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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를 비롯 약자에 대한 폭력은 감춰지지 않고 하나님의 심판의 대상이다. ⓒGetty Images |
| 너희가 이런 일을 또다시 하는구나. 눈물과 울음과 탄식으로 야훼의 제단을 덮는 일을.(말라기 2,13a) |
눈물, 울음, 탄식은 통상적으로 하나님께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과 괴로움에 공감하시고 그렇게 만드는 사람과 제도와 질서를 응징하시려고 역사에 개입하십니다. 눈물을 닦아주시고 고통을 덜어주시고 괴로움을 잊게 하시는 하나님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서두가 왠지 모르게 하나님의 실망 내지 싸늘함이 느껴집니다. 하반절은 저들의 눈물과 울음과 탄식의 이유가 하나님 때문임을 알려줍니다. 하나님이 제물을 거들떠 보지 않고 받지 않으시기에 그들이 그렇게 합니다. 개역은 원인과 결과를 바꿔 놓고 있어서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가 아니라 ‘왜냐하면’으로 고쳐 읽어야 합니다.
아주 오래전 하나님이 가인과 그의 제물을 이유 없이 거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가인은 화를 참지 못하고 아벨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의 거부는 그를 의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큰 문제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저들의 제물을 거부하시는 이유는 무엇일런지요? 사람들은 하나님이 도대체 왜 그러시는걸까 질문합니다. 아벨의 경우와 달리 여기에는 그 이유가 적시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이혼문제입니다. 성서에서 혼인은 하나님이 증인이 되고 하나님께 은총을 얻는 복된 사건입니다(잠언 18,12). 특히 슬기로운 아내는 하나님께로부터 받는 것입니다(잠 19,14). 그러나 이혼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그런데 말라기 기자는 이혼사유를 남자가 여자에게 거짓을 행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가 소위 바람을 피운 것입니다. 이것은 동시에 증인이신 야훼 하나님을 기만하는 행위였습니다. 아내와 하나님을 배반하고도 하나님이 이에 대해 침묵하시기를 바란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하나님이 자기들을 거부한다고 하나님 앞에서 슳퍼하고 울고 괴로워합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이 그들을 외면하고 거부하는 것은 그때문만이 아닙니다. 폭력을 자기 옷으로 가리는 것도 있습니다(16절). 그렇지만 무엇을 염두에 두고 이렇게 말하는 것인지 모호합니다.
우선 누구를 향한 폭력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우선은 아내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말 앞 뒤에 모두 이혼 관련 내용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폭력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요? 이혼 그 자체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의 옷으로 가린다는 것은 여자에게 일종의 보상을 하고 무마하는 것일 수 있겠습니다. 설령 그가 그렇게 한다 해도 그것은 하나님께서 미워하는 일입니다. 그런 일들이 예외가 아니라 다반사였기에 하나님께서 그들의 종교적 행위를 혐오하시고 거부하셨던 것 아닐까요?
그렇지만 이것이 일반적인 경우를 가리킬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폭력보다는 폭력의 흔적을 자기 옷으로 가리는 것으로 그 말을 이해한다면, 그것은 폭력이란 말에 함축된 피흘림의 흔적을 옷으로 가리는 것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이해되든 이혼과 폭력이 나란히 나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미워하는 그 일들을 행하고 하나님이 그에 대해 외면과 거부로 답하자 자신들의 행위는 잊고 하나님의 행위에 대해서만 울고 불고 합니다.
하나님과의 화해는 이혼을 포함한 폭력을 멈추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것이 기독교인과는 무관할 일일까요? 믿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해도 된다는 백지수표 같은 것이 결코 아닙니다. 믿음은 그러한 행위들을 멈추고 하나님과 사람에게 돌이키는 것에서 확인되고 믿음으로 받아들여지며 화해를 일으킵니다.
| 그러한 믿음이 우리의 믿음이 되는 오늘이기를. 아내와 이웃에 대한 거짓과 폭력이 멈춰지고 하나님께서 돌아보시며 우리와 소통하시는 이날이기를. |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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