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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밤새기, 경찰서 앞에서 별일을 다 …(성)소수자와 그리스도교 18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 승인 2023.06.09 14:48
지난 2019년 6월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 ⓒ연합뉴스

1.

10여년 전 네이버에 연재되었고 그 후 책으로 발간되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송곳》이란 웹툰이 있습니다. 그 웹툰에는 주인공이 경찰서 앞에서 달리기 경주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웬 달리기 경주냐면, 주인공이 해고자들이 집회 신고를 하려는 경찰서 앞에 갔는데, 그 곳에 그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회사 측에서 나온 사람이 있었던 겁니다. 경찰서 쪽에서는 집회 신고 시간이 되면 먼저 도착하는 쪽에 신고 기회를 준다고 하니, 경주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주인공이 그 경주에서 이겨서 그 날은 해고자들이 집회 신고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쓴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장면입니다. 도대체 그 집회 신고란 게 뭐라고 달리기 경주까지 하게 만들어서 그런 걸 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 그 이전에, 해고자들이 집회를 하는 걸 방해해야겠다고 하는 심뽀를 갖는 회사는 도대체 뭘까요. 하기야 그런 심뽀를 갖고 있으니까 달리기 경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겠습니다만.

2.

다음 달 1일, 그러니까 이 칼럼이 공개되고 3주가 지난 후 토요일에 열리는 서울퀴어퍼레이드를 두고서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6월 1일에 집회 신고를 할 수 있는데 그 며칠 전부터 사람들이 시간을 나눠 가며 24시간 경찰서 앞을 지켰답니다. 이번엔 경찰서 앞 경주까지는 안 한 모양이긴 하지만요. 이게 벌써 올해로 세 번째 있는 일이라네요.

최근 몇 년 동안 서울광장에서 열렸던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이런 수난을 겪게 된 이유는 올해에는 서울광장 사용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작년까지도 서울광장에 행사개최 신고를 하면 다른 행사 때는 별로 열리지 않는 시민심의위원회를 매번 거치고 거기서 이런저런 말을 꼭 듣고서야 허가를 내 주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는데요. 올해는 아예 같은 날짜 같은 시간에 “청소년, 청년 회복 콘서트”라는 걸 서울광장에서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었고 심의위원회에서 이건 청소년 관련 행사니까 우선권이 있다, 그래서 그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합니다. 

경찰서 앞에선 그래도 달리기만 잘 하면 되거나 며칠 동안 24시간 앞을 지키면 되는데 심의위원회에서는 경주를 해도 상대편의 출발점을 청소년이니 뭐니를 구실로 몇십 미터 앞으로 당겨놓고 경주를 해야 하는군요.

3.

그런데 퀴어퍼레이드 대신 서울광장에서 열린다는 그 “청소년, 청년 회복 콘서트”에 대해서도 조금 더 할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이 “콘서트”라는 건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꼴을 볼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그 “꼴”을 안 보려고 만들어 낸 방해 공작이니까 그것만으로도 이미 볼장 다 본 거긴 합니다. 그런데 그 콘서트의 이름, “청소년,  청년 회복”이라는 것 자체도 그냥 넘어가선 안 되겠다 싶은 겁니다.

“청소년, 청년 회복 콘서트”라니 일단 기본적으로 청소년, 청년의 현재 상황을 “회복”시켜야 하는 것으로 본다는 말일 텐데요. 물론 현재 청소년, 청년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고 그 상황 중에서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사회가 책임지고 “회복”을 시켜 주어야 하겠습니다만. “청소년, 청년”이라는 말 그 자체와 “회복”을 연결시켜 버리면 지금의 “청소년, 청년”이 그들 자신의 눈보다는 저 콘서트를 연다는 자신들의 눈에 맞는 모습으로 고쳐져야 한다는 말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니 말입니다.

특히나 “청소년, 청년” 중에 성소수자인 경우라면 어떨까요. 저 콘서트를 연다는 사람들에게 성소수자 “청소년, 청년”이 “회복”된다는 건 그들이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부정하고 이성애자로 “고쳐진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평생의 삶을 알차게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풍부하게 탐색해야 할 시기에 정체성의 근본을 부정당하는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그렇게 부정당해야만 “회복”이 된다고 말을 하는 것은 저주가 아닐 도리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성소수자 청소년, 청년들에게는 저 콘서트는 “청소년, 청년 저주 콘서트”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비성소수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이웃이 저주를 받는 게 자신들에게 축복일 리도 없으려니와 오히려 간접적인 저주가 될 가능성이 더 높겠죠. 그러니 결국 7월 1일 서울광장에서는 “청소년, 청년 저주 콘서트”가 열리게 되는 셈입니다.

4.

“청소년, 청년 저주 콘서트"를 “시민”의 이름으로 서울광장에서 열고 그런 짓을 예수를 주님으로 믿는다는 사람들이 적극 주도하는 시간이 올해 2023년입니다.

그 2023년 7월 1일에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을지로 일대에서 열립니다. 이 글의 독자 여러분들 그곳에 함께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예수를 주님으로 믿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말입니다.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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