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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란 무엇인가: 히뽈리뚜스, 《사도전승》채수일의 ‘기고만장’(基古萬張)(기독교 고전 만장 읽기) 10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 승인 2024.04.15 03:50

이 원고와 영상은 ‘사이너머’ 연구소에 진행하고 있는 채수일 교수의 ‘기고만장: 기독교 고전 만장 읽기’입니다. 기독교 고전을 독자들과 함께 읽고 우리 시대의 문제와 씨름하는 것입니다. 영상과 원고의 게재를 허락해 주신 채수일 교수님과 사이너머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채수일의 ‘기고만장’입니다.

오늘은 주후 100년 경 시리아 지역에서 형성된 《디다케》에 이어, 초대교회의 생활세계에 대한 정보를 주는 《사도전승》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도전승》은 3세기 이후에 발전된 각종 전례 문헌의 모범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사용되는 예식서와 전례서에 그 기본적인 틀이 남아 있을 정도로 교회 안에서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1)

《사도전승》의 저자 혹은 편집자는 히뽈리뚜스(Hippolytus, 170/175?-236)로 알려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저자나 저술 시기, 저술 지역 문제 등에 있어서 확실한 해답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히뽈리뚜스는 170년에서 175년 사이에 태어나, 3세기 초 로마 교회 안에서 많은 저서를 남긴 중요한 인물이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히뽈리뚜스를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가 로마의 주교로 뽑힌 칼리스투스가 노예출신의 부제로서 로마 성 밖에 있는 지하공동묘지를 관리하던 사람이라는 이유로 로마 주교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지지자들을 끌어 모아 교회를 세우고 자기가 진짜 로마 주교라고 주장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두 명의 주교가 서로 대립하는 이른바 ‘대립교황’이 된 사건이었습니다.(2) 로마의 주교가 두 명인 기간이 무려 13년 동안 지속되었는데요, 로마 황제 막시미누스 트락스는 두 사람을 모두 사르데냐 섬으로 귀양 보냄으로써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두 주교는 교역 노선 때문에 심한 갈등을 겪었습니다. 노예 출신이었던 칼리스투스 주교는 참회 예식과 죄의 용서에서 관용적 태도를 보인 반면, 히뽈리뚜스는 엄격주의 노선을 취했고, 엄격한 참회 조건을 채우지 못한 신자들을 교회에 다시 받아들이기를 거부했습니다. 히뽈리뚜스의 이런 엄격주의적 태도는 《사도전승》에도 반영되어, 초대교회의 관행들이 세밀하고 율법주의적으로 규정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규정이라는 것이 그것을 만든 사람의 삶의 자리, 성품을 반영한다는 것은 사실이고,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이나 기득권층이 타인에 대해 더 엄격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특징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도전승》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문헌이 동-서방 교회에 큰 영향을 주었고, 후기에 발전된 각종 전례 문헌의 모범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사용되는 예식서와 전례서에 그 기본적인 틀이 남아 있을 정도로 교회 안에서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3)

오늘은 《사도전승》 가운데 ‘안수’(按手)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안수 전통에 대한 가장 오래된 초대교회 문헌인 《사도전승》에 의하면, 감독, 장로, 봉사자의 서품 예식이 모두 안수와 서품 기도로 구성되었습니다. 안수는 성령의 능력을 내려주는 의식이며, 서품 기도는 서품자가 맡게 될 사명과 책임 한계를 규정하면서 이에 맞는 은총을 비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감독 서품에는 감독들만이 안수할 수 있고, 장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참석만 해야 했습니다.(4) 안수를 통해 감독은 ‘위대한 영’의 능력(5), 또는 ‘대사제의 영’을 받는다고 합니다.(6)

장로 서품에서는 주례자인 감독과 다른 장로들이 안수할 수 있으며, 안수를 통해 장로는 ‘은총과 의견의 영’을 받습니다.(7) 그러나 안수는 오직 감독만이 하고 서품하는 동안 다른 장로들은 안수 동작만 취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장로는 영을 받을 권한만 갖고 있지 줄 수 있는 권한은 없기 때문입니다.(8)

봉사자(혹은 집사)의 경우에는 감독 혼자 안수하고, 안수를 통해 봉사자는 ‘은총과 열의와 열성의 성령’을 받습니다.(9) 집사 안수를 감독 혼자 하는 까닭은 집사가 사제직에 서품되는 것이 아니라, 감독자로부터 명령받은 것을 이행하며 감독에게 봉사하기 위해 서품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10)

가톨릭은 ‘서품’(敍品), 곧 ‘품을 준다’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개신교에서는 ‘임직’(任職), 곧 ‘직무를 맡김’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게 사용됩니다. 저는 안수와 관련된 이 두 단어의 차이가 두 교회의 차이만이 아니라, 안수에 대한 이해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서품’(敍品)에서 ‘품’은 ‘물건의 성질과 바탕을 나타내기도 하지만(상품, 물품 등), 사람의 바탕이나 타고난 됨됨이’(성품, 인품 등)로 쓰입니다. 한자의 어원을 보면 물건의 상형이 입 구(口)와 비슷하게 생겨 짐을 쌓아놓은 모양이라고 하는 것도 있고, 또 다른 어원 해석은 입 구(口) 3개는 입이라는 것, 그래서 말이 한 사람의 성품이나 인품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안수는 직분의 거룩함 때문에 행해지는 것이지, 직분을 맡는 사람이 거룩하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안수는 직분과 관계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직분자를 이른바 평신도들과 구별하기 위해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수직이(그것이 주교든, 사제든, 목사든, 장로든, 권사든) 권력으로 오해, 혹은 악용되는 것입니다. 안수 받은 사람이 과연 성령으로 안수를 받았는지, 그가 안수직분을 자기 권력으로 악용하는지는 결국 그의 말로 판단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전서 저자는 ‘생명을 사랑하고, 좋은 날을 보려고 하는 사람은 혀를 다스려 악한 말을 하지 못하게 하며, 입술을 닫아서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하여라.’(벧전 3:10)고 말했고, 야고보서 저자는 ‘누가 스스로 경건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혀를 다스리지 않고 자기 마음을 속이면, 이 사람의 신앙은 헛된 것입니다.’(약 1:26)고 말한 것입니다.

미주

(1) 히뽈리뚜스, ⟪사도전승⟫, 교부 문헌 총서 6, 이형우 역주 (경북 왜관: 분도출판사, 1992), 5.
(2) 최원오, ⟨가톨릭신문⟩, 2003.03.23(제2340호, 13면).
(3) 히뽈리뚜스, ⟪사도전승⟫, 5.
(4) 히뽈리뚜스, ⟪사도전승⟫, 75.
(5) 히뽈리뚜스, ⟪사도전승⟫, 77.
(6) 히뽈리뚜스, ⟪사도전승⟫, 79.
(7) 히뽈리뚜스, ⟪사도전승⟫, 95.
(8) 히뽈리뚜스, ⟪사도전승⟫, 101.
(9) 히뽈리뚜스, ⟪사도전승⟫, 103.
(10) 히뽈리뚜스, ⟪사도전승⟫, 99.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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