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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법 10년, 이젠 바뀌어야 할 때‘전국장애인부모연대’, 420 전국집중결의대회 가지고 발달장애인법 전부 개정 촉구
정리연 | 승인 2024.04.20 14:19
▲ 2000여 명에 달하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부모들이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발달장애인법 전부 개정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정리연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가 19일(금) 오후 1시부터 서울시청 서편에서 전국집중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인간다운 삶 보장’을 위한 특수교육법 전부 개정을 비롯해 자립생활권, 노동권, 건강권, 교육권의 보장을 촉구하고 결의를 다졌다. 이른 새벽부터 전국에서 모인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수가 거의 2천 명에 달했다.

안 해본 것 없지만 바뀐 것이 없다

부모연대는 2018년 4월, 삭발, 삼보일배, 천막농성 등의 치열한 투쟁을 통해 ‘제1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이끌어낸 바 있다. 2022년 4월에는 557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삭발과 단식 투쟁을 펼쳤고, 2023년 4월부터는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기반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며 전국 순회 투쟁을 했다. 이후 6월에는 600여 명의 부모와 연대 단체가 발달장애인의 참사 종식을 촉구하며 대통령실 앞까지 오체투지를 실시했으며, 11월에는 전국 12개 지역에서 2,000여 명의 오체투지, 6,000여 명의 행진을 진행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강력히 요구했음에도, 정책의 총체적 부재 속에서 돌봄의 책임을 여전히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은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발달장애인법 전부 개정을 위한 서명 캠페인에서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발달장애인법의 전부 개정의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제22대 총선에서 발표된 정당별 공약 중 야당의 공약에서는 ‘장애인’이라는 표현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여당 역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이는 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 준수를 위한 기본적인 선언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장애인 관련 정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많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정부와 정치권

부모연대 윤종술 대표는 “올해 6월부터 정부가 통합돌봄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적어서 18만 성인 발달장애인은 여전히 갈 곳이 없다. 꿈을 갖는 세상, 지역 사회에서 독립하여 자립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우리 부모들이 개척자가 되어 투쟁하자”며 회원들을 독려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최서연 공동대표는 2017년도에 서울 강서구의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해 장애인 부모님들이 무릎을 꿇는 모습을 언론에서 목도하고 충격과 안타까움에 눈물이 났었다고 운을 뗐다. “7년이 지난 지금 대체 무엇이 바뀌었는지, 장애인을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일을 했다면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정치권을 맹비난했다. “자립생활권, 건강권, 노동권, 교육권이라는 헌법상의 기본적 권리는 우리가 요구하지 않아도 당연히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또한 22대 총선을 통해 정치권은 여전히 장애인 권리 보장에 무관심하다며 “장애인 정책 예산과 지원은 구체적이지 않고, 더불어민주당도 관련 법 개정과 건강권, 교육권, 노동권 관련 내용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3명의 장애인 비례대표가 “부디 구색 맞추기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는 당부도 전했다.

부모연대 강정배 사무총장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도 함께 살 수 있는 지역 사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주거생활서비스, 조기개입·조기진단을 포함한 생애주기 지원, 중증발달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발달장애인법 전부 개정안을 촉구했다. “10년 전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할 때 우리는 많은 희망을 가졌지만 장례식장 조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10년 후엔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지금 만들어 나가자”고 외쳤다.

▲ 윤종술 부모연대 대표는 발달장애인법의 미비로 18만 명의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갈 곳이 없다고 분노했다. ⓒ정리연

부모연대 김남연 서울지부장은 작년 9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관한 문제를 지적했다. 해당 고시에 따르면 발달장애학생의 경우, ‘도전행동’을 일으키면 바로 분리 조치할 수 있다. 교권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발달장애학생만을 분리하는 것은 발달장애학생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 될 수 있다. 현재 특수교육 지원인력, 도전행동에 관한 지원 등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김 지부장은 이런 연유로 발달장애학생의 교육권이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교권보호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철저한 지원이 있으면 보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학생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활동지원서비스를 학교에서 쓰라고 강요하는 학교가 대단히 많다.”며 “학교에선 학교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원인력뿐만 아니라 특수교사도 너무 부족하다. 대상자는 늘었는데 특수교사 정교사율은 현저히 줄었다. 정부는 왜 거꾸로 가고 있느냐”면서 “22대 국회는 특수교육법을 전면 개정하여 중증발달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부모연대 도우경 부산지부장은 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자립생활 기반은 국가적 책무이며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며 “현재 부산시 북구에서는 주거생활 서비스를 위한 정책과 예산이 추진 중이며 6월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꽃나들이 못 해도 자녀들에게 꽃길 만들어 주는 게 힐링아니겠냐”며 부산에서 주거생활 서비스 잘 출발시켜서 발달장애인 지역 사회 자립이라는 꽃길을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도 편안한 이웃으로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미래를 부모의 힘으로 함께 앞당기자”며 회원들을 독려했다.

부모연대 김신애 중복장애특별위원장은 발달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한 건강보험과 관련한 제도가 확실히 필요한 시기라면서 “가정 내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활동지원사에 의해 의료서비스가 가능하기 위한 서비스와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장애인이 두려움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는 환경, 발달장애인과 의사소통하며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 장애 특성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고 집에 누워있어야 한다면, 방문 재활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결의대회 말미에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공연과 현수막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후에는 서울시청에서 종로구 대학로까지 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오후 9시까지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집회와 문화제를 진행한 후 개찰구 앞 노숙집회, 20일 오전 8시부터는 서울시청역 승강장에 누워 장애인권리 입법을 촉구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가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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