나가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프로는 아니지 않은가. 내 스스로도 학교에서의 모든 활동은 그 어떤 것도 ‘교육’이라는 절대적 가치보다 우선일 수 없다고 외쳐 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기능적인 면에서 JY가 조금은 부족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해 온 녀석이 아닌가. 그래서 최종 15명 중 주전 선발명단에 JY를 넣었고 약간의 반대 목소리가 있었지만 JY가 지금까지 연습에서 보여준 성실함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선발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대회 당일, 나는 JY를 선발 1루수로 기용했다. JY에게 1루를 비우지 말고 자리를 지키라고 주문은 했지만 그게 잘 되었으면 다른 아이들이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대신 주장을 불러서 따로 지시를 내렸다. 그의 포지션을 1루와 2루 사이 유격수로 두고, 만약 JY가 베이스를 비우고 전진하면 네가 바로 빈 베이스를 커버해서 타자주자를 잡으라고.

대신 절대 JY에게 뭐라고 하지는 마라. 그것은 오직 감독의 권한이다라는 말도 함께. 1루수 뒤의 우익수도 함께 전진해서 내야 수비의 간극을 메우라고 지시했다. 조별리그 2경기에서 최소한 1승은 챙겨야 4강 토너먼트로 올라갈 수 있기에 한 경기의 무게는 매우 크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프로가 아니고 이 모든 과정은 모두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붙잡고서.

1경기는 출발이 좋았는데 2회부터 결정적인 에러들이 나오면서 한 번 왔던 흐름을 빼앗겼다. 사실 JY의 실책도 뼈아픈 순간 중의 하나였다. 스스로도 자기의 실수 때문에 흐름이 기운 것을 알고 눈물을 흘리며 분해했다. 그런데 대회란 것이 참 묘하다. 연습 때 그렇게 JY에게 불평을 쏟아냈던 녀석들이 외려 JY를 위로한다.

뻔한 해피엔딩 스토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게 그 순간은 정말 코끝이 찡한 장면이었다. 치열한 경기,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동료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갈망하는 그 정신. 이쯤 되면 감독은 별로 할 말이 없다.

“괜찮다. 이것도 다 경기의 일부일 뿐이야. 아직 3회가 남았다.”

1경기는 아깝게 1점 차로 패배. 그러나 아쉬워할 시간도 없이 바로 2경기가 잡혀 있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주장과 JY가 내게 포지션 변경을 건의한다.

“선생님, 제가 1루수로 가고, JY가 유격수 하기로 이야기했습니다.”
“그거, 정말 제대로 협의된 것 맞니?”
“네.”
“JY아, 정말 1루수 안 해도 되겠어?”
“네.”
“좋아, 그럼 건의를 받아들여 포지션 변경한다. 2경기는 반드시 승리하자.” 

포지션 변경의 효과일까. 수비의 단단함이 좀 더 생겼고, 커버플레이가 잘 되기 시작했다. 결국 시소게임 끝에 3회 말에서 끝내기 안타로 1점차 승리를 거뒀고 4강 토너먼트 진출 성공. 우리 팀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얼싸안고 난리가 났다. 비록 다음 경기에서 패해 공동 3위로 동메달을 받았지만, 우리는 우승 이상의 값진 것을 얻었다. 성공의 경험, 그리고 진정으로 마음이 하나 되는 경험을 말이다.

대회 이후에도 티볼부는 자체리그로 12월까지 계속 활동을 이어나갔다. JY는 여전히 1루수 포지션을 늘 하려고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팀원들이 포지션 교체를 요구하면 순순히 응한다. 특수학급 선생님께서 내게 말씀하신다.

“JY가 선생님하고 운동하면서 너무 즐거워하고, 신나있어요. 활동도 열심히 하고 예전처럼 고집부리거나 하지 않네요. 매일 아침마다 운동하면서 정말 많이 변하는 것 같아요.” 
“그것 참 감사한 일이네요. 어쨌든 체육은 아이들을 살아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티볼부 활동을 통해 협력과 배려, 양보를 배우고 성장한 것은 JY뿐만이 아니다. 그를 지도한 나를 포함하여 1년을 함께 땀 흘린 팀원들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홍경종 교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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