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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기후위기 극복 위해 가야 할 길기후위기 시대, 대응 현황과 과제 (5)
하승수(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 승인 2024.04.25 04:12
▲ 일본의 오구니 태양광 발전소. 지자체가 스스로 기후위기를 대응할 수 있을 때 기후붕괴를 진정으로 막을 수 있다. ⓒhttps://energy-democracy.jp/751

연방제와 농촌지역의 면ㆍ읍 자치(1)

지난 글에서 얘기한 분산과 자급을 위해서는 권력도 분산되어야 하고, 보다 작은 단위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중앙집권적인 권력구조는 그동안 경제성장주의와 결합하여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만드는데 기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에너지 전환을 하고 순환경제와 자급을 추구하는 움직임은 오히려 지역에서부터 출발해 왔다.

그런 점에서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1993년 『녹색평론』 8호에서 했던 아래와 같은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

“지금과 같은 권력의 중앙집중적 체계속에서는 그 권력이 생명의 옹호를 자신의 과제로 떠맡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거대한 권력의 집중 그 자체에 이미 반생명적이며, 반생태적인 경향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생태적 위기는 결고 거대권력의 통제에 의해서 극복될 수 있는 것도, 또 그렇게 극복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얘기되는 ‘메가시티’론처럼, ‘지방대도시’ 중심의 균형발전론은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이런 주장은 한마디로 서울-수도권을 닯은 거대도시권을 지방에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가 수도권처럼 될 수 있을까? 수도권이 수도권일 수 있는 것은 정치ㆍ행정적 권력이 그곳에 있고, 사회ㆍ경제적 권력도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권력을 해체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 하지 않고 ‘메가시티’를 얘기하니, 앞뒤가 전혀 안 맞는 얘기이다. 결국 ‘메가시티’라는 단어만 내세워서 지역주민들을 현혹시키고 중앙정부로부터 개발사업 예산이나 따오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가덕도 신공항’처럼 대규모 예산낭비와 환경파괴가 우려되는 사업을 타당성 검증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메가시티’론이 낳을 결말이 예상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논의는 메가시티가 아니라 연방제이다. 중앙집권적인 권력구조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을 주권을 가진 주(州)로 구성되는 연방국가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을 얘기하면서도 연방제 도입을 얘기하는 것은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다. 연방제가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연방제’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연방제는 미국도 채택하고 있고, 독일도 채택하고 있는 민주국가의 한 구성원리이다.

그리고 주(州)의 권한은 다시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분산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서 결정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외교, 국방 등과 전체적인 조정역할만 하고, 나머지 역할은 주와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넘겨야 한다. 그리고 지역별로 자급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서울처럼 100% 자급이 불가능한 지역이라면, 최대한 노력을 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 피해를 끼치는 만큼, 그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한다. 지금처럼 아무 부담없이 다른 지역에 에너지, 폐기물 등과 관련된 문제를 떠넘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한국의 경우에는 농촌지역의 면(面), 읍(邑) 자치를 부활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5.16. 군사쿠데타 이전의 기초지방자치는 시ㆍ읍ㆍ면 자치였다. 도시지역에서는 시(市)단위로 자치를 했고, 농촌지역에서는 면, 읍 단위로 자치를 했다. 그런데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세력이 쿠데타에 성공하자마자 지방자치를 중단시키면서,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면ㆍ읍을 군(郡)으로 강제통합한 것이다.

그런데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이런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991년 지방자치를 부활시키면서도, 면ㆍ읍 자치를 부활시키지 않고, 군 단위로 지방자치를 부활시킨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매우 이상한 방식으로 농촌지역 지방자치를 하고 있다.

이웃 일본도 기초지방자치는 시ㆍ정ㆍ촌 자치이다. 정ㆍ촌은 우리로 치면 읍ㆍ면 정도이다. 독일의 기초지방자치단체인 게마인데(Gemeinde)도 농촌지역에서는 우리의 읍ㆍ면 정도이다. 스위스의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코뮌(Commune)도 그렇다.

지금의 농촌지역 지방자치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라고 할 수 없다. 면ㆍ읍의 지방자치를 부활시켜야 농촌에 맞는 지방자치를 할 수 있다. 지금의 군은 서울시 전체 면적보다 넓은 경우가 많을 정도로 자치를 하기에는 너무 넓다. 군 안에서도 읍ㆍ면별로 사정이 많이 다르다. 그러니 군 단위에서는 제대로 된 자치를 하기도 어렵다.

지금도 단위 농협은 면ㆍ읍별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더라도, 농촌지역의 지방자치는 면ㆍ읍별로 해야 한다. 그래야 에너지자립도 가능하다. 독일의 유명한 에너지자립지역인 쇠나우(Schönau)는 우리로 치면 면(面) 정도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이다. 그런데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결정도 주민투표를 통해 했을 정도로 폭넓은 자치권을 누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자립 모델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쇠나우가 우리의 면ㆍ읍처럼 자치권도 없는 군청의 하부조직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스스로 논의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자치가 가능해야만, 대한민국 곳곳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자립’ 모델이 나올 수 있다.

글을 마무리하며

2022년 시점에서 글을 쓰면서 플랜A가 실패했고, 플랜B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마음이 매어 편치 않다. 플랜A의 실패는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1.5°C 이하로 막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의 희망이라도 가지려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패는 빨리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는 더욱 줄어든다. 만약 2030년이 되어서야 플랜A의 실패를 인정한다면, 그 때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래서 이 글에서는 플랜A의 실패를 인정하고, 더 이상 ‘녹색성장’같은 허황된 구호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탈성장’의 길을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플랜B가 가능하려면 안-줄-분-자(안하고 줄이고 분산하고 자급하는)와 ‘농’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보다 구체적인 전환의 과제로, ‘전환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 선거제도 개혁, 추첨제 시민의회, 연방제와 농촌지역의 읍ㆍ자치를 제안했다. 이는 경제와 사회, 정치의 변화를 위해 필수적인 과제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상황을 보면, 과연 이런 과제들이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지? 도 알 수 없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식량과 에너지 등을 둘러싼 국제ㆍ국내적 갈등이 심각해질 때, 과연 인류가 평화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걱정이 크다.

그러나 걱정을 한다고 해서 길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무력감에 빠져 손을 놓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려면, 기적을 바라는 심정으로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보는 수밖에 없다.

미주

(1) 이 부분은 <녹색평론> 2021년 11-12월호에 쓴 “농과 자치, 민주주의”라는 글의 일부를 발췌ㆍ수정한 것이다.

하승수(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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