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화순 목사

'올 겨울 가장 추워졌다'는 뉴스를 들으며 강원도 평창의 조화순 목사 댁을 찾았다. 최근 후배들의 도움으로 단장되었다는 콘크리트 진입로 주위에는 팬션단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었다.

너무 이른 방문이었는지 조화순 목사는 "벌써 왔냐?"며 특유의 G음의 목소리로 일행을 맞아주었다. 너무 오랜 만이라 언뜻 알아보기 힘들었던 인태영씨(두산중공업 상무)가 25여년 전 구로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후배인 것을 알아보고, 반가움에 더욱 높아진 조 목사의 목소리는 굳이 '건강하시냐'는 문안을 할 필요를 잊게 만들었다.

물만 끓여 와서는 "우리집에서는 각자 타먹는거야"하며 내놓은 커피를 타는 중에도 조목사는 오랜만에 만난 후배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갓났을 때 보았던 인씨 딸의 근황까지 챙겨물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없어진 것이 가장 가슴 아파

조화순 목사는 최근까지 과거 인천도시산업선교회와 관련하여 후배들이 만들어놓은 부채 때문에 재산권 행사는 물론, 감리교에서 지급하는 연금까지 압류당하고 신용불량까지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조 목사는 원망보다는 그 후배들에 대한 염려를 이야기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대며 근황을 묻는 조 목사는 특히 최근 소식이 없는 후배들에 대해서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조화순 목사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없어지고 사회복지센터로 전환한 것이 "가장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 과정에서 후배들이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조화순 목사가 인천산선과 관계를 맺은 것은 첫 목회지 '달월교회'에서 목회 중 안수를 받았던 1966년부터이다. 어느 날 오명걸 목사(조지 오글 선교사의 한국 이름)와 조승혁 목사가 조 목사를 찾아와서는 "당장 산업선교회로 가자"고 제안하였다고 한다.

산업선교회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고, 게다가 당시 '기관 목회는 편안한 자리'라는 일반적인 시선 때문에 "가기가 더 싫었다"는 조화순 목사를 두 목사는 매일 같이 무려 세번을 소래철교를 넘어 찾아왔다고 한다.

▲ 1974년의 조화순 목사. 목회를 중단하고 1966년 동일방직에 입사한 그는 교회는 물론 한국 노동운동사에서도 선각자라 할 수 있다.

마침내 세번째 찾아온 날, 두 목사의 말이 조 목사의 마음을 움직였다.
"우리가 조화순 목사를 찾아온 것은 노동자들을 선교해야겠는데 여성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여자 목사가  꼭 필요하다. 제일 젊은 여자 목사를 찾다가 조화순 목사를 찾아 온 것이다. 산업선교회는 다른 기관처럼 후한 대접은 생각도 못한다. 오히려 조 목사는 노동자가 되어 공장에 들어가야 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했으면 벌써 갔을텐데

그 말을 들은 조 목사는 대뜸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하지, 그랬으면 벌써 갔을텐데..."라고 말하고 두 목사를 따라 산업선교회로 갔다.

이후 잘 알려진대로 동일방직 노동자로 취업한 조화순 목사는 한국 노동운동에서 최초의 여성노동조합이었던 동일방직 노동조합 민주화에 기여하였고, 1972년부터 84년까지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총무로서 활동하였다.

20여년을 몸 담았던 산업선교회가 없어진 것에 대하여 조 목사는 "감리교회 사회선교의 구심점이 없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산업선교회를 통해서 배출되었고 또 산업선교에 참여하였던 동일방직 노동자들과 노동운동가들이 찾아갈 고향집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손실"이라고 아쉬워 하였다.(계속)

김혁  omyste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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