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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기를 이루는 삼각형, ‘이야기’, ‘율법’, ‘예배’김창주 한신대 구약학 교수의 『출애굽기 나루』(동연, 2023)를 읽고
김동렬(퍼펙터즈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23.05.18 01:25
▲ 김창주 한신대 구약한 교수가 쓴 『출애굽기 나루』 ⓒ동연출판사

몇 년 전 김창주 교수가 쓴 『창세기 마루』를 접한 적이 있다. 구약 원어를 해설한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이번에 출간한 『출애굽기 나루』는 그 후속작이다. 이번엔 더욱 더 애정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말씀이 있다. “여호와의 말씀은 순결함이여 흙 도가니에 일곱 번 단련한 은 같도다”(시 12:6, 개역개정). 이 책이 여러 차례 다시 읽기와 다듬기가 반복된 완성도가 높은 책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런 완성도 높은 책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이 책의 총 123꼭지의 글에는 한 꼭지, 한 꼭지가 동서양의 문화와 다방면에 풍부한 식견을 가진 구약학자의 열정적 연구와 묵상이 녹아있다. 우리 개신교회의 성도나 목회자는 구약성서를 잘 모른다. 사실 구약성서를 모르면 신약성서를 알 수 없다. 구약성서와 출애굽기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쉬운 책들이 있다. 읽어 보면 도무지 객관적이지 않고, 학술적인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저자는 유대교의 유산에 대해 해박하다. 개신교에서는 가톨릭이나 유대교에 대해 배타적인 자세가 많다.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가 히브리어를 그만 둔 이유도 유대교에 대한 배타적인 마음 때문이었다. 저자는 시카고 신학교에서 구약학의 거장 앙드레 라콕(Andre LaCocque)와 유대교 랍비 헤르만 샤알만(Herman E. Schaalman)의 지도로 구약학 및 유대교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다.

저자는 이웃 종교나 이웃 문화에 대한 놀라운 존중과 중립적인 자세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자세가 부족하다. 종교개혁을 하면서 개신교는 많은 부분 가톨릭 유산을 잃어버렸다. 물론 가톨릭에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러나 버릴 필요가 없는 유익한 전통과 자료도 많이 있다. 유대교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창세기 랍바(Genesis Rabbah)나 출애굽기 랍바(Exodus Rabbah), 레위기 랍바(Leviticus Rabbah)와 같은 유대교의 주석을 인용한다. 나훔 사르나(Nahum Sarna), 아브라함 헤셀(Abraham J. Heschel), 군터 플로트(Gunther Plaut), 마틴 부버(Martin Buber), 존 레벤슨(Jon D. Levenson), 임마누엘 토브(Emanuel Tov), 레스터 그래브(Lester L. Grabbe), 데이비드 레이더(David Lieder)와 같은 유대교 랍비나 학자의 글을 인용하기도 한다. 물론 무조건적 수용은 아니다. 저자의 비판적 연구 과정과 묵상을 통한 수용이다.

『출애굽기 나루』는 구약성서의 두 번째 책인 출애굽기의 얼개를 세 파트로 구분한다. 먼저 1 부는 모세와 이스라엘의 이집트 탈출과 구원(deliverance)을 ‘이야기’, 곧 ‘아가다’(אגָּדה)의 형식으로 서술한다. 2부는 유대인의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계약(covenant)에 관한 ‘율법’, 곧 ‘할라카’(הֲלָכָה)소개한다. 3부는 성막 건설인데 이는 하나님의 현존(presence)에 관한 ‘예배’, 곧 ‘세데르’(סֵדֶר)에 해당한다.

문학 장르로는 출애굽에 관한 ‘이야기’, 생활의 지침인 ‘율법’, 그리고 성막에서 펼쳐질 ‘예배’로 구분된다는 말이다. 저자는 출애굽기의 세 주제 중 어느 한 가지만 집중하면 곤란하다고 말한다. 세 변의 삼각형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며 무엇이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첫 표지부터 범상치 않다. 산 비탈레 성당 모자이크화인 표지에 보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 떨기나무 불꽃이 온통 모세를 감싸고 있다. 이 책은 미술책은 아니다. 그러나 그림이 많다. 활자에 익숙한 사람이든, 혹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은 호모 비디오쿠스(Homo Videocus)이다. 성서 본문과 관련된 다양한 그림이나 사진들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조지아 제일장로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 베니스의 성 마가 바실리카의 모자이크화, 성 카타리나 수 도원의 모자이크화, 두라 유로포스 회당의 프레스코화, 시므온 솔로몬의 모세의 어머니, 마르크 샤 갈의 유월절 식사, 보드맨 로빈슨의 법제정자, 에브라임 모세의 토라 두루마리를 안고 있는 그림 중 독자의 마음을 끄는 작품이 있다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큰 이미지로 볼 것을 권한다.

▲ Simeon Solomon, 「The Mother of Moses」(1860) ⓒWikimediaCommons

사해문서의 고대 히브리어 ‘야웨’, 엘리야의 잔, 1세기 막달라 회당에서 발견된 ‘메노라가 새겨진 돌’, 미리암의 춤, 샹폴리옹이 로제타스톤에서 읽은 ‘프톨레마이오스’, 마이모니데스 초상, 윷놀이 그 림, 헨리 롤린슨이 해독한 베히스톤 비문, 고대 이집트의 맷돌 등 보기 드문 다양한 시각 자료와 지도 역시 활자에 지친 독자에게 눈요기를 제공한다. 무엇이든 읽다가 독자의 관심을 끄는 내용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관련된 것을 좀더 검색해 보라. 확장된 독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저자에 의하면 주희는 심도(心到), 안도(眼到), 구도(口到)라는 독서의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여기서 이 세 가지는 차례로 정독(精讀), 목독(目讀), 성독(聲讀)을 가리킨다. 자세히 읽고, 눈으로 읽고, 소리를 내어 읽으라는 것이다. 이것은 몸과 마음과 정성을 집중하여 읽으라는 말이기도 하다.

귀고 2세는 사막 교부의 영성을 네 단계로 제시했다.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에서, 묵상(Meditatio)과 기도(Oratio)를 거쳐 관상(Contemplatio)에 이르는 과정이다. 독서는 음식을 입에 넣는 단계이다. 묵상은 깨물어 분해하는 과정이다. 기도는 참 맛을 느끼는 단계이다. 최종적으로 관상은 양분이 되어 살과 피가 되게 하는 과정이다. 네 단계로 구별하지만 실제로는 분리되지 않는 동시적 현상이다.

경전은 활자로 고정되어 종이 위에 누워 있다. 소리 내어 읽으면 활자가 깨어나고, 세밀히 관찰하고 묵상하면 우리에게 대화를 건네며, 그것을 나의 삶에 비추면 기도가 되고 내 앞의 등불이 된다. 성 서와 함께 저자의 이 책이 바로 이렇게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 『출애굽기 나루』는 잠든 활자를 깨 우고 독자에게 말을 건넬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독자의 등불이 되기 위해서는 독자가 자신의 삶에 비춰야 할 것이다.

『출애굽기 나루』는 하나님을 사랑하며, 그분을 예배하고 가까이 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성서를 읽고 묵상하며, 그분의 뜻대로 살아내려는 사람에게 이 책은 꼼꼼하게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존중하면서 겸손히 배울 수 있다.

그리스어도 그렇지만, 히브리어는 정말 아름다운 언어이다. 『출애굽기 나루』를 통해 독자들은 히브리어 단어가 주는 풍성한 의미에 감격하며, 일곱 번 단련한 순은과 같은 성서와 이 책을 읽고 묵상 하는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이 독자의 등불이 되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충성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기를 소망한다.

김동렬(퍼펙터즈교회 담임목사)  alexande02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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