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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심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2024 제22대 총선 구도와 그 구호의 허망함에 대해
황용연 연구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 승인 2024.04.02 09:07
▲ 국회 본회의장 전경 ⓒ국회

1.

제가 사는 지역구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이렇게 딱 두 후보만 있습니다. 원래는 진보당 예비후보도 있었는데 민주당과 단일화했지요. 제목에서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두 후보 중에 어느 후보도 안 찍을 겁니다. 만약 단일화 결과가 진보당 후보였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어느 후보도 안 찍었을 겁니다.

물론 비례대표 투표 때문에라도 투표는 할 겁니다. 저는 노동당원이라서 노동당을 찍을 테구요. 노동당은 “국회 밖 당신과 함께, 그게 뭐든, 차별 없게”라는 구호를 내걸고 여성건설노동자 남한나 후보와 장애인운동활동가 유진우 후보를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웠습니다.

아마 이 글의 독자분들 치고 비례대표로 노동당을 찍겠다는 데에 아쉬워하실지는 몰라도 반발하실 분들은 거의 없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노동당을 찍겠다면 노동당 이야기를 하면 되지 왜 민주당이건 진보당이건 다른 정당을 굳이 안 찍겠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거냐고요. 더군다나 노동당 지역구 후보도 없는 곳이라면서.

2.

물론 저도 지금의 윤석열 정부가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거나 혹은 과반수가 아니라도 제1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다 싶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거기까지라는 게 무슨 뜻이냐면, 아마 이 글의 독자분들 중 상당수가 이번 총선의 기조여야 한다고 생각하실 “윤석열 심판”이라는 슬로건에 제가 동의할 수 있는 정도가 거기까지이고, 그 이상은 동의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제가 “윤석열 심판”이라는 슬로건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 중 가장 먼저 이른바 ‘위성정당’ 사태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위성정당 문제에 대해서는 4년 전에도 지금에도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 더 많이 욕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국민의힘은 그냥 자기들 위성정당만 만들고 끝인데, 민주당은 4년 전에도 지금에도 꼭 이 위성정당이란 것을 가지고 다른 정당과 이른바 ‘시민사회운동’을 자기들 밑으로 줄세우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의 경우처럼 자기들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자기들 맘대로 억지 이유를 붙여 잘라내기도 했지요. 이 모두가 “윤석열 심판”의 명분 아래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니, 이런 줄세우기의 명분이 된 “윤석열 심판”에 제가 동의해야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서두에서 진보당으로 단일화되었다고 해도 진보당도 안 찍었을 거라고 했습니다. 명색이 진보정당을 자칭하면서 저런 줄세우기에 대놓고 호응해서 줄을 선 것도 선 것이지만, 자기 당의 후보를 민주당에서 트집잡는다고 순순히 잘라 버리는 추태까지 보였기 때문입니다.

3.

“저들이 말하는 국민 중에 너와 나는 간데 없고, 저들의 계획 속에 너와 나의 미랜 없지”

제가 좋아하는 [주문]이라는 민중가요의 가사입니다. 저 가사에서 말하는 ‘저들’에 국민의힘은 당연히 들어갈 겁니다. 그런데 저는 ‘저들’에 민주당도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빈곤운동 쪽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지요. 민주당 구청장들에게 탄압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자기들 입장에선 ‘시민사회’의 이름을 건 단체들이 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구요.

어디 빈곤운동만 그러겠습니까. 파업을 해도 그렇죠. 국민의힘 정권에서 파업을 하면 정부에게만 욕을 먹고 탄압을 당하지만, 민주당 정권에서 파업을 하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에게 십자포화를 당하죠.

다른 한편으로, 민주당이건 국민의힘이건 거들떠도 안 보는 이슈들도 있지요. 차별금지법이 대표적인 경우겠죠. 하긴 이것도 ‘거들떠도 안 본다’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군요. 국민의힘에건 민주당에건 차별금지법을 만들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의원들이 부지기수니.

‘저들’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다 들어간다면, “윤석열 심판”이라는 슬로건이 ‘윤석열만 나쁜 놈이라고 해 줘’로 들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그러니 “윤석열 심판”에 동의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다른 한편으로, ‘저들’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다 들어가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로 죽일 듯이 싸울 수밖에 없겠거니 싶기도 합니다. 둘 다 같은 위치에 있으면서 서로를 구분하려니 죽일 듯이 싸우는 길 말고는 남는 게 없을 테니까요.

4.

“윤석열 심판”을 말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입버릇 중 “선거는 차악을 택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서 지지를 권유한다면 그 권유는 상당히 송구스러운 것이어야 할 텐데요. 언제부터인지 이 말이 송구스럽게 들리기는커녕 그 반대로 상당히 목이 뻣뻣하게 들립니다. 하기사 “가난한 사람들이 왜 부자정당을 찍는가”라는 무거운 말을 “가난한 사람들이 왜 국민의힘만 찍고 민주당을 찍지 않는가”고 바꾸는 입버릇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니 그러려니 해야 할까요.

조국혁신당의 소위 ‘돌풍’을 보고서 저들은 참 목이 뻣뻣하네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됩니다. 어느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더군요. “편드는 분들은 단군 이래 길에서 민망한 짓 좀 했다고(제가 순화한 표현입니다) 가장 혹독하게 털린게 조씨 일가다 이렇게 보지만, 나는 길에서 민망한 짓을 하고 가장 거국적으로 편들어 줌을 입은 게 이 집 식구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민정수석이 감찰 무마를 시킨 것도 추가해야겠고, 그건 “길에서 민망한 짓을 한” 정도가 아니겠습니다만.

“길에서 민망한 짓을 한 사람”을 거국적으로 편들어 주는 일이 벌어졌던 건 소위 ‘민주진영’의 자존심 지키기, 즉 우리 목은 이렇게도 뻣뻣하다라는 과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요. 그러니 ‘길에서 민망한 짓을 한 사람’ 당사자만이 아니라 ‘민주진영’ 전체의 사회적 평가까지 깎아먹게 되었구요.

게다가 그 자존심 지키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고작 자기들의 자존심을 긁은 윤석열에 대한 정권 전체 차원의 왕따 만들기와 “쥴리” 운운하는 배우자를 통한(여성혐오까지 동반한) 깎아내리기밖에 없었고 결국 그 왕따 만들기의 역효과로 윤석열의 인기가 올라가 대통령까지 되었던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조국혁신당의 소위 ‘돌풍’이란 건 윤석열의 인기가 올라가던 그 상황의 딱 데칼코마니겠네요. 뭐 듣기로는 “길에서 민망한 짓을 사람”이야 어차피 총선 후에 감옥가면 금뱃지 떨어질 테고 비례대표라서 그 금뱃지가 다른 당에 가는 것도 아니니 부담없이 그 당을 찍는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디다만요.

그래서 여기서 이렇게도 묻게 됩니다. “윤석열 심판”이라는 슬로건은 저 소위 ‘민주진영’의 자존심 지키기가 정당하다는 확인도장을 찍어 달라는 의미인 거 아니냐고요. 그리고 저는 당연히 그런 확인도장을 찍어 줄 의사가 없습니다.

여기서 이런 말까지 덧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를 두고 검찰공화국이니 검찰독재니 하는 말이 참 많이 나돌았고 지금도 그런데, 정작 윤석열 정부의, 공공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던 여러 가지 행각 중에서, 검찰권이 관여되어 문제를 일으킨 행각이 도대체 몇 개나 있었냐고 말입니다.

물론 정말로 검찰을 동원해서 건설노동자들을 ‘건폭’으로 몰아붙인 건이 있었죠. 그런데 검찰공화국이니 검찰독재니를 들먹일 때 “길에서 민망한 짓을 한 사람”에게 저러는 걸 보니 노동자들 ‘너희들’도 당할 거야 이 정도 이외의 생각을 한 분이 얼마나 되었을까요. 더군다나 민주당이 집권할 때에도 검찰이 노동자들을 탄압 안 한 것도 아니었잖습니까.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미운털 박은 놈이 나쁜 짓을 하니까, 저런 나쁜 짓을 해서 내가 미운털을 박았던 거라고 앞뒤를 뒤집고 있는 거 아니냐고 말입니다.

5.

이 정도면 할 이야기는 다 한 것 같습니다만 마지막에 녹색정의당 이야기를 좀 덧붙여 볼까 합니다.

저는 원래 앞에서 이야기했던 민주당, 국민의힘, 진보당 등등은 물론이고 정의당도 지역구 투표에서 안 찍던 입장이었습니다. 정의당이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진보정당이라면 마땅히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저들”의 계획 속에 없는 “너와 나”의 정당이어야 할 텐데 정의당은 자꾸 민주당에는 뭔가 미련을 두는 걸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의 녹색정의당은 만약 제 지역구에 후보가 있었다면(그리고 제가 찍을 노동당 후보가 없었다면) 찍어 주었을 것 같습니다. 이제 그 미련을 조금이나마 떨쳐 내고 자기 발로 서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걸로 보이니까요.

민주당 위성정당이나 조국혁신당 등에서 “진보정치 선수 교체”니 “정의당을 대체”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하더군요. 저는 그런 이야기를 이렇게 듣습니다. 진보정치의 자리조차 강탈해 가겠다고 말입니다.

황용연 연구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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