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이사야 42,6-13, 고후 5,17-21

오늘은 구약과 신약에서 우리들의 새로움을 표현하는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사야는 “새 노래로 주님을 찬양하라”고 합니다.
첫째, 새 노래는 전혀 분위기가 다른 노래, 우리를 새롭게 하는 노래로써 새 왕의 즉위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오늘 본문인 이사야 42, 13절에 “주님께서 용사처럼 나서시고, 전사처럼 용맹을 떨치신다.”는 표현도 새 왕의 즉위와 관련되는 말씀이지만 이사야 43, 15에는 “나는 여호와, 너희의 거룩한 하나님이며, 이스라엘의 창조자요, 너희의 왕이다.”라고 명백히 여호와(야훼)가 새 왕으로 등극하심을 나타냅니다.

왕이 즉위할 때 새로운 분위기의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왕이 즉위한다는 것은 옛 왕, 선왕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뜻합니다. 선왕을 애도하며 긴 장례의 절차에 울려 퍼진 장성곡, 장례의 노래, 우울한 추도의 분위기가 계속되다가 그 분위기가 일신되는 시점은 새 왕이 즉위할 때입니다 그때에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노래, 새 노래가 울려 퍼지며 새로운 출발을 알리게 됩니다.

이와 같이 그들 안에 우중충하고 답답하고 암울했던 마음의 분위기를 일신할 것을 예언자는 요구합니다. 긴 포로생활에 아무 희망없는 절망의 연속, 왜 사는지 의미를 모르는 그냥 살아지는 삶, 아무 뜻도 없이 단순한 시간의 연장인 삶 속에서 이제는 새 노래를 울려야 할 때라고 그들을 격려합니다.

이사 42,22에는 “그들이 약탈당하였으나 구하여 주는 자가 없고, 노략자들에게 ‘돌려주어라’하고 말해주는 자가 없다.”고 합니다. 그들은 포로된 백성으로 당연히 사람들의 눈 앞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 약탈당해도 누구하나 편들어 주거나, 빼앗는 자들을 향해 “그러지 말라”고 외치는 사람도 없이 일상처럼 억울한 일을 당합니다. 정의고 뭐고 하는 것은 눈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정의가 무너진 상황에서 야훼는 새 왕으로 의를 세우는 왕으로 등극하십니다. 그는 정의를 창조하고 세계 모든 민족을 새롭게 할 왕으로 등극하십니다. 세상에 정의를 세우시는 진정한 왕, 의로운 왕이신 하나님의 새로운 왕으로서의 즉위식에 새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새 노래는 마지못해 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이것은 자발적으로 앞장서 나서서 하는 노래입니다. 이사야가 새 노래를 부르라고 하는 똑 같은 바벨론 포로기를 배경으로 하는 시편이 있습니다. 이 역시 그들이 불러야 하는 어떤 노래를 말합니다.

우리가 바벨론의 강변 곳곳에 앉아서
시온을 생각하면서 울었다.
그 강변 버드나무 가지에
우리의 수금을 걸어 두었더니,
우리를 사로잡아 온 자들이
거기에서 우리에게 노래를 청하고
우리를 짓밟아 끌고 온 자들이
저희들 흥을 돋우어 주기를 요구하며
시온의 노래 한 가락을 저희들을 위해
불러 보라고 하는 구나

우리가 어찌 이방 땅에서
주님의 노래를 부를 수 있으랴
예루살렘아, 내가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아, 너는 말라 비틀어져 버려라
내가 너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내가 너 예루살렘을 가장 기뻐하는 것보다도
더 기뻐하지 않는다면
내 혀야, 너는 입천장에 붙어 버려라 (시 137편 1-6).

이 시편은 이미 팝송으로도 우리 귀에 익숙한 시입니다.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온 사람들이 강가에 앉아서 그 옛날 예루살렘에서 하나님께 예배하던 생각을 하며 눈물짓습니다. 그들은 그 때를 생각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던 악기 중에 하나인 수금을 버드나무에 걸쳐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잡아오고 짓밟는 자들이 그 수금을 보더니 자기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를 불러 보라고 합니다. 이들은 지금, 하나님을 찬양하던 노래들을 마지 못해 부릅니다. 노래의 뜻도 모른채 자기들을 위해 흥을 돋우는 노래로 아는 그들을 위해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원래 이 노래는 지배자들이 여흥을 즐기기 위해 하는 노래가 아니요,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입니다. ‘예루살렘아, 내가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아, 너는 말라 비틀어져 버려라. 내가 너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내 혀야, 너는 입천장에 붙어 버려라.“라며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하나님께 대한 그리움을 쏟아 놓습니다. 지금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제자리를 찾은 노래들이 아닙니다. 그들의 노래가 본래의 자리를 찾을 때까지, 가장 기쁜 그 노래들이 가장 기쁜 그 자리에 올 때 까지 이들은 어떤 것도 하나님 보다 기뻐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어찌보면 우리들 하나하나는 하나님의 노래입니다. 위대한 찬양의 노래들입니다. 본문에 “나 주가 의를 이루라고 너를 불렀다”고 하시는 것과 같이 하나님을 찬양하라고 부르신 아름다운 노래들입니다. 헨델의 메시아를 그중 가장 아름다운 할렐루야 합창을 능가하는 장엄한 음악 작품들입니다. 아무리 위대한 음악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우리들의 작품성을 모방한 작품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 위대한 음악이신 여러분 여러분은 본래 노래가 있어야할 그 자리에 있습니까? 엉뚱한 데서 낮선 사람들의 여흥을 위해 역할하고 있지나 않습니까?

신약성서에서 바울은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 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 것이 되었습니다.” (고후 5,17)라고 선언합니다.

본문의 18-19절을 봅시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에게서 났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를 내세우셔서, 우리를 자기와 화해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을 맡겨 주셨습니다. 곧 하나님께서 사람들의 죄과를 따지지 않으시고, 화해의 말씀을 우리에게 맡겨 주심으로써 세상을 그리스도 안에서 자기와 화해하게 하신 것입니다.”

바울은 우리가 새로움을 경험하지 못하는 이유를, 그 근본 원인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우리의 불행, 절망, 무의미....... 새로움이 없는 지루함 그것의 근원은 무엇인가? 그 깊은 곳에는 “하나님과의 불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분에 대한 원망, 섭섭함, 삐짐, 마음에 섭섭함을 품고 있는 그것 때문에, 그분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안에 기쁨이 없고, 찬양이 없고, 새 노래가 없는 것이라고 바울 사도는 외칩니다. 본문 말씀을 보고 제가 아주 쉬운 질문들을 할 테니 맞추어 보십시오.

그리스도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하나님과 화해시키는 역할입니다.
누가 그리스도를 내세웠습니까? 하나님 자신입니다.
그럼 조금 응용문제를 하겠습니다.
화해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주체는 누구입니까? 하나님이십니다.
그렇다면 불화의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나, 우리들 자신에게 있습니다.

우리들 자신에게 이 깊은 불화의 원인이 있습니다. 이제는 돌이켜 하나님께 향하십시오. 그분과 화해하십시오. 20절 후반에 바울은 간절히 호소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리하여 간청합니다.
여러분은 하나님과 화해하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분에게 우리 대신으로 죄를 씌우셨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죄를 모르시는 분은 예수 그리스도 이십니다. 그에게 죄를 쒸워가면서 까지 하나님은 우리를 “당신의 의”가 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다시 이사야 본문으로 갑시다.

“내가 의를 이루려고 너를 불렀다.
내가 너의 손을 붙들어주고
너를 지켜 주어서
너를 백성의 언약과 이방의 빛이 되게 할 것이니
네가 눈먼 사람의 눈을 뜨게 하고
감옥에 갇힌 사람을 이끌어 내고
어두운 영창에 갇힌 이를 풀어줄 것이다.
나는 주다. 이것이 나의 이름이다.
나는 내가 받을 영광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지 않고
내가 받을 찬양을
우상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
전에 예고한 일들이 다 이루어졌다.
이제 내가 새로 일어날 일들을 예고한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일러준다.” (이사야 42,6-9)

여러분 새로운 피조물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까? 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새것이 되었도다고 하는 자기 변화의 자의식이 있습니까? 우리 존재에 대한 규정이 새로워졌는가를 스스로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안에서 자기 부정과 긍정의 체험이 참으로 우리에게 있는가? 그 체험이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피조물로 나타난 존재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나의 인생이 바뀌고, 삶이 바뀌고, 가치관이 전도되어 나 자신에 대한 부정과 긍정의 체험이 있어야만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 있다고 말할 수 있고,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발견함으로써 그 사건을 나의 다른 모든 것과 바꿀 수 있는 그러한 경험이 있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질병 가운데서, 절망 가운데서 그리스도 때문에 삶의 희망과 기쁨을 회복한 경험이 있습니까? 한 인간 존재로서의 존엄성과 새로운 가치를 경험했습니까?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의 다른 차원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까? 그러한 삶을 살아 나가고 있는가를 자문하면서 이러한 물음에 '예'를 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될 것입니다.

제가 어제 이발을 하면서 TV 방송 소리를 들었습니다. 한 어린아이가 계속 깍깍 소리를 지르고 시끄럽게 떠들더니 드디어 사고를 친 모양입니다. 어머니가 등장하고 호되게 야단 맞는 장면, 옆에 할머니가 등장해서 “잘못했다고 빌라”는 충고, 계속되는 아이의 울음 머리를 깎는 중이라 고개도 돌릴 수 없고 무슨 프로그램인줄도 모르지만 너무 긴장된 괴성, 아이의 울음소리 이런 것들이 반복되어 많이 짜증이 났습니다. 아이가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잘못했다고 빌자, 아이의 엄마는 “용서못해”라고 합니다. 그 소리를 듣고 아이는 더욱 큰 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했습니다. 머리 깎는 내내 그 아이의 울음소리와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는 소리, “용서 못한다.”고 버티는 소리를 듣다가 이발을 마쳤습니다. 아직도 그 프로가 무슨 프로그램인 줄은 모르지만 머리를 다 깎고 나오면서 그 아이의 애원하는 소리가 마음에 새롭게 강한 인상으로 다가왔습니다.

엄마의 용서못한다는 엄포용의 소리를 듣고 그렇게 서럽게 울며 용서를 바라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은 어린이가 깨어 버렸을 어떤 물건보다도 몇 백배 아름다운 마음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엄마와의 화해, 어린이에게는 그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엄마와 불편한 관계를 참지 못하고, 꼭 용서 받고 해소하겠다고 매달리는 간절한 어린이의 의지가 제 마음을 마구 찔렀습니다.

우리는 과연 어린아이처럼 하나님과의 불화를 견디지 못해하는 마음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을까? 이제는 아예 만성이 되어서 하나님과의 관계쯤은 사치한 이야기로 치부하며 아무런 자극도, 요구도 하지 않는 환자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메어졌습니다. 그 어린이의 마음은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입니다. 무엇보다도 어떤 일 보다도 우선적으로 하나님과의 화해를 간절히 바라고 간구하시기 바랍니다

김경호  kim17kh@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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