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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희망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3.12.10 03:38
▲ William Blake, 「Illustrations to the Book of Job」 ⓒWikiart
악인이 설령 은을 티끌 같이 쌓고 옷을 산더미 같이 준비하더라도 그가 준비한 것은 의인이 입고 그의 은은 죄 없는 자가 차지할 것이다.(욥기 27,16-17)

욥기가 이유없는 고난을 다루는 것은 맞습니다. 이유가 없다고 하는 것은 천벌을 당할 놈이라는 말에 비춰보면 곧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일반적 도덕 기준에 크게 벗어나는 일을 하는 자들이나 사람들에게 심한 고통을 안겨주는 자들에 대해 보통 하는 욕입니다. 악을 행하는 자들에게 마땅히 그에 걸맞는 하늘의 벌이 있을 것이다, 내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런 말 뒤에 있습니다.

이유가 없는 고난이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고난당할만한 잘못을 한 일이 없는데 고난을 당할 때 하는 말입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 이러한 탄식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 사람들은 그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함께 아파하는 사람, 고소해 하는 사람, 무관심한 사람,  그저 혀를 차는 사람, 모르긴 해도 뭔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사람 등 다양할 것입니다.

욥기에 등장하는 그의 친구들은 처음에는 함께 아파했는데, 욥의 말을 듣고 욥에게 이런 벌을 받을 만한 죄가 있을 것이라고 추궁하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욥을 이른바 의인이라고 생각해서 일주일 동안이나 함께 잿더미에 앉아 있었는데, 그후 생각이 바뀌어 죄인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비난의 강도는 점점더 높아져만 갑니다.

위의 말은 현재 욥의 발언 속에 들어 있지만, 그 자신의 말이라기 보다는 친구들의 말을 인용한 것이라고 보야야 합니다. 친구들은 욥의 현재가 악인들의 말로와 다르지 않다고 수많은 예들을 들어가며 입증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들의 말은 욥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어서 큰 의미를 두기 어렵지만, 그 속에는 사람들의 희망이 들어 있습니다. 그 희망은 압박이 있는 곳이면 어느 곳에서나 언제나 볼 수 있는 희망입니다. 욥의 친구들은 이 희망으로 현재의 욥을 재단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희망이 단지 희망이 아니라 실현될 수 있는 희망이면 악은 좀처럼 보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버릴 수 없는 희망일 것입니다.

악인은 아무리 부를 축적하고 옷을 산더미처럼 장만해도 그는 그것들을 쓸 수 없고 의인들이 쓰고 입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가 얻은 것은 결국 그가 짓밟고 괴롭히던 자들에게 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그의 소유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들에게서 탈취한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악인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 해도, 그래서 그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해도, 그 끝에 악인이 응징을 당하고 그가 쌓은 눈물들이 닦여진다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악에 대한 징계와 선에 대한 보상이 적정하게 이뤄지는 세상은 참으로 오래된 희망입니다. 하나님이 친구들 앞에서 욥을 편든 것은 그러한 희망이 여전히 유효함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난과 고통의 문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계속 남아있을지라도 부조리와 억울함이 해결되는 세상에 대한 희망은 계속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최종적으로 그 희망의 정당성을 확인하실 것입니다.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지금 우리의 세상이 되기를 빕니다.

악을 선하다 하는 때에 아니오 할 수 있고 짓밟히는 선의 편에 서는 오늘이기를. 희망을 비난의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않고 그것으로 미래를 나누며 새힘을 얻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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