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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넘어서는 새로운 평화라헬들의 위로(예레미야 31,15-17; 마태복음 5,4)
이경훈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4.05.23 02:59
▲ James Tissot, 「The Flight of the Prisoners」 ⓒGetty Images

예언자 예레미야는 유다 왕국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은 시기에 예언자로 활동했고, 그가 예언한 대로 유다가 멸망하는 것을 그의 생전에 목격했습니다. 한 생명체가 태어나고 자라고 다시 스러지듯, 한 나라의 역사도 흥망성쇠를 겪습니다. 이스라엘과 유다를 정복한 아시리아와 바벨론도 그렇게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도 그런 역사의 운명을 따랐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원전 587년 예루살렘의 멸망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그들에게 이스라엘은 야훼 하나님이 직접 그의 법 위에 세우신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하던 그들을 불러내어 가나안 약속의 땅으로 이끄신 뒤 그들에게 나라를 세워 주시고 후에는 다윗 왕조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약속까지 해주신 것이 바로 하나님이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하나님의 심판으로 왕조가 끊어지고 예루살렘 성전이 불탔다는 것은 그들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심판의 예언을 전하던 예레미야는 늘 박해와 위협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시련을 겪기도 하지만 예레미야는 그 어려운 길을 꿋꿋이 갔습니다. 그의 경고와 고발은 신랄하고 철저했지만, 동시에 그는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기도 했습니다. 두세 번씩이나 하나님께 간구 금지 명령을 들을 만큼 그는 사람들을 위해 간구하기를 멈출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예레미야를 보며 하나님을 무자비한 분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그저 사람들에게 벌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지금의 악과 불의를 넘어 정의와 평화의 미래에 이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들, 특히 권력자들과 그들을 뒷받침하는 종교인들은 예레미야의 경고를 무시하고 그의 예언을 거짓으로 만들며 바로 지금을 평화의 시대로 선언했습니다. 심판이 그들을 비껴가기를 간절히 바라며 예레미야가 했던 숱한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후에 예루살렘을 보시고 우셨던 예수를 생각나게 합니다.

어쩌면 예레미야가 했던 노력은 또한 하나님의 노력이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품으려고 하고 망하지 않게 하려는 마음 없이는 심판 메시지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그런 하나님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예루살렘을 자식 잃은 라헬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그것이 자식 잃은 어머니와 같은 하나님의 애끓는 마음일 것입니다. 라헬의 애통과 통곡이 라마에 울려 퍼지듯, 오늘날에도 수많은 라헬의 통곡이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포로로 잡혀간 이들이 돌아오고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이 위로를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고통받던 라헬이 위로받았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위로일 뿐 아니라 하나님께서 새로 시작하신 평화 사회로부터 오는 위로일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라헬들은 다시 자식들을 품에 안지 못하고 차가운 돌비를 붙잡고 말 없는 바다를 바라보아야 할 뿐입니다.

라헬의 고난과 희생을 양산한 권력은 오늘날도 여전히 그 진실을 가리고 그들을 억압하며 침묵을 강요할 뿐입니다. 오늘의 라헬들이 위로받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들의 슬픔과 탄식에 하나님께서 응답하시기를, 또한 하나님과 한마음이 되어 우리가 라헬들과 연대하며 그들의 위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새로운 평화 사회가 그들의 위로와 기쁨의 회복 위에 세워지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경훈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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